나이 들어 마을에서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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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어 마을에서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은?
  • 정혜진
  • 승인 2024.01.30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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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진의 마을 탐험기]
(58) 용현동 유원아파트 아나바다 공동체

 

아나바다 공동체 10명의 회원들
용현동 아나바다 공동체 10명의 회원들

 

어르신들이 두 팔 걷어 마을 만들기에 앞장서고 계신 곳. 미추홀구 용현동 아나바다 공동체를 찾았다

용현동 유원아파트에는 이색적인 공동체가 있다. 바로 아파트 경로당 어르신들이 마을 주민과 함께 다양한 마을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조성한 아나바다 공동체이다. 경로당에서 여러 혜택을 받으며 부채의식이 생겨나기 시작하던 5년 전, 미추홀구에 공동체 지원사업과 예산이 있다는 것을 알고 마을주민들과 함께 할 수 있는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회원 10명은 모두가 경로당 회원이다.

김종섭 아나바다 공동체 대표는 "맨날 경로당에 나와 시간을 소비하는 것보다 사회에 이바지 하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게 되었고, 저희 아파트가 노후화가 심해서 여러 문제가 생기는 걸 해결해 보자 하여 시작하게 되었습니다.”라고 설명하신다.

아나바다 공동체는 매년 화단 가꾸기와 텃밭 가꾸기, 공동체 밥상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가 다 나이가 있다 보니 가장 잘 할 수 있으면서 전문적으로 할 수 있는 부분을 고민했어요. 저희는 과거에 시골에서 농사일을 하며 살았던 사람들이라 보니 화단조성과 텃밭 가꾸는 것은 누구보다 자신 있었지요". 그래서 아나바다 공동체는 이런 활동을 하며 마을 사람들과 나눔을 하기도하고, 마을의 어린이 집과 연계해서 씨도 뿌리고, 모종도 심고, 유아들과 수확도 함께 하며 4계절을 이해할 수 있도록 진행하고 있다. 일년에 2번 텃밭에서 수확한 작물로 공동체 밥상을 운영하여 지역주민과 소통도 하고 맛있는 밥 한 끼를 나누고 있다.

 

사무를 보고 있는 김종섭 대표와 공동체 밥상을 진행하고 있는 사진
사무를 보고 있는 김종섭 대표. 공동체 밥상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우)

 

처음에는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어디서부터 해야 하는지 잘 몰라 벤치마킹도 가고 고민도 많이 했다. 

많은 분들이 볼 수 있는 아파트 입구부터 시작해야 겠다 생각 했어요. 공공의 예산이니까 많은 분들이 보시는게 좋잖아요. 예전에는 아파트 입구에 풀이 무성했는데 공동체 분들과 풀을 뽑고 꽃을 심고 하니 젊은 분들도 나오셔서 도와주시더라고요. 그래서 매년 꽃을 심고 화단을 가꾸고 있습니다.”

그는 어르신 세대가 생각하는 어르신과 지금의 세대가 생각하는 어르신의 상이 차이가 있음을 잘 알고 있다 . "예전에 저희는 어른들이 이야기 하시면 그게 내 생각과 다르더라도 그 앞에서는 ~했는데 요즘은 자신의 생각과 맞지 않으면 앞에 대고 이야기 하던가 더 나아가서는 험한 말이 오고 가기도 해요. 저희는 대우를 받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하지만 마을을 같이 살아간다는 건 서로 지킬 건 지키고 배려해 가면서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그런 부분이 너무 무너지고 자기 자신만 생각하며 살아가는데 결코 그게 행복해 지는 방법이 아니예요.” 라고 충고한다.

활동을 하며 어려움도 있다. 무슨 일을 하던 간에 금전적 문제를 피할 수 없다. 지금은 200만원을 지원 받아서 1년 사업을 진행하는데 한 달에 재료비로 20만원이 안 되는 금액이다. 초화를 심을 때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데 행정복지 센터에 요청해서 초화 지원을 받기도 한다. 그래도 부족하다. 시설공단에서 더 다양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인천시에서 진행하는 마을공동체 지원 사업은 500만원인데 승인 되는 곳이 많지 않다. 예산을 더 많이 확보해서 다양한 공동체가 예산 걱정하지 않고 사업을 진행했으면 좋겠다고 김 대표는 전한다.

 

다양한 주민과 활동으로 소통하고 있는 아나바다 공동체
다양한 주민과 활동으로 소통하고 있는 아나바다 공동체

 

아파트에서 어르신들이 자원봉사로 마을을 돌본다는 인식이 확산되며 자부심을 느낀다. 김 대표는 세상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변화하면서 계속 배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행정에서 요구하는 걸 맞춰줘야 변화가 되는 거지 못한다고 아무것도 안하면 세상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변화하는 과정에서 어르신들이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현명한 것인지? 서로 배려하는 것인지? 선을 추구하는 것인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김 대표는 "살기 좋은 세상에서 생활하기 위해선 우리 모두가 무언가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차원에서 다양한 노인정에서 마을만들기를 했으면 좋겠고 그런 정책도 만들어 졌으면 좋겠다"고 하신다

경로당에서 어르신들이 주축이 되어 공동체를 조성하고 마을의 문제를 해결해 가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낮 시간, 마을에는 사람을 보기 어렵다. 다들 일을 하니라 바쁜 현대 사회에서 우리의 마을을 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줄 수 있는 사람들은 선배 시민이 아닐까

선배 시민들은 예산이 없어 십시일반 스스로 자금을 마련하고 살기좋은 마을을 조성해 나갔다.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이를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건 아닌지..... 우리는 선배시민으로 다음을 살아갈 후배 시민들에겐 어떤 마을을 남겨줄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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