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안의 자원순환 - "조금씩 노력하면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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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안의 자원순환 - "조금씩 노력하면 가능합니다"
  • 정혜진
  • 승인 2021.07.2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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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진의 마을 탐험기]
(29)‘아이스팩 공유재사용 사업장’ 임희주 대표를 만나다. - 정혜진 / 마을교육 공동체 ‘파랑새’ 대표

마을에선 다양한 물건이 버려지고 그것이 곳 쓰레기가 된다. 넘처나는 쓰레기를 어떻게 감당해야 할까?  마을에서 버려지는 다양한 자원을 순환하기 위해 노력하는 단체를 만나보았다.

 

임희주대표가 운영하고 있는 ‘아이스팩 공유재사용 지역협력사업장’에서 회원들이 아이스팩을 수거 세척하여 업체에 배송하고 있다.
임희주대표가 운영하고 있는 ‘아이스팩 공유재사용 지역협력사업장’. 회원들이 아이스팩을 수거 세척하여 업체에 배송하고 있다.

 

미추홀구에는 이색 지역 협력 사업장이 있다. 주안4동에서는 아이스팩을 수거하는 시범마을이 운영되고있고, 용현1.4동에는 수거된 아이스팩을 세척하여 다시 포장되는 세척장이 운영되는, 다소 낯선 이름의 지역협력 사업장'들이.

이 두 사업장을 맡아 운영하고 있는 임희주 대표는 주안4동 주민과 인명여고 학부모 봉사단과 함께 마을에서 자원순환을 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며 마을공동체를 이루어 활동하고 있다.

"마을에 이리저리 버려지는 자원이 많은데, 다시 쓸 수 있는 건 무엇일까 고민하던 어느 날 아이스팩이 눈에 들어왔어요. 그러다 아이스팩 내장재가 환경오염을 일으킨다는 뉴스를 보고 이걸 다시 쓸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생각 하게 되었지요."

임 대표는 몇몇이 모여서 이야기 하다가 깨끗하게 세척해서 병원이나 시장에 가져다 주는 건 어떨까? 이야기 하게 되었다. 시범사업을 거처 현재 매주 월요일 100개의 아이스팩이 지역 소상공인들에게 무상으로 제공되고 있다.

작년 코로나가 시작되고 마스크가 없어 난리가 났을 때는 마스크를 만들어 지인들과 지역 주민들에게 나눔을 진행하였는데, 올해는 아이스팩 재사용 사업단을 운영하며 아이스팩 주머니를 만들고 아이스팩 수거와 배송을 조금 더 친환경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나아가 마을의 문화를 바꿔 나가기 위해 '자원순환 공감 마을만들기'를 펼치고 있다.

코로나가 심해지며 활동이 쉽지 않았다. 소규모로 활동이 제한되자 사람들이 모이는 게 너무 어려웠다.

임 대표는 "아이스팩이 생각보다 무게가 많이 나가서 몇몇의 여성들이 하는 게 힘들더라고요. 수거할 때는 몇 개 안되는데 모이면 양이 많아지니까 그걸 옮기고 세척하고 다시 나눠주는 과정에서 소수 몇 명이 진행하니까 몸이 많이 힘들었어요. 사람을 만나야 하는데, 이게 제한이 되니 힘들고... 그래도 힘을 합쳐 진행하고 시간이 지나다보니 이젠 소문도 좀 나고 요령도 생겨서 처음보다는 낫습니다"라고 말한다. 

 

마을을 돌아다니며 아이스팩을 수거하고 있는 임희주대표와 아이스팩 수거 주머니를 만들고, 세척한 아이스펙을 분리하고 있는 단체 활동가 사진
마을을 돌아다니며 아이스팩을 수거하고 있는 임희주 대표와 아이스팩 수거 주머니를 만들고, 세척한 아이스펙을 분리하고 있는 단체 활동가.

 

임 대표는 공동체 사업을 하다가 미추홀구 시니어센터, 업사이클 에코센터와 연계하여 아이스팩 재사용 사업단을 꾸렸다. 이를 통해 지역 어르신 일자리 24명을 창출하였고 지역 소상공인과 관절병원에 아이스팩을 직접 가져다주며 자원순환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몸으로 하는 일이다보니 정말 힘들 때가 많아요. 요즘처럼 날이 더운 날에는 정말 숨이 턱턱 막히고 혹시 어르신들이 힘들어 하진 않을까 걱정도 많이 됩니다. 그래도 아이스팩이 버려져서 토양을 오염시키지 않고 순환되어 잘 쓰여지는 것을 보면 또 힘이 나곤 합니다. 아무래도 연구형식이나 공모사업으로 시범 운영되다보니 내년에는 어떻게 하지?’ 하는 고민들이 있어요."

지속적으로 잘 운영하고 싶은데 그러려면 직접 지원이나 사업비가 안정적으로 있어야 한다. 또한 아이스팩에 머무르지 않고 자원순환 공감카페를 만들어 분리배출과 자원순환의 사회적 가치를 알려야 한다. 이같은 차원에서 폐지 줍는 어르신들에게도 요즘은 자원순환 활동가라 부르는 것이 맞다. 지역의 주민들과 다양한 자원순환이 잘 진행될 수 있도록 개척해야할 분야도 많다. 임 대표의 이야기 속에 지역협력 사업장의 미래 모습이 그려진다.

매월 회비를 걷어 단체운영을 하고 있어요. 그러면서 저희는 늘 이야기 합니다. 주안4동에서 활동하는 마을 연구원이라고. 마을 활동가라 이야기 하니 다들 자원봉사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많으시더라고요. 저희는 자원봉사 수준을 넘어 자원순환, 지속가능한 마을을 고민하고 방법을 찾아 실천하고 있습니다."

"가끔 저희를 오해하고 이야기하시거나 때론 시간이 많아서 그렇게 할 수 있다.’, ‘여유가 있어서 그렇게 할 수 있다.’ 이야기 하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그런 말을 들을 때 조금 속상하더라고요. 저희는 시간이 많아서, 돈이 여유가 되서 하는 것이 아니라 꼭 필요하니까 하는 건데……. 마을 활동가들이 거의 대부분 저와 같은 마음이세요. 그런 마음을 좀 알아주시고 함께 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지구가 지금 위험하다고 하잖아요. 지구는 3도만 올라가도 부산과 인천은 물에 잠긴다고 하는데 우리는 너무 심각성을 모르고 살아가는 것 같아요. 함께 노력하고 함께 변화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지금 함께하고 있는 우리 팀 선생님들께 감사드리며 지금처럼만 함께 해주신다면 우리가 만든 비전이 꼭 실행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임 대표가 힘주어 이야기를 이어간다.

마을에서 활동하다 보면 공간이 없거나 예산이 없어서 힘들어 하는 공동체들이 많다. 그러나 마을활동가들이 힘든 와중에도 그만두지 않고 지속해 나가는 건 그만큼 가치 있는 일이고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임 대표는 이런 활동들이 유지될 수 있도록 지자체에서는 조금 더 다양하게 민간의 자원 재생활동을 기획, 지원해주기를 바란다.

나부터, 작은 것부터 실천하는 것이 지속가능한 마을이 되는 첫걸음이 아닐까?  마을마다 아이스팩 재활용 사무소가 설치되고, 자원순환 카페가 생겨나는 그날을 상상한다. 일회용품을 줄이고, 조금 더 철저한 분리수거를 하는 민주시민이 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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