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에서 8월까지... 백령도 저어새와 함께 살아가기 위한 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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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에서 8월까지... 백령도 저어새와 함께 살아가기 위한 길은
  • 박정운
  • 승인 2023.02.10 11: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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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령도 물범지킴이의 생태일기]
(17) 백령도 저어새(하) -백령도 저어새 3년을 관찰하고

지난 3년 동안(2020~2022) 관찰한 내용을 보면, 저어새가 백령도에 도착하는 시기는 3월 17일 전후부터 3월 말 사이인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1~3마리의 어린 저어새들이 8월 중순까지 남아있는 경우가 있지만, 대부분의 저어새들은 번식이 끝나면 8월 전후로 백령도를 모두 떠났다. 10월 중에 관찰된 어린 저어새의 경우는 타 지역에서 번식한 개체로 월동지로 이동 중에 백령도에 들렸을 가능성이 컸다.

송도 갯벌이 있는 남동유수지나 너른 남단 갯벌이 있는 강화도에서는 저어새가 10월까지 머물다 월동지로 이동하는 개체수가 많다. 반면, 백령도의 저어새들은 어린 저어새들의 먼 거리 비행이 가능해지는 7~8월이면 중간 기착지를 찾아 일찍 떠난다. 백령도보다 더 위쪽(북한)에 있는 번식지에서도 일찍 이동을 하는지 궁금하지만 자세히 알 수가 없어 분석하기가 쉽지 않다. 다만 백령도의 상황만 놓고 추측해보면, 7월이면 벼들이 크게 자라 논에서의 먹이활동이 수월치 않을뿐더러 간척매립 등으로 갯벌이 거의 사라져 먹이를 구하기 어려워진 저어새들이 중간 기착지로 일찍 이동하는 게 아닐까 싶다.

2020년 7월 2일. 논두렁 위에서 쉬고 있는 저어새와 왜가리
2020년 7월 2일. 논두렁 위에서 쉬고 있는 저어새와 왜가리
표 - 2020년~2022년 번식과정별 관찰내용

한편, 번식과정별로 살펴보면, 저어새의 백령도 생활은 논의 경작활동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저어새가 백령도에 도착하기 1~2주 전인 3월 초부터 일부 농민들은 논에 물을 채워놓는다. 해안가의 논은 염해 방지를 위해 내륙의 논보다 일찍 물을 채워놓는다고 들은 바 있다. 이렇게 물이 채워진 논에는 저어새의 먹이가 되는 미꾸리 등 수서생물들이 모여들게 되는데, 3월 중순 무렵 백령도에 막 도착한 저어새들에게는 먹이를 구할 수 있는 좋은 장소가 되어주었다. 부리의 모양과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끝이 넓적한 부리를 저어가며 물속의 생물을 잡아먹기 때문에 이 무렵에 물이 차 있는 논은 아주 중요하다.

일찍 물을 대놓은 논은 논갈이도 일찍 시작한다. 보통은 4월 초 중순사이에 논갈이를 시작하고 5월 중하순에 모내기를 한다. 이 사이에 논의 수서생물들은 풍성해고 저어새들이 번식둥지를 트고 본격적인 번식기간에 들어간다. 둥지를 튼 지 25~26일 정도가 지난 5월 초 중순이면 부화가 시작된다. 어미 저어새들은 번식둥지를 번갈아 지키고 백령도 전역의 논을 오가며 먹이활동을 하고 힘을 다해 육추(육아) 과정을 보냈다. 이 시기에 먹이활동을 하는 저어새들을 보면 도로 인접한 논에서도 한눈 팔 틈 없이 물 속에 부리를 저어대며 먹이 찾는 모습을 보게 된다. 논은 육추(육아) 중인 저어새들에게 안정적으로 먹이를 구할 수 있는 중요한 장소였다.

2022년 3월 29일. 논갈이를 한 곳에서 어렵게 먹이를 찾고 있는 저어새 그리고 왜가리
2022년 3월 29일. 논갈이를 한 곳에서 어렵게 먹이를 찾고 있는 저어새 그리고 왜가리
2022년 4월 1일 북포리 간척 논경지의 풍경
2022년 4월 1일 북포리 간척 논경지의 풍경

저어새들이 주요 이용하는 휴식 장소는 화동습지(염전 배후습지)와 백령담수호의 가장자리(갈대숲 주변)였다. 도로를 사이에 두고 붙어있어 저어새뿐만 아니라 다양한 물새들이 휴식과 먹이활동 장소로 좋아한다. 두 곳은 저어새들이 3월에 도착했을 때와 7-8월의 이소 시기에 특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다. 화동습지는 습지를 둘러싼 갈대숲과 쉴 수 있는 얕은 물가와 수서생물이 풍부한 작은 호수로 이루어져 있어 백령도에 막 도착한 저어새들은 휴식과 먹이장소로, 먼 거리 이동을 앞둔 어린 저어새는 훈련 장소로 이용하고 있었다.

먹이활동 장소는 백령도 전역의 논이며, 이 중 넓게 형성된 진촌 솔개지구와 북포리 간척지구의 논 그리고 남포리 화동마을 주변의 논을 많이 이용했다. 이 장소들은 번식장소와의 멀지 않은 거리에 있고, 넓은 논 경지를 형성하며 휴식과 먹이활동이 가능한 화동습지와 백령담수호가 가깝게 연결돼 있다. 특히, 저어새들은 솔개지구의 일부 논을 좋아했다. 봄에 다른 지역의 논보다 빨리 물을 채워놓았고 논갈이도 먼저 시작하기 때문이었다. 저어새 첫 무리가 백령도에 도착했을 때 화동습지와 이곳의 논에서 먹이활동 중인 모습이 항상 관찰됐다.

2022년 5월 14일. 모내기 전의 논에서 먹이를 찾고 있는 저어새들
2022년 5월 14일. 모내기 전의 논에서 먹이를 찾고 있는 저어새들
2020년 6월 13일. 솔개지구 논에서 먹이를 찾고 있는 저어새와 백로들
2020년 6월 13일. 솔개지구 논에서 먹이를 찾고 있는 저어새와 백로들

백령도 내에서의 번식장소는 섬과 일정거리 떨어진 조그만 바위 꼭대기에 자리하고 있다. 이곳에서 둥지 10개 정도를 짓고 번식을 했다. 육지의 번식지처럼 들고양이나 너구리의 침입걱정은 없었지만, 번식시기가 같은 괭이갈매기와 좁은 공간에서 둥지 위치 및 재료를 놓고 경쟁을 했다.

저어새 E05(수컷)의 경우, 모니터링 기간 동안 번식장소의 가장 안정적인 위치에 둥지를 짓고 가장 일찍 번식에 들어갔다. 2014년부터 백령도에서 번식하는 게 확인 된 저어새 E05는 백령도에서 번식하는 저어새 일부 개체의 월동지역이 대만인 것을 알 수 있게 해 주었다. 2010년 구지도(연평도)에서 태어난 저어새 E05는 그해 12월 12일 타이난(臺南)시 쓰차오(四草) 철새도래지역에서 처음 월동한 기록이 있으며, 이 지역과 가오슝 지역의 강하구 일대에서 매년 월동을 하고 있다. 이번 겨울에도 월동지인 타이난시에 잘 도착했다는 기록이 2022년 12월 18일에 올라왔다. 이에 대한 기록은 한국-대만-일본의 전문가와 시민들이 저어새 이동 경로를 기록하는 사이트(https://bfsn.bfsa.org.tw/trackingbands.php)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2016년 11월 29일 대만. 월동지에서 관찰된 저어새E05_출처:https://bfsn.bfsa.org.tw/trackingbands.php
2016년 11월 29일 대만. 월동지에서 관찰된 저어새E05_출처:https://bfsn.bfsa.org.tw/trackingbands.php
저어새E05의 번식지와 월동지의 이동경로
2020.4.14. 백령도. 번식장소에서 관찰된 저어새E05의 둥지
저어새E05의 번식지와 월동지의 이동경로
저어새E05의 번식지와 월동지의 이동경로

 

이러한 관찰 활동은 저어새를 보호할 수 있을까!

지난 3년간의 백령도 저어새 관찰 내용을 정리하면서, 이러한 관찰 활동은 멸종위기에 놓인 저어새를 보호하고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가는 데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생각을 해 본다.

백령도에서의 저어새 서식위협요인은 크게, 화동습지와 백령담수호 사이의 도로포장 이후 이용 차량 증가, 화동습지 내에 들고양이/들개 침입, 담수호 가장자리에서의 낚시활동, 논 생태계의 변화로 인한 미꾸리 등 수서생물의 감소, 갯벌 간척/매립으로 인한 먹이활동 공간의 부족, 백령공항건설 및 배후지역 개발(예정)에 따른 솔개지구 일대 논의 감소 등이다.

휴식장소 및 어린 저어새들의 이소 후 훈련장소로 이용하는 게 확인된 화동습지의 경우, 종합적인 습지생태계획을 세워 보호관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습지기능의 유지, 차량 증가 및 도로 이용 인구 증가에 따른 보호가림막 설치, 들고양이/들개의 침입방치 등 보호대책과 탐조객의 증가에 따른 탐조 공간을 배치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주요 먹이활동 장소이자 첫 도착시기의 중요 먹이활동 장소가 되고 있는 솔개지구의 논 경작 특징을 대체할 수 방법마련과 주변 지역의 친환경논농사의 확대가 필요하다.

2022년 7월 8일 화동습지. 휴식중인 저어새와 여러 물새들
2022년 7월 8일 화동습지. 휴식중인 저어새와 여러 물새들
2022년 7월 22일 백령담수호. 갈대밭 주변에서 휴식중인 저어새와 여러 물새들
2022년 7월 22일 백령담수호. 갈대밭 주변에서 휴식중인 저어새와 여러 물새들

그 외에도 백령담수호 일부 장소에서의 낚시활동에 따른 낚시 줄과 낚시 봉(추) 사용에 대한 지침, 유해조수포획 시 포획장소에 대한 지침 등이 제대로 적용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백령공항건설 등 큰 규모의 공간 개발을 앞두고 있어, 훼손되기 전에 그 공간을 이용해 온 저어새 등 다양한 생물종에 대한 고려와 배려가 있어야 한다. 그 공간을 어떻게 이용해 왔고 어떤 환경적 특징이 있는지 잘 파악이 되어 있어야 대책을 세우는 데 있어 누락되지 않고, 형식적인 대책에 그치지 않게 된다.

백령도에 멸종위기 종인 저어새가 ‘번식’을 위해 찾아온 다는 것을, 늦기 전에 더 알아야 한다. 번식지인 한국의 백령도와 월동지인 대만의 타이난시 지역을 오가며 살아가는 저어새E05라는 한 생물종의 기록에서 볼 수 있듯이 지구의 생태계가 촘촘히 연결되어 있고 그 속에 우리 인간이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2021년 4월 7일. 해 질 무렵 솔개지구의 논에서 휴식 중인 저어새 한 쌍
2021년 4월 7일. 해 질 무렵 솔개지구의 논에서 휴식 중인 저어새 한 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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