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강기, 연필 씹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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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강기, 연필 씹던 기억
  • 조우
  • 승인 2024.12.18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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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 이야기]
(4) 연필의 해부학Ⅱ(횡단면)

 

연필 맛 좀 볼래~

연필을 분질러 본 적이 있으신가요?

연필을 칼로 잘라본 적이 있으신가요?

저는 연필을 조각해 본 적이 있어요.

연필 뒤 꽁지를 물어 먹다가 못생겨져서 가끔 다듬어 주곤 했다. 마음에 안 들게 조각되면 연필을 횡단면으로 자르곤 했다. 애초부터 연필을 안 씹으면 되겠지만, 연필맛은 마음을 편안하게 해줘서 안 물어 먹을 수 없었다.

 

연필의 횡단면

연필은 연필심과 연필 몸통으로 구성되어있는데, 횡단면으로 잘라보면 가운데 핵을 이루는 심이 있고, 심을 보호하고 있는 나무, 그 위에 페인트로 도색 되어있다.

연필을 횡단면으로 잘라 보면 다음과 같다.

 

연필의 해부학(횡단면) 24×32cm Canson 수채화 종이 300gm2 위에 Staedtler yellow pencil 2024
연필의 해부학(횡단면) 24×32cm Canson 수채화 종이 300gm2 위에 Staedtler yellow pencil 2024

 

아직도 나는 스트레스를 받거나 불안할 때 엄지손톱 옆 군살을 입으로 뜯곤 한다. 구강기를 벗어나지 못해 연필이 손에 쥐어진 동시에 연필의 맛을 알게 된 거 같다.

어릴 적 나의 연필 뒤 꽁지에는 이빨 자국이 그득했었다. 연필을 사랑하는 만큼 더 많은 자국이 남았다. 연필을 입에 가져가는 순간 나무 냄새가 입안 가득 들어와 마음이 편해지고, 생각이 정리된다. 생각이 정리 안 되면 연필을 마구마구 씹었고 침샘이 자극되어 연필의 맛이 입안 가득해진다. 연필을 맛나게 먹다 보면 생각은 정리되고, 입가에는 환한 미소와 함께 연필을 감싸고 있는 페인트 파편들이 묻어있었다.

 

조웃(연필맛) 24×32cm Canson 수채화 종이 300gm2 위에 Staedtler yellow pencil 2024
조웃(연필맛) 24×32cm Canson 수채화 종이 300gm2 위에 Staedtler yellow pencil 2024

 

인간은 긴장하거나, 놀라거나, 무섭다거나, 불안하고, 심심하고, 외롭고, 초조할 때 입안에 무언가 넣고 씹으며 스스로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한 행동을 한다.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심리성적 발달단계인 구강기는 출생 후부터 18개월까지의 시기를 말하는데, 이 시기는 무엇이든 입을 통해 세상을 탐색하고 배우게 된다고 한다. 입으로 물건을 넣고 씹으면서 색, 모양, 질감, 맛 등 다양한 감각경험을 통해 욕구를 충족시키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등 정서적인 안정감과 만족감을 느낀다. 또한 이런 과정을 통해 자신감과 관대함, 외부세계에 대한 신뢰감을 형성하게 된다고 한다. 하지만, 이 시기에 구강기적 욕구를 과도하게 충족시키거나 과소하게 충족시키면 아이는 불안감과 불만족감을 느끼며 의존적이거나 자기중심적, 적대적이거나 지나치게 낙관적인 성격이 될 수도 있고, 아동기에도 손가락 빨기, 손톱 물어뜯기, 연필 깨물기 등의 습관이 생기게 된다고 한다.' -의약 뉴스에서-

 

연필을 입에서 떼는 전지적 조우 작가의 비법

- 스스로 인식하고 입에 연필이 있음을 알고 입에서 연필을 멀리한다.

- 연필 대신 사탕, 초콜릿, 젤리 등 먹어 본다.

- 말랑거리는 무언가를 만지며 조절한다.

- 들숨 날숨으로 명상을 해 본다.

- 꾸물꾸물문화학교에 참가 신청해 커뮤니티 판화 또는 커뮤니티 드로잉 수업을 받으며 공동주제를 가지고 같이 작업하며 이야기 나눈다.

- 조우 화실에서 연필을 깎아가며 연필그림을 그린다.

- 스트레스는 하루를 어떻게 마무리하는지에 따라 줄일 수 있다. 자기 전 오늘 일어난 일 중 좋았던 것을 한두 가지 노트에 적어 본다거나, 실컷 쌍욕을 써서 박박 찢어 쓰레기통에 나쁜 마음을 같이 버리는 방법도 있다.

- 마지막으로 연필이 아닌 이 세상에 모든 것을 씹어 버린다.

 

2012년 말부터는 그림일기를 그리며 하루를 마무리하고 있는데 그림일기로 몇 차례 개인전과 “하루-조우의 그림일기” 그림책을 출간해서 성취감을 가졌다. 여러분들도 연필로 쓰는 일기에 도전해 보세요.

 

“하루” 그림일기 각 30×400cm, 각 30×1,000cm 종이 롤 족자 위에 먹, 금먹 한국근대문학관 설치작품 2022~2023.
“하루” 그림일기 각 30×400cm, 각 30×1,000cm 종이 롤 족자 위에 먹, 금먹 한국근대문학관 설치작품 2022~2023. 3,650일 넘게 난 단 하루도 붓질을 안 한 적이 없다. 그렇게 나는 나의 일상을 그림일기로 남기고 있다. 자기 전 그림일기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습관을 죽기 전까지 계속해보려고 한다. “단 하루도 그림을 그리지 않는 날이 없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조우의 그림일기는 www.youtube.com/@artistjowoo6354 에서 매일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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