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역 한 구청의 근무 모습.
"어디 일 잘하는 공무원 없나요?"
민선 5기를 맞아 인천시는 물론 일선 구·군에서도 "일하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동안 무사안일에 빠져 일을 대충대충 식으로 하던 구태를 벗고 열심히 업무를 보는 모습을 주민들에게 심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야당에서 거의 싹쓸이하다시피한 인천의 각 지자체에선 공무원들의 자세를 새롭게 가다듬어 공직사회부터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남구청의 공무원 A씨는 "민선 5기 들어서 공직사회 전체적으로 일하는 공무원을 강조하는 분위기가 더욱 확산되고 있다"며 "예전에는 일부 간부들만 승진 등 인사 때문에 일과 성과에 관심을 기울였지만, 이제는 하위직 공무원들까지 관심을 갖고 바짝 긴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 부평구청의 공무원 B씨는 "새 여성 구청장이 오면서 일을 잘하는 공무원에게는 혜택을 주겠다고 해서 솔직히 눈 밖에 날까 걱정된다"며 "연임 가능성이 있는 단체장에게 일 잘하는 공무원으로 인정받으면 좋겠지만, 그 반대라면 오랫동안 얼마나 괴롭겠냐"라고 물었다.
이처럼 민선5기 출범과 함께 구정에 첫발을 내디딘 인천지역 기초자치단체장들이 '일 잘하는 공무원'을 치켜세우며 공무원의 업무추진력과 성과를 인사 등에 반영한다는 의지를 비치자 공직사회가 긴장감 속에 술렁이고 있다.
민원현장을 직접 돌며 '일 잘하는 공무원'을 강조하고 있는 C구청장은 얼마 전 핵심간부회의에서 "자유경쟁 원칙에 입각한 인사원칙을 세우겠다"고 말했다. 연공서열을 철저히 배척하고 객관적·과학적 인사원칙을 만들어 열심히 일하는 공무원들의 성과를 평가하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잘하면 승진과 주요보직 배치 등의 보상을 주고 나태하고 무사안일한 공무원에 대해서는 벌칙을 주겠다고 한다.
일부 구에서는 일부 승진인사를 뒤로 미루고, 간부 직원들에게 각 부서의 주간 업무 성과를 보고받고 있다. 이를 두고 구청 내부에서는 정기인사 전까지 간부들과 각 부서 직원들을 경쟁시켜 업무 성과를 평가한 뒤 이를 인사에 반영하겠다는 게 아니냐는 전망을 하고 있다.
직원들과 함께 뛰는 구정을 강조하고 있는 D구청장도 열심히 일하는 직원을 우선 발탁해 중용하겠다는 의지다. 직원들은 8년동안 구정을 맡아왔던 전 구청장에 비해 일을 강조하는 분위기가 강해지자 당혹스러워하면서도 한편으론 업무능력을 높이 사는 새 구청장의 업무 경향을 파악하는 데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몇몇 구에서는 대주민 소통부서를 만드는 직제개편안을 고민 중이다. '일 잘하는 공무원'을 기존 기획감사실이나 총무과 등의 주요부서가 아닌 민생 관련 부서에 배치해 업무능력과 성과를 평가한다는 방침.
각 지자체에서 부는 '연공서열 배척'과 '성과 중심으로 일하는 공직사회 만들기'는 공직사회에 활력을 불어넣고 구민 편익과 복지 향상으로 이어지는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출범 초기 일보다는 단체장에 대한 직원들의 눈치보기가 극성을 부리고, 이런 기조가 금방 식어버릴 경우 결국 단체장의 또 다른 조직 장악과 줄 세우기 도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송원 인천경제정의실천연합 사무처장은 "일 중심의 분위기가 반짝 부는 바람이 돼서는 곤란하다"며 "객관적인 평가기준을 마련해 시행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