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처럼 민간개발 허용하지 않는 비운(?)의 섬 '물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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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처럼 민간개발 허용하지 않는 비운(?)의 섬 '물치도'
  • 김규원 기자
  • 승인 2024.12.27 16: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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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보그룹부터 원광해운, 진성토건 등 개발손 댄 기업 부도 ‘흑역사’
(주)굿프렌드 개발계획 사업기간 21일 종료, 인천해수청 ‘사업 취소’
“구읍 뱃터 연결 해상공원 조성, 도심 속 휴식공간 자리잡을 것”

 

물치도 전경(사진=인천시 동구)

 

작약도에서 본래 이름을 되찾은 뒤 새로운 모습을 갖추려 했던 개발사업이 무산되면서 물치도가 좀처럼 민간에 개발을 허용하지 않는 섬으로 각인되고 있다.

한때 인천의 대표적 관광지 중 하나로 꼽힐 정도로 해마다 수많은 관광객이 몰리는 영광을 안았던 물치도는 영종·용유와 영흥, 덕적도 등 대체 해양관광지가 활성화되면서 쇠퇴의 길을 걸었다.

그 과정에서 개발하려고 섬을 손에 쥐었던 주인들이 여러 사정으로 부도나면서 ‘민간이 개발할 수 없는 땅’이라는 비운(?)의 역사를 써가고 있다.

인천지방해양수산청은 부동산 관련업체인 ㈜굿프렌드사가 제출한 물치도 개발계획의 사업기간이 지난 21일 종료돼 최종 취소했다고 밝혔다.

경매로 섬을 사들인 이 회사는 여러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해 관광단지 조성을 계획했으나 자금여건 등이 어려워 사업을 추진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가 소유로 영종진에 땔감을 공급하던 물치도는 일본인 소유로 넘어갔다가 해방 후 2명의 개인에 의해 소유권이 이전됐다.

1975년 유원지로 결정된 뒤 이듬해 경매로 섬을 소유한 한보그룹은 물치도 관광사업으로 많은 돈을 벌기도 했다. 연간 2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몰려들면서 ‘한보해운’ 여객선 사업과 횟집 임대, 입장료 수입 등이 짭짤했다.

한보그룹이 망하면서 한보해운과 함께 물치도를 인수한 원광해운도 회사가 부도나면서 한동안 새 주인을 찾는 섬으로 떠돌다가 인천지역 중견 건설업체였던 진성토건에 넘어갔다. 무리한 사업확장으로 진성토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또다시 경매에 넘겨 2020년 ㈜굿프렌드로 소유주가 바뀌었다.

잇단 민간개발 사업이 무산되면서 물치도가 오랫동안 방치되자 인천시는 한때 ‘유원지 조성 계획’을 세우고 추진했으나 섬 소유권을 확보하지 못해 무산되기도 했다.

 

문닫은 물치도 매점(사진=인천시 동구) 

 

쾌속선과 여객선 증편운항 등으로 섬 교통이 원활해지면서 해양관광 축이 영흥, 덕적, 연평, 서해5도 등으로 확대되면서 1990년 초부터 물치도를 찾는 관광객이 급격히 줄었다.

1990년 7월 월미도 앞바다에서 유조선 ’코리아호프‘와 ’코리아써닐‘호가 충돌하면서 섬 해안이 벙커C유로 덮이는 아픔을 겪으면서 유원지 기능을 잃어 가기도 했다.

강화해협의 거센 조류를 치받는 섬이라고 해서 ’물치도‘로 불린 섬 남쪽으로 백사장이 펼쳐졌다. 해안도로를 따라 펼쳐진 해송림에 횟집과 숙박시설 등을 갖춘 휴양지로 인기를 끌었다. 연안부두에서 배로 20분이면 닿았던 뱃길은 2013년 용주2호가 운항을 중단하면서 끊겼다.

2026년 중구와 동구의 행정개편을 앞두고 있는 영종구로 편입해야 한다는 중구의회의 주장에 대해 제물포구로 바뀌는 동구의회는 ’어림없는 소리‘로 일축하면서 행정구역 조정에도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7만3000여㎡로 여의도 면적의 4분에 1에 불과하지만 유원지로 지정되면서 50여 년간 수차례 개발계획을 비켜 간 물치도가 숱한 개발 시도를 이겨낸 계양산을 닮아가는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한때 인천의 대표적인 해양 관광지였던 물치도에 대한 개발계획이 무산됐지만 인천시에서 매입해 공원을 조성하는 방안도 필요하다”면서 “영종 구읍뱃터에서 도보로 오갈 수 있는 거리인데다 도심 속 친환경 해양 공원으로 꾸미면 시민들의 휴식 공간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치도 도로명주소(사진=인천시 동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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