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기부'를 하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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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기부'를 하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 송은숙
  • 승인 2011.12.18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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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과 서로 나누는 '실천운동' - 인천서도 재능기부 활발해져

지난 9일 장애인 엘리베이터 기금마련을 위한 콘서트에 재능기부를 한 가수 안치환.

취재 : 송은숙 기자

'재능기부'는 이웃과 서로 나누는 '실천운동'이다. 돈만 내는 기부와는 사뭇 다르다. 내가 가진 재능을 공유하는 일이다.  

이렇게 재능을 함께 나누려는 움직임이 인천에서도 일고 있어 관심을 끈다. 예전에는 재능기부라는 말 자체가 없었다. 하지만 최근 2~3년 사이 부쩍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지역사회에서 다양한 재능기부 형태가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9일 인하대 대강당에서는 가수 안치환과 김선우 시인의 재능기부 콘서트가 열렸다. '함께 걷는 길벗회'(사) 주관, 마을기업 '히트앤드런 제물포' 주최로 열린 이날 콘서트는 장애인용 엘리베이터 설치기금 조성을 위해 마련됐다. 콘서트 수익금 전액은 장애인 생활시설 '섬김의 집'(남구 주안2동) 엘리베이터 설치(5500만원 가량) 기금으로 기부됐다.

지난해까지 프로야구 OB베어스와 한화이글스에서 포수로 활약하다 은퇴한 이도형(36)씨는 자신의 재능을 기부하는 형태로, 남동구 저소득층 아이들이 모인 '승리야구단' 감독을 맡고 있다.

이씨는 "평소 유소년 선수를 키우는 데 관심이 많았다"면서 "재능기부나 후원을 비롯해 나누는 삶을 실천하는 이들이 많아지면 이 아이들이 훌륭한 선수로 거듭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지난 9월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백건우씨는 연평도와 위도, 욕지도 주민들을 위한 공연으로 재능을 기부하기도 했다.

이처럼 '재능기부' 하면 유명인들의 사례부터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일반 시민들의 재능기부도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주부 이은숙(37·남구 관교동)씨는 얼마 전부터 중학생 딸과 함께 한 국제구호단체에 뜨개질 재능을 기부 중이다.

그는 "아프리카 신생아들이 큰 일교차에 적응하지 못해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털모자를 쓰면 체온이 2℃ 정도 올라 도움을 준다고 해서 TV를 보거나 남는 시간에 모자를 뜬다"라고 말했다.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일하는 직장인 정진우(42·부평구 부평동)씨는 한 공익단체 홈페이지를 무료로 관리해주고 있다. 잡지사 기자로 일하다 휴직 중인 최미경(29·가좌동)씨는 얼마 전 듣고 싶은 공익적 내용의 강연에 참가하면서 재능기부 형태로 강연내용을 글로 정리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정승연 인하대 국제통상학부 교수 발기로 교육기부 네트워크 '그린리더스포럼'(대표 김흥규)이라는 단체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김흥규 대표는 "인천교육 발전을 위해 자신의 지식과 재능을 기부하려는 회원 140여명이 활동 중"이라며 "올 하반기부터 실제로 학교와 청소년수련관 등에서 강의를 시작했다"라고 말했다.

재능기부는 흔히 '프로보노(Pro Bono)'라고 부른다. 프로보노는 '공익을 위해(pro bono public)'라는 라틴어에서 유래했다. 처음에는 법률 분야에서 사회적 약자의 무료변론이나 자문을 해주는 봉사활동이라는 뜻이었다.하지만 이제는 각자 재능을 활용해 여러 분야에서 공익적인 활동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11년 사회조사 결과'도 재능기부가 늘어나는 상황을 보여준다. 이 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 동안(2010년 7월~2011년 7월) 13살 이상 인구 가운데 36.4%가 기부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가운데 34.8%가 현금을 기부해 현금기부자 비율은 2009년 조사 때보다 2.5%포인트 늘었다. '자원봉사에 참여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19.8%가 '있다'고 응답했다. '향후 2년 이내 자원봉사에 참여할 의향을 가지고 있다'고 응답한 경우는 45.6%로 나타났다. 최근 재능기부가 늘고 있는 추세를 반영하듯, 자원봉사에 참여한 사람 중에서 자신의 전문성을 활용해 자원봉사를 한 경우도 15.9%나 됐다.

재능기부 형태는 매우 다양하다. 강연이나 노래, 악기연주, 글, 개그, 언어, 공부법, 컴퓨터 관련, 동화구연, 요리, 꾸미기 등 어떤 재능이든 필요한 곳에 기부하면 된다.

'기부' 하면 돈이나 물품만 떠올리는 것처럼, '재능기부' 하면 특별한 재능이 필요하다고 오해할 수 있다. 하지만 특별하거나 대단한 재능만 필요한 게 아니라 작은 재능이라도 함께 나누고자 하는 마음이 더 중요하다. 목소리가 좋다면 시각장애인이 쉽게 책을 들을 수 있게 목소리를 기부할 수 있고, 학원이나 문화센터 등에서 강의를 한 경험이 있다면 내 아이뿐 아니라 다른 아이들을 위해 강의를 할 수도 있다. 또한 요리에 자신이 있으면 지역아동센터 등을 찾아 아이들과 재미 있는 요리수업을 진행할 수도 있다.

요즘에는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면 기부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도움이 필요한 곳에 자신의 재능을 연결하거나, 댓글을 달아 이웃을 돕는 '소셜기부' 도 가능하다. 트위터에 올라온 사연을 리트윗(RT)하는 횟수만큼 사연의 주인공에게 기부금이 돌아가는 '리트윗 기부'도 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경우 글을 쓰거나 어떤 행사, 질문에 답하기 등을 할 때 지급하는 '해피빈' 포인트를 받아 원하는 곳에 기부할 수 있다. 이 콩 1개는 100원으로 작은 금액이지만, 많은 사람의 정성이 모이면 값지게 쓰인다.

정부 차원에서는 나눔기관이나 종합정보를 제공하는 '나눔넷'(http://www.nanumnet.or.kr)이라는 사이트가 개설돼 있다.

또 하나, 재능을 무료로 제공하는 재능기부 외에 저렴한 비용을 받는 '재능알바' 형태도 가능하다.

배다리에서 창작공방 '다행'을 운영하는 강영희씨는 "어르신 사진이나 가족사진을 저렴하게 찍어드리면서 스스로 내가 재능알바를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기분이 좋아진다"면서 "5천원이나 만원처럼 싼 비용에 재능을 나누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에게도 재능기부는 물론 한글을 입력하거나 행사장소를 청소하는 등 재능알바에 참여할 기회를 많이 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초등학생이라도 재능기부와 재능알바를 통해 나눔의 의미와 경제활동을 배우고 성취감을 맛보는 등 긍정적 효과가 많다는 것이다.

강씨는 "재능기부이든, 재능알바이든 자신이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방법으로 나누는 이들이 더 많아지길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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