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과 사랑을 노래하며 우리를 위로한 시인 조병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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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과 사랑을 노래하며 우리를 위로한 시인 조병화
  • 신은주 시민기자
  • 승인 2024.09.29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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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51회 배다리 시낭송회 열려 - 조병화 시인 추모하며 시 낭송

 

제151회 ‘배다리 시낭송회’는 9월 28일 오후 2시 인천시 동구 금곡동에 위치한 ‘아벨서점(2층 시가 있는 책길)’에서 조병화 시인을 추모하는 시낭송회로 열렸다.

시낭송회가 열리는 2층은 문화행사가 열리는 공간과 전시관으로 나뉘어있는데 전시관에서는 아벨서점이 소장하고 있는 조병화 시인의 책 54권이 전시되고 있다.

조병화 시인(1921~2003)은 경기도 안성 출생으로 1929년 경기도 용인 송전공립보통학교 입학, 서울로 이사하면서 1931년 미동 공립보통학교 2학년 편입하고 1941년 경성사범학교 보통과를 졸업했다. 1947년 인천중학교 교사, 1949년 서울중학교 교사로 재직하고 1959년부터 경희대 교수, 1981년부터 인하대 교수로 재직하다 정년퇴임했다.

김기림 시인의 주선으로 장만영 시인이 운영하는 출판사 산호장에서 방황의 시간 동안 써내려간 시를 묶어 첫 시집 『버리고 싶은 유산(遺産)』 출간을 시작으로 53권의 창작시집을 꾸준하게 세상에 내놓았다. 이 시집 가운데 25권은 외국어로 번역 출판되었다. 그림에도 관심이 많아 개인작품 전시회를 여러 차례 가진 바 있다.

한국시인협회 회장, 한국문인협회 이사장, 대한민국예술원 회장을 역임했으며, 세계시인대회 국제이사, 제4차 세계시인대회(서울, 1979) 대회장을 겸임했으며, 이 세계시인대회에서 추대된 계관시인(桂冠詩人)이다.

그가 수상한 여러 문학상의 상금과 그의 원고료는 창작활동을 돕는 기금이 되어 1991년부터 편운문학상(片雲文學賞)을 제정하여 이 상을 운영해 오고 있다.

인간의 근원적 고독을 주제로 삼은 조병화 시인의 시는 언어의 기교를 부리지 않으면서 많은 대중에게 존재의 의미를 확장시키며, 고독한 인생길의 방향을 찾는 사람들을 위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날 시낭송회 첫 시작은 아벨 서점 곽현숙 대표가 열었다. 책방을 운영하면서 헌책에 대한 사람들의 오해를 풀어내려는 생각에서 2003년부터 시작한 책 전시도 벌써 10년이 넘었다고 했다.

책방에서 자주 보이는 조병화 시인의 책을 보면서 모아보고 싶은 마음이 고이다 보니 50여 권이 넘게 되었고 책 전시와 낭송회로 모시고 싶어서 ‘조병화 문학관’의 도움을 받아 시인의 약력, 책들의 사진, 초상 자료를 도움 받아 책자에 넣을 수 있었다고 들려주었다.

곽현숙 대표는 이번 ‘조병화 시인 책전시’는 1921년에 태어나 일제와 해방과 6.25전쟁과 전후의 시간을 살아내며 삶을 기록한 책들의 역사 속에서 ‘시낭송회’로 글속에 담겨진 힘을 펼쳐보는 시간이 되어줄거라고 했다.

축제가 많이 열리는 가을에 시낭송회로 발걸음을 옮긴 참석자들은 조병화 시인의 전시를 보았던 기억, 강의를 들었던 기억을 함께 들려주면서 시 한 편 한 편을 낭송했다.

고독과 사랑을 노래한 시인의 시는 가을이 오는 길목에서 참석자들의 마음을 따듯하게 어루만지며 위로해주었다.

152회 배다리 시낭송회는 2024년 10월 26일(토) 오후 2시 최병관 시인을 초청해 열린다.

 

하루만의 위안

                                           조병화

잊어버려야 한다

진정 잊어버려야 한다

오고 가는 먼 길가에서

인사 없이 헤어진 지금은 누구던가

그 사람으로 잊어 버려야만 한다

온 생명은 모두 흘러가는 데 있고

흘러가는 한 줄기 속에

나도 또 하나 작은

비둘기 가슴을 비벼대며 밀려가야만 한다

눈을 감으면

나와 가까운 어느 자리에

싸리꽃이 마구 핀 잔디밭이 있어

잔디밭에 누워

마지막 하늘을 바라보는 내 그날이 온다

그날이 있어 나는 살고

그날을 위하여 바쳐온 마지막 내 소리를 생각한다

그날이 오면

잊어버려야한다

진정 잊어버려야만 한다

오고가는 먼 길가에서

인사 없이 헤어진 시방은 누구던가

그 사람으로 잊어 버려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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