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우항 / 언어인지상담사
연말연시가 되면 그 동안 떨어져 지냈던 가족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낼 기회가 많아 진다. 가족 친지들과 모이다 보니 자연스레 사촌들과도 만나게 되는데, 이때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아이의 친형제나 사촌형제와의 관계에 대해서 이야기해 본다.
2019년 12월부터 지금까지 언어, 인지 치료를 잘 받던 P아동의 어머니가 불현듯 당분간 못오시겠다는 말씀을 하셨다.
이유는 사촌언니가 P아동의 머리채를 뒤로 잡아당겨, 목쪽에 크게 부상을 당했다는 것이었다.
치료에 있어서 만큼은 그 누구보다도 열심이셨던 아동의 어머니는 김포에서 서울 왕십리까지 일주일에 두번 인지 학습 치료를 다니셨고, 아이가 힘들어 할때도 절대 쉬지 않으셨는데 P아동의 상태가 얼마나 안좋으면 치료를 다 쉬실까 걱정이 앞섰다.
P에게는 고등학교 언니가 한명 있는데 평소에 언니에게 버릇없이 군게 화근이었다. 한번은 P가 언니도 함께 우리 기관을 찾은 적이 있는데, 대기실에서 언니한테 욕을 하는 모습을 보았다. 그래서 P의 어머니께 "언니한테 욕을 저리 해도 되나요?" 하고 여쭤보니 "언니가 나이 차가 많이 나고 동생이 장애가 있다 보니 그냥 웃고 넘어가요."라고 하셨다.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시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언니에게 욕을 한다는 것은, 언니 이외에 친구에게도, 심지어 부모와 선생님께도 해당될 가능성이 높다. 이 일로 문제가 생길 수도 있겠다는 뜻이다.
아니나 다를까 사촌언니에게도 욕을 하니 화가나서 머리채를 뒤로 잡아당겨 목쪽에 크게 부상을 입은 것이었다.
욕을 한다는 것을 일반 사람들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어릴때부터 자신보다 윗 사람에게 욕을 한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매우 심각하다.
욕의 사전적 의미는 "남의 인격을 무시하는 모욕적인 말이나 남을 저주하는 말" 이라고 되어있다. 액면 그대로 보아도 욕은 나쁜것이다.
그렇다면 왜 욕을 할까?
첫번째, 배워서 하는 경우다. 주변 사람들이 습관적으로 욕을 해서 의미도 모른 체 배우게 된 것이다.
두번째, 보통 자신의 마음상태가 못마땅하거나, 화가 났을때 많이 하고 그 화를 표현하기 위해 많이 사용한다. 욕을 하게 되면 속이 시원하고, 자신이 화가 났음을 표현하는 것이 되기때문에 관심과 위로를 받는다. 오히려 긍정적 효가를 얻을 수도 있다. 욕의 순기능이다.
그러나 순기능의 전제조건은 꼭 욕의 대상이 그 자리에 있지 않은 상태에서(직접적으로 듣지 못하게)해야 한다는 것이다. 옛 말에 "없는 자리에선 나랏님 욕도 한다" 고 했다.
그런데 그 대상이 버젓이 있는 상태에서 그것도 윗사람에게 욕을 하게 되면 어찌될까? 더우기 자신의 욕구가 반영이 안된다면? 인간은 습관적 동물이기에 습관적으로 시원함과 관심을 받기위해 욕을 하게 된다. 욕이 일상이 되는 것이다.
경제학용어에 "한계효용 체감의법칙"이 있다. 같은 효용이 계속 반복되면 그 가치가 체감된다. 다시 말해 만족도가 떨어진다는 의미이며 더 강한 자극을 원하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만약 그 대상이 자신의 못마땅함을 해소시키지 못할 경우 어찌 되겠는가? 폭력적 행동으로까지 확산되지 않겠는가. 자신의 언니에게 무심코 하던 욕은, 윗사람 전체를 우습게 여기게 될 것이고, 이는 바로 사회 전반적 질서를 무시하게 되는 결과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이런 아이들에게는 주변 사람들부터 욕을 자제하고, 욕이 나쁘다는 사실을 인식시켜야 한다. 화가 났을 때, 숨을 가라 앉히거나 관심을 돌리고, 긍정적 방법(적절한 운동이나 취미활동)으로 해소하는 법을 배우게 해야 한다. 또한 가까운 심리치료기관(언어, 놀이, 음악, 미술, 운동치료)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말이 씨가 된다." 란 말이 있다. 아동들에게도 중요한 말이다. 서로에게 좋은 말을 하게 되면 그 선한 영향력들이 나중에 귀중한 일들로 발현된다는 뜻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