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나만 안보이는 것 -신우항 / 언어심리치료사
心不在焉 視以不見 聽以不聞 食以不知其味(심부재언 시이불견 청이불문 식이부지기미)
- 大學 七章 正心章
"마음에 있지 아니하면, 보아도 보지 못하고, 들어도 듣지 못하며, 먹어도 그 맛을 알지 못한다." 대학 7장 정심장에 나오는 말이다.
오늘은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보이는 것이 정작 당사자에겐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이야기해 본다.
2022년 1월의 어느날, 다소 성격이 급하고 강한 외모의 어머님이 건장한 M청년과 함께 내원했다.
"선생님!"
"우리애가 이상한가요?"
"어머님!"
"난데없이 그리 물으시니 당황스럽습니다. 무슨일로 오셨나요?"
"우리애가 고3 올라가는데요... 학교에서 문제가 있다해서, 가까운 기관에 가서 검사받았는데 발달장애로 나왔어요. 제가 지금까지 방치했다는 것인데..."
검사결과지를 보니 IQ59로 발달장애 진단이 맞았다.
"우리 애가 이리 머리 나쁜 아이가 아니에요. 어릴 때 학습지 선생님이 머리 좋다고 했어요... 이거 잘못 나온거 맞지요? 만약 사실이라면 어찌해야하고 물으니 방법이 없다고 하네요. 너무 늦었다고..."
"너무 걱정 마시구요, 제가 잠시 아드님과 대화를 해 보겠습니다."
간단한 질문만으로도 검사서가 틀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어머님! 제가 보기에도 진단은 잘못되지 않아 보입니다. 죄송하지만 어릴 때 어린이집 선생님이나 학교 선생님께서 특별한 말씀은 없으셨나요? 조심스럽지만 어머님께서 놓치신 부분이 있을 듯 합니다."
그제서야 어머님은 말씀을 하셨다. 어려서 부터 소심하고 몸이 약했던 M청년은 학교에서 왕따를 많이 당했다고 한다. 초등학교 에서도, 중학교에서도, 고등학교에서도...
다른 아이들처럼 소심하고 약해서 당하는 줄 알았지, 발달장애라서 당했다고는 전혀 생각을 못하셨다고 하셨다. 그런데 그런 착한 아이가 갑짜기 학교에서 수업을 받다말고 뛰쳐 나왔다고 하셨다.
조용하고 내색도 않던 학생의 돌출행동에 학교가 발칵 뒤집어 졌고, 그 사건 이후로 심리검사를 받고 발달장애인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하셨다.
그 오랜 세월 왕따를 당하면서도 내색하나 않고 참은 내 새끼가 너무 불쌍하다며 펑펑 우셨다. 나는 왜 그런 사실을 몰랐을까? 자책까지 하셨다.
"선생님! 우리 애 치료 가능 할까요?" "치료하면 좀 나아질까요?"
연이은 질문에 뭐라 답 할 수 없어 고개만 숙였다...
프리드리히 니체는 '강한 신념이야 말로 거짓보다 더 위험한 진리의 적이다'라고 하였다.
계란 껍데기의 강도는 부화할 때 병아리가 깨고 나올 수 있을 정도가 적당하다. 너무 약하면 알 속의 생명을 지킬 수 없고, 너무 강하면 병아리가 깨고 나올 수 없다.
신념도 마찬가지다. 너무 강하면 거짓보다 더 위험하고, 너무 약하면 자신의 뜻을 이어갈 수 없다.
M청년 어머님은 자신의 신념이 강해, 모든 사람이 볼 수 있었던 사실을 인정 하지 않았다. 또한 마음에 없어 보지도, 듣지도, 맛도 알지 못했다. 우리의 삶은 어떠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