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밥이다" - 급식을 반긴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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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밥이다" - 급식을 반긴 아이들
  • 이창열 기자
  • 승인 2019.06.11 17: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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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 26개 학교 생수로 급식 재개, 52개 학교는 오늘도 대체급식
 
서구 A초등학교 아이들이 급식이 재개된 11일 급식실에서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야~ 밥이다"
"맛있겠다~"

11일 오전 11시 20분 께 서구 가정동에 있는 A초등학교 급식실은 아이들의 왁자지걸한 소리로 활기가 가득했다.  이날 아이들은 일주일 만에 학교에서 밥을 먹었다. '붉은 수돗물' 사태로 중단된 급식이 일주일 만에 재개됐기 때문이다.

이  학교는 붉은 수돗물 때문에 지난주 화요일(4일) 급식이 중단돼 4일과 5일 대체급식을 했다. 6일부터 9일까지는 현충일 샌드위치 휴일로 학교장 재량휴무을 가졌고 이번주 월요일인 10일도 대체급식을 했다. 그동안 대체급식으로는 빵과 우유, 음료수, 바나나, 구운달걀을 제공했다.

2015년에 개교한 이 학교 급식실은 500명이 동시에 밥을 먹을 수 있는 현대식 시설로 넓고 깨끗하다. 전교생은 1천400여명으로 저학년 아이들이 이 시간에 먼저 밥을 먹고, 다음으로 고학년 아이들이 오후 1시까지 급식을 먹는다.

일주일 만에 급식이 재개된 이날 아이들은 평소 급식 때보다 활기차 보였다. 반찬이 무엇인지를 살펴보고 어떤 반찬이 맛있겠다고 서로에게 이야기를 건네기도 했다.

차례를 기다려 배식판을 받아든 1학년 김수현(8)군은 “3일 동안 빵을 먹었는데 퍽퍽해서 먹기 힘들었다”며 “오랜만에 학교 급식을 먹어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5학년 유상민(12)군은 “밥 대신 빵과 바나나를 먹을 때는 집에 가면 금방 또 배가 고팠다”며 “학교에서 먹는 밥이 집보다 더 맛있다”며 환하게 웃었다.

선생님들의 표정도 밝았다. 5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한 선생님은 "아이들이 점심에 밥 대신 빵과 우유를 먹는 게 안타까웠는데 급식이 재개돼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며 "하루빨리 아이들이 안심하고 마실 수 있는 깨끗한 수돗물이 공급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A초등학교에 조리용으로 사용할 생수가 쌓여 있다.


이 학교는 10일 학부모회, 학교운영위원회 간담회를 열고 급식 재개를 결정했다. 간담회를 통해 쌀 세척은 필터로 여과한 수도물로 하고, 밥 짓는 물은 생수를 구입해 사용하기로 했다. 또 수돗물로 세척이 필요한 육류와 어류, 채소류 사용을 자제하고 물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마른반찬과 볶음, 튀김류 위주로 메뉴를 짜기로 했다

이날 급식은 잡곡밥에 치킨바베큐와 멸치볶음, 깍두기, 아이스망고가 반찬으로 나왔다. 당초 이날 예정된 식단은 친환경보리밥에 동태찌개, 허브찹쌀탕수육, 숙주나물무침, 배추김치 등이었다.
 
물 사용을 최대한 억제한다지만, 물 사용량이 작을 수 없다. 아이들에게는 1일 음용수로 500㎖ 생수 1개씩을 제공하는 물값 만 하루 23만원에 이른다. 물 사용을 최소화해도 조리에는 하루 2ℓ짜리 생수 50통이 필요해 조리용 생수 값도 3만원이 넘게 들어간다.

하루에 들어가는 생수 값이 대략 27만원을 웃돈다. 이 학교는 생수 값을 서부교육지원청을 통해 서구청에 청구할 예정이다.  

이날 서구에서 생수를 이용해 급식을 재개한 학교는 13개 교다. 급식 재개 학교가 전날 10개 교를 포함해 23개 교로 늘었다. 하지만 52개 학교는 오늘도 급식을 재개하지 못하고 빵과 우유 등으로 대체급식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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