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시민들이 많이 찾도록 해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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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시민들이 많이 찾도록 해야지요"
  • 이병기
  • 승인 2010.11.06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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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in이 만난 사람] 최창식 '영화공간 주안' 관장


최창식 '영화공간 주안' 관장

취재: 이병기 기자

솔직하고 직설적이다. 꽤 오랜 시간 금융권에 몸을 담아서인지 눈은 매섭고 입은 굳게 다물어 있다.

스스로도 첫 인상은 "좋지 않다"라고 말하지만, 이내 "알고 보면 사람들하고 굉장히 놀기 좋아하는 성격"이란다.

한창때는 '서울대 문리대 주선대회'에서 입상할 정도(술 많이 마셨다는 뜻)였다는 그는 "누가 저녁거름에 호프 한잔 하자"고 하면 대 환영이다. 다만 지금은 예전만큼 마시지 못한다고.

지난 9월7일 부임한 '영화공간 주안'의 최창식(57) 관장이 이번 '인천in이 만난 사람' 주인공이다.

'금융권에 종사했던 사람이 왜 '생뚱'맞게 예술영화관 관장으로 왔을까?'

혹여 "남구에 딴지를 걸어 볼까"하고 생각했던 이들을 위해 미리 이유를 밝히고 넘어가자.

"대학 다닐 때 내가 우리나라에서 탈춤반 동아리를 처음 만들었어요. 그 뒤에도 문화운동에는 계속 관심을 기울였고, 회사에 염증을 느꼈을 때는 영화와 관계된 일을 하기도 했어요. 장선우 감독하고 같이 배우 정선경씨 데뷰작이었던 '너에게 나를 보낸다'를 잠깐 했죠. 주로 펀딩 관련 일을 했는데, 갑자기 회사에서 중국 지점장으로 발령을 냈어요. 거절하지 못할 상황을 만들었어요. 결국 중간에 그만뒀죠."

홍콩과 상하이 등 10년 정도 중국 전역을 돌다 IMF 때 한국에 들어왔다. 지금은 퇴직한 지 5~6년 됐는데 얼마 전 기회가 닿아 '영화공간 주안' 관장으로 오게 됐다.


좋다. 이왕 시작한 거 미리 툭 까놓고 시작하자.

원래 집은 서울이다. '영화공간 주안' 관장직 제안을 받고 지난 8월 남구 주안7동으로 이사왔다. 부인과 아이들은 아직 서울에 있지만, 곧 인천으로 이사할 계획이다.

"가족은 애들 때문에 내년 쯤 올 생각이예요. 두 명 있는데 모두 졸업반이라서. 요즘 모든 부모들 소망이자, 제일 큰 청탁이 취직이잖아요. 그 정도로 취직이 힘든데, 어떤 직장이든 얻었으면 좋겠죠. 둘이 서울에서 직장을 얻으면 집이나 마련해 주고…. (부인은 그때 내려오겠죠?)"

얼마 전 지용택 새얼문화재단 이사장이 공무원들을 상대로 한 강의 중 정치인들을 꼬집으며 한 말이 있다.

"어떤 정치인이든 아내(남편)와 자식이 인천에 있는 사람을 뽑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선거기간이 아닌 동안에는 다시 떠나가 버려요. 본가가 인천에 있고, 지역 사람들과 부대끼며 함께 살아야 합니다."

송영길 인천시장도 최근 인천 출신 유명인사를 찾으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다른 지역 인사를 인천으로 이사오게 하기 위해 발에 땀이 나도록 뛰고 있으니, 집 얘기는 이 정도면 마무리가 부족할까?

판단은 독자들 몫일 터. 추가 문의사항은 저녁거름에 호프를 마시며 직접 물어보자. 아직 기사에 담지 못한 속 얘기라도 있을지…. 

아직 부족한 감이 있는 사람들을 위해 조금 더 얘기를 들어보자.

"사실 예술영화가 재미가 없어요. 드라마도 막장이나 섹스, 폭력 같은 것들이 많죠. 한편으로는 최근 훌륭한 예술영화 작품도 없어요. 호소력이 좀 떨어지죠. 결국 마니아층이 그나마 잘난 척 하느라 봐요. 하지만 인천의 경우 접근성이 좋아 서울 광화문이나 동숭동에 가서 보고 나머지 서울에서 보지 못하는 사람들이 여기 옵니다."

지난 8월 기준 '영화공간 주안'을 찾은 관객은 월 2500명 가량. 하루 한 번 오후 3시에 상영한 무료관객까지 포함한 수다.

"복이 있었는지 어쨌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오자마자 영화를 새로 틀었는데 9월에는 5천명이 넘었어요. 유료관객까지 합쳐서요. 영화 특성상 단체 중에서도 성당에서 많이 왔죠. 마케팅도 많이 했어요. 오늘도 노인복지센터에서 단체로 오셨죠. 원래는 5천원인데 20% 할인해서 4천원이에요."

'영화공간 주안'은 우리나라 최초로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예술영화관'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우리 다음엔 전주에 하나 있고, 성북구에도 있는데, 거긴 상업영화를 같이 해요. 요즘 화두가 복지잖아요. 문화복지. 영화는 종합예술이기 때문에 문화복지라고 할 수 있죠. 저렴한 가격에 좋은 영화를 제공하고. 요즘엔 퇴직자들이 많잖아요. 50세만 넘어도 직장 없는 사람도 많고…."

두 달 동안 '영화공간 주안'에서 지내며 어떤 구상을 했을까?

"자유공원을 보면 노인들이 많아요. 사행성 놀음이라든가, 종묘에 '박카스 아줌마'? 그런 것보단 교통비 정도만 있으면 여기 와서 좋은 영화 한 편 보고, 옛날 생각도 하면 좋을 것 같고요. 누가 해도 마찬가지겠지만, 관객이 없을 때는 식은땀이 납니다. 좋은 영화를 틀어도 사람들이 들어오지 않으면….(소용이 없죠) 한 명, 두 명 와서 재벌이 보듯 영화를 봐요. 아예 없을 때는 영화를 틀지도 않죠."

내용을 짐작하면 우선 '영화공간 주안'을 찾는 사람이 많아야 한다는 얘기 같다.

"일반적으로 예술영화가 힘들어요.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우리에게 주는 돈이 3천만원인데, 작년까지만 해도 그 돈을 어디에 쓰던 상관을 안 했어요. 지금은 '감사'하겠다고 하네요. 다른 데 쓰지 말고 기획과 홍보에만 신경을 쓰라는 거죠. 일단 '영화공간 주안'을 시민들이 알아야 해요. 남구 주민들도 별로 모르니 인천시 전체로는 거의 모를 테죠. 가격이 싸니 대학생이나, 다큐멘터리에 관심 있는 NGO 단체에 홍보도 하고요. 여기저기 많이 알려야죠."

최근 전국 예술영화를 보면 상영되는 작품들이 비슷하다고 한다. 특별한 영화가 없다고. 예술영화가 다양화하고 많이 제작되면 영화를 선정하는 프로그래머가 필요하겠지만 아직은 이르다고 한다.

"청소년쪽도 홍보를 많이 하려고 해요. 고등학생은 입시 때문에 힘들고, 초등학생이나 중학생 정도. 대학생들에게도 '너희들 여기 와서 재벌처럼(관객이 별로 없으니 한적하게) 데이트하라' 하는 거죠. 노인들도 와서 추억이 담긴 영화 보고요. 지금은 하루평균 50명 정도 오는데 200명까지 늘려볼까 구상중이예요."


영화공간 주안 홈페이지

인천 남구가 야심차게 추진중인 유네스코 창조도시 등재를 위해선 '영화공간 주안'의 구실도 적지 않다. 최 관장은 이를 위해 '영화공간 주안'이 창조도시 인프라로서 사람이 많이 찾는 곳으로 돼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유치원 발표회도 '영화공간 주안'에서 할 수 있도록 저렴하게 대관한다는 계획이다. 또 로비에 아이들이 보는 만화책이나, 청년층이 보는 책, 영화관련 서적 등 1천권의 책을 소장한 북카페를 만들겠다고 한다. 아울러 저렴한 가격에 맛 좋은 커피는 필수다.

"학생들 스타벅스 가서 컴퓨터 하고 숙제 하는데, 우리도 북카페 만들어서 편안한 공간 만들어 주겠다는 거예요. 거기가 한 5천원 되나요? 우린 1천원에서 1500원이에요. 거기보다 의자도 편하고. 북카페의 책도 교수 자문을 받아 최근 200여권 들여놨어요. 좁은 데서 놀지 말고 '영화공간 주안'에 와서 편하고 싸게, 음악 들으며 지내라는 거죠."

금융업에 종사했던 이 답게 경영에 대해서도 비즈니스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고 그는 강조한다.

"솔직히 제일 편한 건 돈은 돈대로 쓰고 손님이 오든 말든 하는 건데…. 비즈니스 마인드를 갖고, 보조금으로 시작했지만 멀지 않아(내년은 아니라고 말함) 보조금이 없다고 생각하고 운영해야죠. 이 빌딩 공간이 구청 소유니 이것만 빌리고 운영비나 인건비는 자체 해결할 시기가 곧 오지 않을까요. 가급적이면 한 관 정도는 반 정도 상업적 영화도 구상하고 있어요. '막장' 아닌 영화들을."

그는 끝으로 한마디를 한다.

"주부들을 위해 생각해 놓은 게 있어요. 예술의 전당에서 했던 것처럼 '11시의 브런치 콘서트' 같은 거죠. 또 영화감독 불러서 직접 만나는 시간도 마련하고요. 마니아층부터 주부, 노인, 어린이 등 모두 좋은 영화를 볼 수 있도록 선정하고 홍보도 많이 하겠습니다. 많이 오세요."


영화공간 주안
홈페이지: http://www.cinespacejuan.com/
문      의: 032-427-67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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