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천상륙작전’ 감상문대회, 예매율 보태기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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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인천상륙작전’ 감상문대회, 예매율 보태기 논란
  • 배영수 기자
  • 승인 2016.08.05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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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업계 일부 “비정상적인 영화감상 유도” vs 보훈청 “호국보훈행사일 뿐”

인천보훈청에 고시돼 있는 감상문대회 공문 전문.
 
인천보훈지청이 영화 ‘인천상륙작전’에 대해 감상문 대회를 실시하면서 일부 영화업계에서 여러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대회를 통해 영화감상을 유도해 현장 및 예매점유율을 높이는 데에 의도적으로 힘을 보태는 게 아니냐는 의견인데 인천보훈지청 측은 이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5일 영화업계의 한 관계자는 “인천보훈청이 인천시민들을 대상으로 관내 5개 CGV 관에서 영화를 보고 감상문을 접수하는 대회를 개최 중에 있다”면서 관련 공문 하나를 기자에게 건네줬다. 이 공문과 인천보훈청 홈페이지 등을 확인한 결과 인천보훈청이 이를 직접 주최하고, 인천시와 시교육청, 시의회와 일부 지역언론사 등이 후원을 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감상문은 온라인으로도 접수가 되고 해당 CGV 개봉관에서도 접수가 된다. 9월 19일까지 접수할 수 있는데 사실상 영화가 개봉관에서 종영될 때까지 접수를 받는 것이다. 초등부서부터 중-고등부, 대학일반부까지 참가부문을 세부적으로 나눠 총 20명 내외에게 인천시장상과 교육감상 등 수상을 하는 내역도 안내가 돼 있는 상황.
 

◆ 영화업계 “예매점유율서 ‘인천상륙작전’ 반등, 정상 아냐” 의혹
 
영화업계 일부에서 이러한 행정에 대해 비판과 의심을 보내고 있는 분위기다. 국가 단위 유관기관이 직접 나서 ‘점유율 올려주기’에 힘을 보태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 인천보훈청 말고도 전국 보훈청에서 인천상륙작전과 관련된 행정력 투입이 이루어지는 상황이다. 부산보훈청의 경우 참전유공자에게 이 영화의 관람기회를 제공하고 있고, 강원동부보훈청의 경우에도 국가유공자의 유족 학생들을 대상으로 초청 영화관람 등을 실시하고 있다. 국가보훈처 단위로 투입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 전국 곳곳의 보훈청에서 이같은 행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영화 예매점유율에서도 다소 이상한 분위기가 엿보이고 있다. 실제 인천상륙작전은 박스오피스는 1위를 기록 중에 있지만 지난 3일 기준으로 예매점유율 순위에서는 4위로 처져 있었다가 4일 다시 1위로 오른 바 있다.
 
기자가 업계 관계자들에게 직접 이를 문의해 봤다. 현장판매가 이 순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데, 보통 한 번 처지면 다시 1위로 오르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그중 한 관계자는 “특정단체에서 관람을 유도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관련 업계에서 이같은 의혹을 상당히 많이 보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국제시장 영화처럼 학교나 단체들을 동원했거나, 인천보훈청처럼 관람을 유도하는 대회를 열어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지난 ‘국제시장’ 영화가 개봉했을 당시 서울과 부산 등지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단체관람을 진행했다던가, 이번 인천보훈청처럼 관련 대회로 감상을 하게끔 유도하는 것은 업계에서 소위 ‘뻔한 의도’로 해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신을 30대 후반이라고 밝힌, 서울의 한 영화사에 근무하는 직원은 “예전에 초등학교가 ‘국민학교’로 불리던 시절 학교 운동장에 천막치고 500원씩 내고 그 천막 안에 들어가 이승복 어린이 영화 등의 반공영화를 보던 때가 생각이 나는데, 장소만 학교 천막에서 CGV로 바뀌었을 뿐 호국보훈의달(6월)도 아닌 상황에서 1980년대에나 있었던 일을 재현하면서 관객 동원을 하는 꼴”이라며 비판했다.
 
이 직원은 또 “CGV에서 직접 감상문을 접수받는 등의 행정은 아마 이 영화가 CJ와 배급계약을 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관여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해당 영화사가 가벼운 코미디 영화 대부분은 S배급사와 계약을 하고, 다소 심각한 내용의 영화는 CJ와 배급계약을 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인천상륙작전’의 인천 내 배급이 CJ와 이루어지면서 흘러간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인천상륙작전 영화 스틸컷 중 한 장면.
 
◆ 인천보훈청 “관객 수 영향 적고 순수 호국행사에 불과” 반박
 
반면 인천보훈청은 이러한 의혹이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한다. 감상문대회는 단순히 호국보훈의식의 고취를 위해서이며 감상문대회 자체로는 관객 수에 큰 영향이 없다는 게 보훈청의 입장이다.
 
인천보훈청 관계자는 “예매율 등을 올리려는 의도라며 의혹은 보내는 건 깜짝 놀랄 일”이라며 “우리는 사실 그 영화의 예매율에는 관심이 없고, 영화가 호국보훈의식 고취에 도움이 될 내용이 담겨 있는 만큼 그 자체가 목표지 다른 의도는 없다”라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또 우리 지청이 그렇게 큰 기관도 아니라서 감상문에 참여한 사람들에 의해 관객 수가 비약적으로 올라가리라고 생각도 안 하고 있었다”면서 “이러한 내용의 감상문대회는 국가보훈처나 우리 보훈청으로서는 당연한 일이며 오히려 영화 개봉 시점에서 아무것도 안 하는 게 직무유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보훈청 측은 “호국보훈의달의 경우 나라에서 지정한 시기가 따로 있지만, 실제 호국행사들은 연중 정말 자주 하는 편”이라며 “9월에만 영흥도 엑스레이작전 추모행사와 팔미도 등대 탈환 점등행사, 재일학도 의용군 추모행사 등 4~5건이 있고, 10월에 인천학도의용대 추모 행사, 12월 순국선열의 날 등 많은 호국행사들이 있는 만큼 이 감상문대회도 연중 수시로 하는 호국행사의 일환으로 봐주길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다.

 
◆ KBS, 영화 관련 보도만 52건... 민언련 “어이없는 행태” 비난
 
그런가 하면 공영방송인 KBS에서 영화 ‘인천상륙작전’의 홍보를 아예 대놓고 한다는 비판도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KBS의 자회사인 KBS미디어가 30억 원을 투자하면서 영화가 잘 되는 만큼 이익이 돌아오는 상황이 되자 공영방송 전파를 통해서까지 노골적으로 홍보에 열을 올린다는 지적이 바로 그것이다.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이 4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8월 13일부터 올해 8월 3일까지 1년 여 기간 동안 KBS는 ‘아침뉴스타임’부터 ‘뉴스9’까지 모든 시간대의 뉴스에 걸쳐 총 52건의 ‘인천상륙작전’ 관련 보도를 낸 것으로 나타나 있다.
 
민언련 측은 해당 보도 52건을 세부적으로 나눠 ‘노골적인 영화 홍보’는 35건, ‘영화를 빌미로 북한 비판 보도’는 7건, ‘한국전쟁의 승리 강조 보도’는 10건으로 그중 메인 뉴스인 ‘KBS 뉴스9’에서 6건의 관련 보도가 나왔다고 전했다.
 
민언련 측은 “정말이지 경악할 만한 건수로 영화가 크랭크인하기도 전인 지난해 8월부터 대놓고 홍보를 한 꼴”이라며 어이없다는 입장이다.
 

‘인천상륙작전’ 영화의 주연배우 이정재가 KBS1 TV 뉴스에 출연하던 모습.

또 최근 KBS가 영화 ‘인천상륙작전’의 홍보 보도를 거부한 두 명의 문화부 소속기자들을 징계키로 하면서 비판을 받고 있기도 하다. 전국언론노조 KBS 본부는 지난 3일 공식성명서를 내고 “문화부 팀장과 부장이 ‘인천상륙작전’이 관객에게 높은 인기를 얻고 있음에도 평론가들이 낮게 평점을 준 사실에 대해 비판적으로 보도할 것을 지시했는데, 이를 거부한 기자들에게 경위서를 쓰게 하고 징계 회부에 이르렀다”고 전하면서 비판의 도마에 올라 있는 상황.
 
영화업계의 한 관계자는 “해당 영화사는 그전에도 ‘아이리스’와 같은 드라마를 통해 KBS와 인연이 있었다”면서 “최근 KBS의 노골적인 보도 방향과 과거의 인연이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고 100% 확신할 수는 없지만, 영화 ‘인천상륙작전’의 투자와 홍보 마케팅 등과 관련해서 영화사와 방송사 간 일종의 ‘커넥션’을 의심할 수도 있는 정황은 분명히 있다”고 의심을 보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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