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운송원가를 버스업체가 산정... “고양이에게 생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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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운송원가를 버스업체가 산정... “고양이에게 생선을...”
  • 배영수 기자
  • 승인 2015.09.03 16: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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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도 "용역에 객관성과 투명성 저해 가능성 많다"

 
인천시가 버스 준공영제 운영 과정에서 운송원가 산정을 제대로 관리 감독하지 못하고 운송 주체인 버스업체에 맡겼던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시가 특감을 통해 뒤늦게 잘못을 시인했지만 그간 “버스업체에 질질 끌려 다닌다”는 행정력의 평가가 드러난 것이어서 시민들에게 큰 실망을 주고있다.
 
인천시는 2일 ‘버스 준공영제 특정감사 결과보고서’를 공개했다. 이 보고 내용에 따르면, 시가 지난 2011년과 올해 두 차례에 걸쳐 표준운송원가 산정 용역을 추진하며 ㈔수입금공동관리위원회에게 특별회계 예산을 이용해서 용역을 발주했던 것으로 나타나 있다.
 
문제는 이 위원회가 지역 버스업체들이 연합해 설립한 법인이라는 점이다. 버스 수입금을 각 업체에 배분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이 위원회가 운송원가 산정 용역을 했다는 얘기는, 시민들의 대중적인 이동 수단의 운송 원가를 버스업체들이 스스로 계산했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사실상 관리감독이 없는 상태에서 용역을 추진하는 측에서도 사실상 버스 업체에게서 돈을 받아 진행하는 것이다 보니, 원가 계산을 버스 업체들 뜻대로 해도 걸릴 것이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산정된 운송원가는 시가 이들 버스업체에 지원하는 근거가 되며, 이 지원액은 모두 시민들의 주머니에서 나오는 돈이다. 

인천시도 이같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결과’를 인정하고 있다. 시는 보고 내용을 통해 “용역 진행에 있어서 객관성과 투명성이 저해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많다”고 지적해 사실상 잘못을 인정하고 있다.
 
실제 운송원가 계산 상태도 제대로 검증한 것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 회계법인을 이용하지 않고 주먹구구식의 검증을 진행한 점이 드러난 것. 실제 지난 2011년 운송원가 계산 과정에서 전문 회계법인의 결산서가 없이 업체가 내놓은 장부를 소위 ‘약식’으로 처리한 것.
 
또한 주말 등을 이유로 휴무하는 차량에도 부조리하게 예산이 지원된 점도 드러났다. 이에 대한 부당지원금도 180억 원 가량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는 이와 관련해 주의 및 시정 6건, 개선 21건, 개선권고 10건, 제도개선 4건 등 총 41건을 지적하며 담당 부서에게 “버스 준공영제 개혁을 통해 예산을 절감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 관계자는 “감사에서 드러난 내용들이 있으니 개선작업을 서둘러 진행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인천시의 버스 행정에 대한 부조리는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 1월에는 감사원이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인천시 등 10개 광역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교통 관련 보조금 집행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한 결과, 인천시는 적정이윤의 과대 책정 77억 원을 비롯해 110억 원이 넘는 예산이 버스업체에 과다 책정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당시 이 문제는 지역 언론들이 앞을 다투어 보도하면서, 버스업체들로 구성된 조합이 시에 일종의 로비 혹은 압력을 행사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시민사회에서 일어나기도 했다. 이에 인천시가 “시민단체와 인천버스운송사업조합, 인천발전연구원 관계자와 실무 공무원 등 총 15명으로 이루어진 준공영제 운영개선 및 재정절감 T/F팀을 구성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시 기자가 확인 결과 이 T/F팀에도 버스업체 및 시 관계자들이 대다수로, 보조금 문제를 강력히 비판해온 인천사회복지보건연대의 관계자 한 명만 참여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정책 결정에서 ‘다수결’에 밀릴 수밖에 없게끔 구성된 것으로, 당시 지역사회의 큰 빈축을 사기도 했다.

2012년에는 인천시 버스조합이 인천시 몰래 롯데이비카드와 2026년까지 결제 시스템에 대한 장기 계약을 맺은 것이 드러나기도 했다. 행정적 조치가 시급하다는 의견은 지금도 나오고 있는 형편이다. 그럼에도 현재까지 버스조합과 롯데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있고, 시 역시 손을 놓고 있는 상황.
 
또 지난 2009년에는 현 연수구청장인 이재호 전 시의원이 당시 구성되어 있던 ‘인천시 대중교통 정책자문위원회’에 참여했을 때 버스업체 관계자들의 고압적인 태도를 접했다는 뉴스 보도가 흘러나온 바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공직자는 “버스행정 부서는 인천시청 내 모든 부서들 중에서도 스트레스가 굉장히 심한 것으로 안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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