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중구는 때 아닌 ‘4월의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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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중구는 때 아닌 ‘4월의 크리스마스’
  • 김선경 기자
  • 승인 2015.04.02 19: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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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포동 크리스마스 트리축제 시설물 방치돼, 각종 불편 야기
 
중구 신포동 금강제화 앞 도로에 철거되지 않고 있는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
 
중구 신포동에 크리스마스 트리축제 당시 설시된 시설물이 철거되지 않아, 때 아닌 봄에 크리스마스 시설물로 인해 주민들이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조직위원회가 대회를 치르고 남은 예산을 각 구에 지원하기로 해 중구에도 1억 원을 지원했고, 이를 중구가 구의회와 논의를 거치지 않고 크리스마스 문화축제에 지원해 축제를 개최한 바 있다.
 
그때 세워진 크리스마스 트리와 시설물들이 겨울이 한참 지난 4월에도 신포동 거리 곳곳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운전 시 주행자의 시야거리를 막는 등 불편함을 야기하고 있다.

신포동의 한 상점주인은 “트리가 설치돼 로터리처럼 거리가 변했는데도, 시야를 확보하기 위한 거울이 설치돼 있지 않아 고양이가 치여 죽는 등 교통사고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좁은 상거거리에 많은 차들이 오고가는 신포동 금강제화 앞 도로에 문제의 크리스마스 대형트리가 자리를 잡고 있어, 택시기사들도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인근 개항로 15-1 사거리에 설치된 루돌프 사슴 조형물도 여러 달째 먼지를 뒤집어 쓴 채 인도를 막고 있어, 인근을 지나는 관광객들을 어리둥절하게 하고 있다. 
 

4개월째 루돌프 사슴이 먼지를 뒤짚어쓴 채 방치돼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중구 문화예술과는 "시설물 철거 날짜를 정확히 알려줄수 없다"고 회피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와 관련해 김규찬 중구의원은 “중구가 크리스마스 축제진행 시 구체적인 계획수립과 사전조사를 하지 않았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축제 시설물들이 철거되지 않는 상황에 대해서 김 의원은 “불법으로 예산을 지원해놓고 그 예산에는 철거예산이 포함돼있지 않아 철거를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선시공, 후예산으로 축제를 과도하게 진행해놓고도 정작 사람들이 많이 방문하지 않아 예산을 낭비했다”고 중구청을 비판했다.
 
 
중구는 신포시장 내 '파리 개선문'을 표방했지만, 결국 이러한 흉물스러운 UFO모양의 조명 시설을 만들었다.

또한 중구는 크리스마스 트리 외에도 각종 시설물들을 사전 동의 절차없이 설치해, 주변 주민들과 상인들이 생활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신포동 내 작년 8월에 설치된 조명시설물 때문에 장사에 차질이 생긴 한 상점 주인을 지난 1일 만나봤다. 그는 “상점 앞을 가려버리는 시설물이 내 동의도 없이 갑자기 하루아침에 진행됐다”며 “이 시설물 설치 과정에서 상점 앞 대지가 낮아져, 비가 조금이라도 오는 날이면 물웅덩이가 생겨버리기 때문에 이번 장마철을 어떻게 날지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이 상점 주인은 “이를 시정해달라고 중구청에 건의했으나 중구청 관계자와 시공업자들은 서로에게 책임을 미루고 있다”며 “시공 전에 나와 사전에 상의를 했다면 방안을 같이 논의했을 텐데, 중구청장은 ‘이미 설치한 것을 없애자는 거냐’며 무책임하게 피해자인 자신에게 화를 냈다”고 호소했다.
 
한편, 중구는 신포시장을 ‘차 없는 거리’로 만들겠다고 2011년에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아직도 도로와 인도가 나눠져 있고 차들이 들어올 수 있기 때문에 충돌위험이 존재하고 있다. 

실제 신포동의 한 상점주인은 “차들이 와서 시설물을 긁거나 박기도 한다”며 “계속 이러다가 시설물이 무너지는 건 아닌지 무섭다”고 전했다.

관광을 통해 중구를 활성화하겠다는 중구청이 무리하게 설치한 각종 시설물들 때문에 주민과 상인들의 불편은 물론, 중구 일대가 때아닌 '4월의 크리스마스'를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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