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 쓰레기매립지 늪에 빠진 유정복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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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분석] 쓰레기매립지 늪에 빠진 유정복 시장
  • 이희환 기자
  • 승인 2015.01.30 00: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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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와 서울시 전략에 넘어가 인천시민들만 갈팡질팡
  
서울시 기후환경본부가 서울시의회 제256회 임시회 환경수자원위원회 회의(9.22)에 보고한 [주요현안 업무보고] 중 "수도권매립지 사용기간 연장" 현안 보고문서

인천시가 수도권매립지의 소유권을 넘겨 받는 대신 현재의 수도권매립지 사용을 연장키로 합의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이를 뒷받침하는 서울시의 전략이 담긴 문건을 [인천in]이 확인했다. 

지난 1월 9일 환경부(장관 윤성규)와 서울특별시(시장 박원순), 인천광역시(시장 유정복), 경기도(도지사 남경필) 등 4자협의체는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제2차 회의를 개최하고, 수도권매립지 관련 유정복 시장이 제안했던 선제적 조치에 합의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4자협의체가 합의한 선제적 조치는 지난해 12월 3일 유정복 인천시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제안한 것으로 ① 수도권매립지 소유권과 면허권의 인천시 이양, ②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의 인천시 이관, ③ 수도권매립지 주변지역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정책 추진 등이다. 
 
인천시청 앞에서 농성중인 매립종료인천시민투쟁위원과 새정치민주연합 인천시청 특위 위원들 
(사진출처 = 매립종료인천시민투쟁위원회 밴드)

이 같은 합의 발표가 있자 서구지역 주민들을 중심으로 결집한 ‘매립 종료 인천시민 투쟁위원회’(공동위원장 정경옥, 전상덕, 이하 '투쟁위')가 지난 24일 인천시청 앞 미래광장에서 유정복 시장이 사용 연장을 이면합의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며 수도권매립지 2016년 사용 종료를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와 홍보를 이어가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인천시당도 매립지종료 특별위원회(공동위원장 김교흥, 신동근)을 구성하고 30일 현재 인천시청 앞에서 천막농성을 5일째 이어가면서 2016년 매립지 종료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1월 9일 합의가 이처럼 매립지 사용 연장과 연계된 것 아니냐는 의혹과 거센 후폭풍이 일자 인천시 환경녹지국과 유정복 시장은 매립지 소유권 등이 넘어오는 선제적 조치는 그동안 주민들의 희생에 대한 대가하면서 "매립지 사용연장과 관련한 이면합의는 있을 수 없고, 매립 종료 여부는 앞으로 서울시 등과 논의해 해결할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매립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민협의회를 부랴부랴 구성해 26일 첫 회의를 가졌으나 출발부터 성격이 모호한 협의회로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인천만 부글부글, 서울, 경기도는 잠잠(?) 

1월 11일 인천시는 선제적 조치 합의로 인해 인천시가 얻게 될 경제적 이득이 무려 13조 원에 이를 것이라고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인천시의 발표대로라면 수도권매립지에 가장 많은 지분을 가지고 있는 서울시(서울시 71.3%, 환경부 28.7%)는 엄청난 손해를 보는 선제적 조치에 합의한 것이 된다.

또 유정복 시장이 언급한 것처럼, 선제적 조치 합의는 그동안 인천 서구 주민들의 희생의 댓가로 매립지 사용연장과 관련한 이면합의는 전혀 없이 ① 수도권매립지 소유권과 면허권의 인천시 이양, ②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의 인천시 이관, ③ 수도권매립지 주변지역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정책 추진 등을 서울시와 경기도가 양보하고 환경부까지도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노동조합의 반발을 무릅쓰고 양호한 것이 된다. 

그러나 이런 통큰 양보를 한 것에 비해 서울시의회나 경기도의회 혹은 두 지자체의 시민단체 등에서는 아무런 반응이 나오지 않고 있다. 오직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노조에서만 공사의 인천시 이관에 반대하는 입장을 개진하고 있을 뿐이다.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 이와 같은 상황 속에서 [인천in]은 서울시 담당 부서와 통화를 시도했다. 매립지 연장 문제에 대한 이면 합의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대해 서울시 자원순환과 담당자는 명확한 답변을 주지 않았다. 그러나 쓰레기 대란을 피하기 위한 세 지자체간의 합의가 있어야 서울시가 갖고 있는 인천시의 지분을 넘겨줄 수 있지 않겠느냐는 답변을 내놓았다. 

이인근 서울시 기후환경본부 자원순화과장도 [티브로드]와의 인터뷰를 통해 "서울시와 경기도 인천시가 먼 미래까지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쓰레기 관리를 하겠다는 합의가 있어야 지분 권한 등을 넘길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서울시청 홈페이지에서 1월 9일 합의 이후 생산된 수도권 매립지 관련 결제문서가 비공개 문서로 분류돼 있다. 

1월 9일 선제적 조치에 대한 4자협의체의 합의 발표 다음날 [조선일보]는 "1조원짜리 거래"라고 표현하며 인천시가 매립지 사용 연장을 1조원대에 이르는 매립지 매립 면허권과 토지소유권을 바꿨다는 내용으로 보도한 바 있다. 

[조선일보]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가 "수도권 주민들이 2017년 이후 사용할 쓰레기 매립 부지를 마련하려면 준비 시간이 촉박하다는 점도 파격적 선택의 주요 원인이 됐다."고 보도하면서 "수도권 매립지의 3매립장을 예로 들면, 정상적인 공기는 57개월, 최대한 공기를 줄여도 36개월은 걸리는 것으로 분석됐다"면서 "현재 사용 중인 2매립장의 사용 기한은 2016년 말까지이지만 1년 정도 더 매립이 가능하기 때문에 지금부터 3매립장 준비에 들어가면 쓰레기 대란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정부 관계자의 말까지 전했다.

인천시가 쓰레기매립지의 사용 연장을 사실상 수용하는 조건으로 선제적 조치를 받아냈다고 볼 수밖에 없는 대목이며, 서울시와 경기도가 잠잠한 이유다.

서울시의 매립지 사용연장 전략 담은 문건 내용은? 

1월 9일 4자 합의체의 선제적 조치 합의 이후, 서울시의회의 반응을 확인하기 위해 서울시의회의 회의록을 찾아보았으나, 선제적 조치 합의에 대한 서울시의원들의 구체적 지적은 찾을 수 없었다. 

다만, 서울시의회 제256회 임시회 환경수자원위원회 회의(9.22)에 보고된 서울시 기후환경본부의 [주요현안 업무보고] 문서를 보면, 쓰레기매립지 문제에 대한 서울시의 입장과 전략이 잘 담겨 있다. 

주요현안 제1 안건으로 보고된 "수도권매립지 사용기간 연장" 문제에 대해 서울시 기후환경본부는 "현재 매립기간이 2016년까지인 수도권매립지의 안정적, 장기적 활용을 위해 환경부 및 3개 시.도 협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음."이라고 전제했다. 
 
8월 20일 환경부와 경기·서울·인천 부단체장 회의에서 4개 기관은 수도권매립지 현안 연내 해결방안에 합의했다.
(사진출처 = 인천시)

이어 서울시 기후환경본부는 최근 상황으로 "8월 20일 환경부 차관 및 3개시.도 부시장(부지사) 회의에서 금년 말까지 수도권매립지 현안문제 해결방안을 마련하기로 합의"했다고 보고하면서 "다만, 현재까지 인천시는 대외적으로 수도권매립지를 '16년까지 사용하고 자체 대체매립지를 조성한다는 입장"이라고 서울시 의원들에게 보고했다.

유정복 시장의 공약사항이기도 한 '쓰레기매립지 2016년 사용 종료' 문제에 대해 인천시로서는 "현재까지", "대외적으로"는 2016년까지 사용하고 자체 대체매립지를 조성하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지만, 입장이 바뀔 수 있다는 내용을 서울시는 암시를 하고 있다. 이날 부단체장 회의에서는 인천시 조명우 행정부시장이 참석했다. 

[주요현안 업무보고]는 이어 추진일정으로 "2014년 11월 현안해결 MOU(안) 확정", "12월 현안해결 MOU(안) 체결(장관, 3개 시.도지사)"라는 일정까지 제시하고 있다. 12월 내 현안해결 MOU(안) 체결하려던 것이 1월 9일로 미뤄졌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주요현안 업무보고] 문서는 이어 "주요 협의내용 - 실무협의 진행중"라는 내용까지 보도하고 있는데, "-시.도별 직매립 금지 가능시기 등 검토, -매립완료 부지(제1, 2매립장 등) 등을 활용한 지역발전 방안 마련, -주변지역 환경개선 사업 등 친환경 매립방식 검토, -소요예산 규모 및 재원마련 방안 검토, -기타 연장을 위한 인천시 요구사항 등"을 협의중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는 문서의 맨 아래 별도란으로 "서울시 생활폐기물 감량 및 자체처리기반 구축 병행 추진"까지 언급하며 주도면밀하게 매립지 사용 기간 연장을 추진했다.

환경부와 긴밀한 협의를 통해 추진된 서울시의 이와 같은 협상 전략은 결국 1월 9일 선제적 조치 합의 발표로 이어졌다.
 

자기 꾀에 넘어간 유정복 시장? 인천시민의 선택은?

쓰레기매립지 문제를 둘러싸고 환경부와 3개 시.도 실무 국.과장간 협의가 진행된 것은 2011년 11월부터 계획돼왔다. 그리고 앞서 8월 20일 환경부차관과 3개 시도 부단체장 희의가 열리면서 월2회 이상 국.과장급 실무협의가 진행돼왔다.

그런데 유정복 시장은 갑자기 12월 3일 기자회견을 열고 생뚱맞게 '4자 협의체' 협상을 제안하고 선제적 조치를 내세웠다. 이날 유 시장은 “인천시민의 일방적인 희생만 강요하는 수도권매립지 정책은 근본적으로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이를 위한 선제적 조치로 매립지 소유권과 면허권의 인천이양, 매립지 관리공사의 인천시 이관, 매립지 주변지역에 대한 실질 지원 정책 추진 등이 이뤄져야 생각한다”고 밝혔다.

유시장의 이런 제안은 기실 서울시가 9월에 이미 의회에 보고했던 [주요현안 업무보고]의 전략에 적극 호응한 것이다. 서울시는 유시장의 4자 협의체 제안이 있자마자 바로 그 다음날인 12월 4일 서울시청 본관에서 기자설명회를 열고 ‘생활쓰레기 직매립 제로 대책’을 발표했다. [주요현안 업무보고]에 매립지 사용 연장을 위해 병행추진키로 했던 방안이다. 
 


서울시의 다급한 사정과 마찬가지도 환경부도 지자체의 반목 속에 2016년 수도권매립지 사용면허가 사용 종료가 되면 2017년 이후 수도권 쓰레기대란이 일어날 것으로 우려해온 처지이기는 마찬가지다. 매립지공사 노조의 반발까지 감내하면서 매립지공사를 인천시에 이관하겠다고 나섰다. 
 
환경부가 적극적인 중재에 나서고 서울시가 매립지 소유권까지 인천시에 넘겨줄 의향을 타진하자 유정복 시장이 실리를 취해 결국 12월 3일 4자협의체 제안과 동시에 선제적 조치를 던지면서 환경부와 서울시에 전략에 말려든 셈이다. 

그러나 엄청난 경제적 이득과 개발 명분으로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서구주민들의 고통과 분노에 더해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인천시민들의 정서는 미처 예상치 못했던 것 같다. 뒤늦게 서구주민과 시민단체, 지역정치권을 포함시켜 시민협의체를 구성한다고 나섰지만 파행을 겪고 있다.

1월 9일 합의를 파기하자니 환경부와 서울시, 경기도의 반발을 불러올 것이 뻔하고 알토란 같은 선제적 조처의 이익을 취하고 매립지 사용 연장을 허가하지 않을 수도 없는 곤혹한 처지에 빠진 유정복 시장과 인천시.

서울과 경기도 주민들은 잠잠한데 인천시민들만 부글부글 끊게 만든 이 비정상적인 상황을 하루빨리 바로잡아야 한다. 언제까지 인천시가 시민들에게 '양치기소년' 같은 거짓말을 반복할 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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