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서울시 제안 받고 매립지 연장? 유정복 시장 속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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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서울시 제안 받고 매립지 연장? 유정복 시장 속내는?
  • 배영수 기자
  • 승인 2014.12.05 00: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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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수준 ‘심각’... “유 시장 애향심 이 문제 통해 드러날 것” 의견도

수도권매립지 (사진출처 = 창조경제타운 홈페이지)

유정복 인천시장이 3일 시청사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수도권매립지에 대한 ‘2016년 사용 종료’를 원칙적으로 강조하면서, 수도권 광역단체와 환경부장관 등 4인 대표자로 구성된 협의체를 제안했다.
 
그런데 이날 기자회견에서 유 시장은 기자들의 “종료를 확정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그런 부분도 협의체를 통해 잘못된 정책을 바로 잡고 협의해 나가야 한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았다. 왜 그랬을까. ‘사용 종료 천명’을 외치면서도, 질문의 핵심을 비켜간 원인에 대해서는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관련기사 하단 링크 참고)
 
유 시장의 기자회견은, 외연적으로는 2016년 매립지 종료기한을 무조건 연장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우선 전하는 데에 그 목적이 있었다. 실제 기자회견 직후 많은 중앙 및 지역 언론들이 “수도권 매립지 2016년 종료한다”는 제목의 기사를 쏟아내, 인천시의 이러한 의도는 일면 성공한 측면도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사실상 서울시 등으로부터 얻어낼 것이 있으면 최대한 얻어내겠다는 의도도 함께 담겨 있다고 봐야 옳다. 최근 서울시 등이 수도권 매립지와 관한 문제를 두고 상당히 끌릴 만한 제안을 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서울시와 환경부는 인천시에 매립지의 사용기간 연장을 요구하면서, 그 조건으로 매립지 지분 전량(서울시 70%, 환경부 30%)과 면허권을 인천시에 양도해주겠다는 제안을 한 상황이기도 하다. 여기에 더해 서울시의 경우 톤당 2만원의 쓰레기 반입료를 3만원까지 올려주겠다는 약속까지 했으며, 이것이 만약 성사된다면 경기도에게서도 역시 비슷한 수준의 반입료를 올려 받을 수 있는 구실도 된다. 현 상황에서는 서울시가 일종의 ‘딜’을 제안한 셈.
 
만약 서울시의 이러한 제안을 인천시가 받아들일 경우, 세입 자체에 긍정적인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연장을 받아들이는 조건으로 서울시가 반입료와 면허권 지분 등을 모두 내용대로 이행한다면 매립지 인근 주민의 고통은 앞으로도 지속되겠지만, 연간 500억 원 내외의 세입을 증대시킬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가뜩이나 재정난을 겪고 있는 시로서는 연간 500억의 세입이 ‘어느 정도는 달콤한 유혹’일 수밖에 없는 셈.
 
실제 이는 기자회견 당시 유 시장이 매립지 사용 종료 여부를 확실히 밝히지 않았던 이유이기도 하다. 기자회견 직후 일각에서는 유 시장이 서울시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매립지를 연장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꼬리를 물고 있다.
 

서울시는 매립지 기간 연장을 위해 인천시에 빅딜을 제안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진출처 = 서울시)

그러나 매립지의 연장 여부와 관련한 시민단체 및 시민 여론은 심각한 수준이다. 20년 전 처음 매립지가 조성될 당시에는 주변에 아무것도 없는 상황이었으나, 지금은 인근 5km 내외로 검단과 청라 등 큰 규모의 신도시가 조성돼 있고 서구 역시 몇 년 사이 급격한 인구 증가로 50만 규모가 거주하는 대규모 기초단체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또한 연간 500억의 세입이 있다고 해도, 매립지 인근에 최근 조성된 신도시와 공업지구 등의 조성 및 발전 상황 등을 감안했을 때 소위 ‘기회비용’의 측면에서 그것이 과연 이익인지는 계산해볼 필요가 있다. 서울시의 제안을 받아들일 경우 사실상 세입 500억과 인근 신도시의 부동산 가치 및 발전을 맞바꾸는 셈이기 때문이다. 즉, ‘헌집 받고 새집 주는 두꺼비’로 전락할 가능성도 있다는 이야기다.
 
실제 최근 매립지 사용 종료를 원하는 주민들이 협의체를 구성해 시청사에서 연장을 절대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이들 요구의 내면에는 자신들이 소유한 토지등 소유권에 대한 가치 하락에 대한 우려가 깔려 있다. 그러나 쓰레기매립지 조성 초기 시점과 비교해 확연히 변화한 주변 환경은 이러한 여론을 ‘부동산 가치로 인한 지역 이기주의’만으로 치부할 수 없는 결정적 이유이기도 하다.
 
또한 지역 정서로 보면 서울과 경기도 주민이 버리는 쓰레기를 굳이 인천까지 들고 와서 처리해야 하는 이유도 쉽게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다. 지역 시민단체들이 연장 반대에 적극 찬성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인근 주민들의 이러한 주장이 지역 이기주의만이 아님을 단적으로 증명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더불어 2016년 매립지 사용 종료 이후 대체매립지 조성을 확정하지 못한 것도 문제다. 새로 조성될 매립지가 아직도 정해지지 못한 시점에서 주민 여론을 고려해 사용 종료를 천명했다면 이후 대책을 내놓아야 하는데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그런 답도 유 시장이 내놓지 못했다. 기자회견 석상에서 대체매립지에 대한 내년도 예산이 반영되지 않을 것을 한 기자가 지적하자, 유 시장이 그 답을 두루뭉술하게 넘겨버린 것도 그 때문이다.
 

3일 유정복 인천시장의 기자회견 모습

시 관계자의 답변과 언론 보도 등을 종합했을 때 대체매립지가 확정된 시점을 기준으로 모두 조성해 실제 가동을 시작하기까지는 최소 3년 이상의 기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아직까지 이를 ‘후보지’로만 놓고 확정하지 못했기 때문에, 현 매립지와 대체 매립지의 업무 및 가동이 그대로 이관될 수 있는 시기는 이미 지났다. 대안이 없으면 현안을 그대로 끌고 가야 하는 것은 당연지사. 때문에 일각에서는 “2016년이 사용 종료라곤 하지만 최소 2년 정도 더 갈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의견이 기정사실로 굳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최근 매립지 인근 주민들이 시청사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할 당시 한 방송사 기자가 “대체매립지 조성을 시작하고 현 매립지 사용을 종료한다고 하면 실제 2016년보다는 1~2년 정도 더 길어질 수도 있는데 그 정도 양해할 생각은 있냐”고 묻자, 기자회견에 참여한 주민들이 질문의 요지를 이해하려 들지도 않고 기자들을 상대로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고성을 질렀던 바가 있었다. 이러한 일들 또한 그 지역에 대한 현재 민심을 입증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대체매립지로 언급된 후보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는 것도 유 시장에게는 큰 부담이다. 특히 제1후보지의 서구는 현 매립지와 거의 비슷한 지역으로 조성시 주민 반발이 지금과 같을 것임은 자명한 일이며, 다른 지역의 경우 쓰레기를 섬까지 이동하는 데에 따른 비용 문제도 고려해야 하며, 특히 제5후보지인 북도면의 경우 최근 삼목선착장 우회로 조성과 공항 소음 등으로 주민과 공항공사 간 갈등이 심한 마당에 이 문제로 시와도 갈등을 빚게 되면 그야말로 북도면은 ‘수렁’ 그 자체일 수밖에 없다.
 
현재 수도권매립지는 지역 민심과 직결되는 문제로 시의 여러 현안 중에서도 가장 중심에 있는 의제다. 유 시장이 절대 이를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근 민생예산을 대폭 감소해 그야말로 ‘지지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유 시장에 대한 민심이 수도권 매립지와 관련한 행보에 따라 반등할 수도, 아예 ‘나락’으로 빠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한 중앙언론지 기자는 기자와의 대화에서 “유 시장이 정녕 인천을 사랑하는 애향심이 있는 사람인지 아닌지의 여부가, 바로 이 매립지 문제를 어떻게 결론지을 것인지를 통해 아주 잘 나타날 것”이라 진단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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