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노동세상! 노동자와 인천시민 모두의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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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노동세상! 노동자와 인천시민 모두의 바람"
  • 이재은 기자
  • 승인 2014.11.25 22: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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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시민단체 릴레이 인터뷰-① 건강한노동세상

[인천in]이 새롭게 기획연재 코너를 마련했다. 인천의 시민단체를 찾아 현재의 활동과 고민, 향후 계획 등을 나누는 일이다. 튼튼하고 바른 사회를 만들기 위한 시민단체의 노력과 비전을 듣는 시간. 그 첫 번째로 ‘건강한노동세상’ 김철홍 대표를 만났다. 김 대표와 나눈 이야기를 두 번에 걸쳐 연재한다.(편집자 주)
 


건강한노동세상 총회의 한 장면 (사진출처=건강한노동세상 홈페이지 http://www.laborworld.or.kr/)
 

-지난 기사에서 이어짐-
“건강한 노동 세상이 오면 단체를 해체하겠다”, 하단 관련기사 링크 참조



- 2년 전 다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 노동현실이 바뀌지 않았다고 말씀하셨는데 아직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나.


노동현실? 별로 바뀌지 않았다. 1년에 공식통계로 10만명이 산업재해를 입는다. 하지만 실제로는 100만건이 넘는다고 전문가들은 추론했다. 1/10도 안 밝혀진 거다. 실제 산업재해로 보상받는 것만 통계에 넣는데 심사에 떨어지는 건 왜 무시하나. 외국은 사고가 나는 즉시 보고하고 통계에 넣는다.

우리나라 산재 발생률은 0.6% 정도로 전 세계에서 독보적으로 낮다. 반전이 있다. 산업재해로 죽는 사망률은 세계 1위다. 10만명 당 스무 명이 산재로 목숨을 잃는다. 발생률은 낮은데 사망률은 높다. 왜 그럴까. 사망은 숨기지 못하기 때문이다. 어디 가서 발표할 일이 생기면 이 자료를 제일 먼저 보여준다. 엉터리 통계를 내니 정책도 엉터리로 만드는 것 아니겠나. 왜 통계를 관리하려 드는지 참 안타깝다.

- 선진국에 비해 얼마나 열악한가. 지난 11월 13일은 전태일 44주기이기도 했다. 대체 뭐가 문제일까.

노동 현실을 나타내는 여러 개의 지표가 있는데, 우리 국민의 노동시간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부동의 1위다. 2위하고도 몇 백 시간의 차이가 난다. 기계화, 자동화가 될수록 직무 스트레스도 높아진다. 첨단기기를 개발하면 사람이 할 일이 없어지는 게 아니다. 그 중간과정에서 더 민감하게 해야 할 일들이 있다. 기계는 좋아지는데 왜 임금이나 복지는 좋아지지 않을까. 노동계에서 제대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삶의 질은 점점 낮아지고, 비정규직은 늘어간다. 임금도 임금이지만 사람 몸이 다치는 것은 막아야 한다. 기본 자산인 노동력을 상실시키는 직업병 발생을 줄여야 한다.

노동형태는 크게 변화했다. 예전에 도공은 도자기를 혼자 만들었다. 마치 예술가처럼 흙도 빚고, 형태를 만들고 유약을 바르고 맘에 안 들면 깨고 그랬다. 즉, 노동의 자기조절이 있었다. 도자기 공장이 생기면서 분업화되니 누구는 죽어라 반죽만 하고 누구는 죽어라 꽃만 그린다. 이파리를 그리고 싶어도 사장이나 소비자가 원하지 않으면 어림없다. 숙련을 위한 생산성은 숙달에 목을 매니 업무집중에 의해 특정 부위가 망가진다.

변화한 현대노동에 대해 고민하고 연구하는 집단이 없다. 기업이나 정부? 안 한다. 노동재해 예방을 위한 연구과제를 신청해도 연구비가 안 나온다. 이제 포기했다. 노동자들에게 강조한다. 당신들 스스로 전문가가 되자고. 일의 모순은 노동자가 가장 잘 안다고. 답은 현장에 있다.

김철홍 교수는 원래 고고학을 공부하려고 했던 문학도였다. 사회과학, 인간공학에도 관심이 많다. “인간공학적인 제품 개발 같은 걸 했으면 폼도 나고 좋았을 텐데 그쪽으로는 마음이 안 가지는 걸 어떡해.(웃음)”

김 교수는 1984년부터 92년까지 미국에서 유학하면서 학생으로, 교수로 지냈다. 민주화를 꿈꾸는 대한민국 격동기에 한국에 없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사회에 빚’을 졌다고 생각한다.

“적들의 심장부에서 그들이 뭘 연구하는지 지켜보고 있다.” 그가 자주 하는 말이다. 자본의 중추 학문인 산업공학 분야에서 노동자를 연구하며 누구보다 그들을 잘 분석하고 이해하고 있다고 믿는다.

- 요즘 가장 큰 고민은 뭔가. 회의를 느끼는 일은 없는지.

회의감은 항상 든다. 자려고 누우면 내가 이 짓을 왜하나 싶은데 아침에 눈 뜨면 또 하고 있다.(웃음) 우리나라 사람들이 자기 주머니 속의 돈은 내 돈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잘못 쓰이는 세금은 내 돈이라고 생각 안 한다. 시민참여가 너무 부족하다.

인천민노총 가입자가 3만명이다. 이들이 한 달에 1천원씩만 내도 한 달에 3천만원이다. 그 돈이면 월 2백만원을 받는 직원 15명을 채용할 수 있다. 그러면 활동가들이 신나서 일할 텐데...

‘건강한노동세상’ 만들 때 목표가, 열심히 저변을 넓혀서 자본가들을 위해 일하는 경영자총연합회(경총) 상근자만큼 대우해주는 거였다. 그들은 수 백 만원의 임금을 받고 일한다. 여전히 (급여 면에서) 그들 발꿈치도 못 따라 가는 게 제일 미안하고 안타깝고, 또 고맙고 그렇다.

- 인천의 시민단체에 대한 불만이나 바람이 있다면. 혹은 시민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말해 달라.

시민단체들이 체계적으로 활동하고 뭉쳤으면 좋겠다. 무슨 무슨 연대가 의미 없는 건 아니지만 지나치게 이념, 이데올로기를 앞세우지 않았으면 한다. 각자의 전문영역을 살렸으면 좋겠다. 노동이면 노동, 환경이면 환경, 또 경제, 정치 등. 전문성을 가지고 제도권과 싸우고 또 모여서 싸울 일이 있으면 싸우고. 전문성 없이 조직만 확대하려드니 부패하는 것 아닌가.

물론 정치 감시단체도 필요하지만 너무 정치에만 신경 쓰는 듯한 감도 없지 않다. 힘을 효과적으로 못 쓰는 것 아닌가.

환경문제는 우리 모두의 문제인데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산재는 재수 없는 사람들만 당하는 거라든가, 안전은 나하고 먼 일이라는 대중의 인식이 바뀌었으면 좋겠다. 바로 타자의 논리인데, 광우병 촛불집회 때 대규모로 모일 수 있었던 건 ‘내가 먹을 고기’라는 판단이 있어서였다. 세월호참사만 봐도 ‘안 됐다, 죽은 사람은 재수 없게 됐다’ 하고 넘기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전문용어로 ‘손실우연의 법칙’이라고 하는데 교통사고처럼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일을 말한다. ‘나는 빼고’가 아니다. ‘누구에게나’다.

초중고 과정에 안전교육이 포함됐으면 좋겠다. 특성화고 친구들은 졸업하면 바로 현장 노동자가 되는데 어디서도 노동자의 권리나 산재교육을 하지 않는다. 대중적 교육이 늘어나면 내 일이라는 인식이 많아진다. 그렇게 하는 게 우리의 목표다.


- 앞으로의 계획이나 비전이 있다면.

변해가는 노동환경에 대한 과학, 전문적 연구가 노동자 중심으로 더 많이 행해졌으면 좋겠다. 대중 교육, 시민평생교육을 확대해서 안전 분야에 있어서만큼은 타자의 논리가 없어지길 바란다.

- 스트레스 받는 일은 없나.

스트레스는 없다. 하는 일을 즐기고 있다. 집회 같은 델 자주 나가는데 가면 현장에서 많이 푼다. 대회사도 하고, 소리 내 외치다보면 카타르시스도 생기고 힘도 얻는다.

교수다 보니 정치인이나 돈 많고 잘난 사람을 만날 일도 많다. 하지만 그런 분들과 있는 시간보다 현장에서 사람 만나는 일이 마음 편하다. 진솔하게 땀 흘리며 사는 사람들과 있으면 담백해지고 편해진다. 계산하고 따지는 만남이 아니기 때문이다. 교육 끝나고 같이 막걸리 한잔 하다보면 노동자들도 스스럼없이 대하고 그렇게 동지가 돼가는 것 같다.

- 주말에는 주로 뭘 하나.

평일에는 얼굴 마주치는 일이 적으니 가족과 시간도 보내고, 산에도 간다. 좋아하는 술도 마시고.(웃음)

- 마지막으로 언론에 바라는 점을 말해 달라.

보통 사고가 터진 뒤에 기사가 나오는데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이슈에 치중해 단발성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안전의 중요성을 알리는 기사가 많았으면 좋겠다. 안전은 반복 학습이 가장 중요하다. 정기적으로 환기하고 주의를 요하는 기획기사를 많이 다뤘으면 좋겠다.

김철홍 교수는 12월부터 [인천in]에 칼럼을 연재할 계획이다. 하는 일이 많아 부담스럽지만 그럼에도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고 했다. ‘건강한 노동세상’은 노동자뿐만 아니라 인천 시민 모두의 바람인 만큼 기대보다 한 발 빨리 행복한 세상이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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