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인권조례, “시민들 직접 참여해야” 한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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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인권조례, “시민들 직접 참여해야” 한 목소리
  • 배영수 기자
  • 승인 2014.11.16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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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례 내용, ‘Can’아닌 ‘Must’로 구성돼야" 의견도

최근 서울을 비롯한 타 시도에서 인권조례가 속속 제정되는 가운데, 인천지역에서도 인권 조례 제정의 필요성과 더불어 제정을 위한 준비과정이 중요하다는 점이 시민사회로부터 제기됐다. 아울러 시민 인권에 대해 시장이 직접 책임지고 챙겨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돼 향후 시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인천민주평화인권센터’는 14일 인천문화예술회관 국제회의실에서 ‘인권 조례 제정,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라는 주제로 심포지움을 열고 시민의 인권을 중앙정부뿐만 아니라 지자체도 일정 부분 담당해 시민 생활을 보호할 수 있어야 한다는 데에 의견을 같이 했다.

이날 토론회는 이준한 인천대 교수를 좌장으로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과 교수와 배영철 인천지방변호사회 인권위원 변호사, 이호 풀뿌리자치연구소 연구위원, 이용범 인천시의원, 박경서 인천의제21실천협의회 사회분과위원장, 우필호 인권도시연구소장 등이 주제발제와 토론자 등의 자격으로 참여해 의견을 나눴다. 

발제를 맡은 홍성수 숙대 교수는 “세계적인 인권도시운동의 흐름은 보편적 인권 규범의 정립인데, 전 지구적 범위에서의 보편적 인권이 이행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기에 세계에서 국가로, 국가에서 지방으로 인권에 대한 관심사가 이동되는 현상이 있었다”고 전제한 뒤 “시민들의 구체적인 삶에 밀착한 ‘아래로부터의 토착화된 인권 실현을 위해서는 지자체 차원의 인권책무가 더욱 부각되어야 하며 실제 지자체에 위임되어 있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어 “현실적으로도 지자체는 인권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며 국가인권위가 지자체의 인권 문제를 신경쓰지 못했음을 고려하면 지자체의 인권침해까지 중앙정부가 처리하는 것이 버거우며 지자체가 처리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고 책임있는 조치”라는 의견을 밝혔다. 이어 법률이 일반적이며 다소 추상적인 관념을 갖고 있는 것에 비해 하위 조례는 대부분 현장에 기반을 둔 구체화의 성격을 지닌 만큼 ‘인권규범의 지방화’라는 차원의 조치가 필요함을 함께 강조했다. 

특히 홍 교수는 지자체 차원에서 인권센터 설치가 중요하며 광역단체인 인천도 이를 설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 몇몇 지자체가 인권침해의 조사 및 구제와 관련한 업무가 국가인권위의 소관업무와 충돌하거나 국가기관의 인권침해에 대한 대응이 어려워질 가능성 때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것과는 다소 상반된 의견이다. 홍 교수는 “그 점을 간과하는 것은 아니나 이를 충돌 혹은 중복의 문제로 보기보다 시민 권리구제에 빈틈이 없도록 하는 것으로 이해해야 하며 상호 협력 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는 만큼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미 인권 조례를 제정한 상당수 지자체가 시민 의견 수렴에 대해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던 점도 문제로 제기됐다. 홍 교수는 “조례 제정 과정에 주민이 참여하는 것은 지역 공동체의 인권증진이라는 차원에서 보면 당연한 일”이라고 전제한 뒤, “그렇게 시민들이 참여해야 자기들의 것으로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조례를 좋은 내용으로 만들어 놓고도 이행되지 않아 사문화되는 경우가 많아 그것이 실효성이 있는 것이냐는 의문도 많은데 그럼에도 조례 제정 자체는 인권을 강조하는 시민사회 입장에서는 매우 큰 힘이 될 수 있으며 효과적인 조례를 위해서 시의원 등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다만 홍 교수는 “공직자들이 다른 업무도 하면서 인권 업무를 담당하는 경우 제대로 되는 꼴을 한 번도 못 봤다”며 “제대로 인권을 챙길 요량이라면 물량 또한 제대로 투입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시민 위주의 위원회를 구성하고 이들이 자주 모여 의견을 교환하는 것도 필요하다”며 “그래야 시민 입장에서는 자기 일 같은 마음에서 챙기려 들 것”이라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인권조례 제정 토론회를 경청하는 시민들. 관계자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상당수 보였다.

 
“인권조례의 시작은 시민의 욕구로부터 출발”

토론자 중 한 명이었던 이호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 연구위원 역시 주목할 만한 의견을 내놨다. 이 위원은 시민들이 조례 제정에 참여해야 한다는 홍 교수의 의견에 적극 동조했다. “인권이라는 문제를 왜 지역단위에서 다루고 있는가에 대한 가장 확실한 답변은 ‘지역’이라는 특징과 정의가 시민의 참여와 직결되는 것이기에 그렇다”면서 “조례는 시민들이 먼저 기획단계서부터 참여해야 진정으로 ‘우리 것’이라는 의식을 함양할 수 있다”고 전제했다.

이어 “현재 인권조례가 바람직하지 않은 과정 속에서 제정된 타 시도의 경우를 보면 중앙정부에서 표준 조례를 만들어서 지역에 내리는 구조라서 지자체에서는 별 고민을 하지 않아도 조례가 만들어지겠다는 생각에 거의 신경을 쓰지 않으면 지자체의 생각이나 의도와도 다르게 전개된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은 “인권조례는 시민의 욕구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시민은 평소에 공익적인 부분보다는 자신의 문제에 더 집중하기 때문에 공익을 내세우며 조례 제정에 참여하자는 목소리를 내면 피부에 잘 와닿지 않기 때문에 시민참여는 어려울 수 있다”며 “시민들이 평소 느낀 불만이나 욕구를 누군가에게 대변하게 하지 말고 스스로 말하며 참여토록 해야 하며 이를 통할 역량 강화를 모색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시민들이 직접 스스로 말할 수 있게 하려면 다양한 계층을 찾아가서 그들의 의견을 들어볼 수 있도록 하는 단체나 기구들이 많이 생겨야 하며 자치구에서 시민단체들이 소규모 모임을 조직하고 이들끼리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방법 등으로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루트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요즘 IT기기들이 많이 발전하기도 했으니 그런 기기들을 이용해 대규모 원탁회의 등도 충분히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이 위원은 조례 제정에 있어서 ‘효율성’과 같은 생각은 차선 순위로 미루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시민이 참여하는 과정 자체가 효율성이 없다거나 예산이 더 많이 드는 문제가 있다 해도 이를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며 “물론 지자체 입장에서는 옆에 서울도 있으니 따라가기 식으로 만들어도 상관없겠지만, 국내/외의 선진사례들은 그 과정에서 힘든 부분들이 분명 있었고 극복하는 과정도 있었던 만큼 힘든 상황이라도 해도 시민 참여로 인해 ‘시민에 의한, 시민을 위한 인권조례’로서 결과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용범 인천시의회 의원은 “인천의 인권조례는 시장이 나서서 챙겨야 하고 그 책무를 직접 조례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국가인권위원회와 별도로 ‘인천인권위원회’를 지자체 차원에서 설치해 지역 특색에 맞게 인권 문제를 다룰 필요가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위원회 구성 인원이 활동을 열심히 하지 않을 경우 강력한 규정을 두어 해촉하는 제도 등도 있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인권조례는 제정에 있어 명확한 내용 표기로 자칫 허울이 될 수 있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박경서 인천의제12실천협의회 사회분과 위원장은 “인권조례는 시민들에게 직접 물어 공론화를 통한 결과 그 자체가 되어야 한다”면서 인권조례가 목적이 아닌 결과여야 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조례의 내용은 ‘할 수 있다’가 하나, 그리고 ‘둔다’, 혹은 ‘하여야 한다’의 내용이 하나인데, ‘할 수 있다’는 바꾸어 생각해 보면 ‘안 해도 된다’라며, 실제 지자체가 자신들에게 불리한 각종 조례들을 이런 식으로 해석해 시민을 우롱하는 조례들이 한두 개가 아닌 만큼 ‘Can’보다는 ‘Must’로서의 내용이 강조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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