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렁주렁 매달린 사진들, 추억 가져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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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렁주렁 매달린 사진들, 추억 가져가세요”
  • 이재은 기자
  • 승인 2014.09.25 21: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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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아시안게임 이색현장 리포트 2

 


아시안게임 경기장에서 매일 신나는 사진 축제가 벌어진다. 사진공간 배다리 소속작가들이 펼치는 무료사진 행사가 그것이다. 이들은 영어와 한국어로 ‘사진 촬영해드립니다’가 적힌 안내판을 세우고 현장에서 사진을 찍어 즉석 인화해준다. 대상은 외국 선수와 응원단이다.

지난 23일 오후, 베트남과 홍콩의 여자축구가 열리는 남동아시아드럭비경기장을 찾았다. 사진가들은 경기 시작 1시간 전에 프린트 및 포토존 설치를 마치고 관람객들을 맞았다. 이날 경기장에는 베트남 국기가 새겨진 붉은 티셔츠를 입은 이주노동자 및 결혼이민자들이 많았다. 이들은 너도나도 밝은 웃음으로 포즈를 취하며 ‘배다리사진가’들의 모델이 됐다.

준비된 프린터기는 3대. 촬영하는 사람과 인화하는 사람이 따로 정해져 있지는 않다. 찍은 사진을 맡기러 왔다가 앉아있던 사람과 교대해서 그를 또 다른 축제 현장 속으로 밀어 넣는다. 하루 한두 곳의 경기장에서 사진촬영 행사를 벌이는데, 조원이 아니라도 시간이 맞는 사람은 자발적으로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이날 남동경기장에 온 사진가들은 열 명이 넘었다.

인화한 사진은 포토존에 걸어놓고 당사자들이 자유롭게 찾아갈 수 있도록 했다. 가로 4*6인치 크기의 사진을 4-500장 정도 뽑을 만큼 무료사진 행사는 인기가 많았다.

‘2014인천AG’ 문화행사 공모 지원사업에 선정된 ‘아웃 오브 아시안게임’은 경기장 안팎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된다. 현장에서 사진촬영과 인화를 해주고, 찍은 사진은 배다리에 있는 사진방에서 영상으로 전시한다. 또 선수촌에서는 경기의 부담에서 벗어나 쉬고 있는 선수들의 모습을 담는다. 그렇게 찍은 사진은 다음 날 선수촌 서비스센터 벽면에 붙여진다.

프로젝트의 전체 진행을 맡고 있는 이상봉 사진공간 배다리 관장은 "선수촌에서 특히 인기가 많다. 사진촬영도 인기지만 사진을 언제 주느냐고 선수들이 안달해 관계자가 빨리 와달라고 전화할 정도"라고 전했다. 25일, 이 관장은 경기장에서 철수한 봉사팀과 선수촌을 방문해 애초 '오늘 촬영 내일 전시' 룰(?)을 깨고 선수촌에서도 현장 인화 서비스를 했다.

▲ 선수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외국 선수들(왼쪽), 사진방을 지나는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설치된 스크린(오른쪽)/사진공간 배다리 제공


참여 작가 손미화 씨는 결혼이민자 및 다문화 가정 아이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한국어선생님이다. “학생들이 정말 좋아한다. 모국 선수들을 응원하면서 그리움도 달래고 추억도 만들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은 선물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인화해서 준 것 말고도 자기가 찍힌 사진은 전부 보내달라며 재촉하는 학생들도 많다.

이들은 지난 20일 프로젝트를 시작, 아시아경기대회가 폐막하는 10월 3일까지 이어나갈 계획이다. 이후 그동안 찍은 사진을 선별, 전시회를 열고 책자로도 발간한다. ‘아웃 오브 아시안게임’ 아카이브 사진전은 인천장애인아시아대회가 끝난 후 다음 달 10월 21일부터 11월 3일까지 중구 한국근대문학관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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