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는 발생 장소에서 처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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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는 발생 장소에서 처리해야
  • 박병상
  • 승인 2013.03.19 20:2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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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정의 아니겠는가 - 박병상/인천도시생태환경연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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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 서구 경서동의 수도권 쓰레기 매립장에 가면 무슨 저주를 받는다 할까, 평생 한 번 맡아본 적 없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이상한 냄새, 다시는 맡기 싫은 악취가 난다. 상한 음식과 화학물질이 포함된 온갖 쓰레기가 뒤섞이며 썩어가는 악취는 코를 스치는데 그치지 않고 옷과 머릿결에 밴다. 쓰레기매립장을 빠져나가도 내 머릿결과 옷 때문에 주변 사람들을 괴롭힐 게 틀림없다. 그런 곳에 일부러 또는 어쩔 수 없이 잠시 방문하거나 지나치는 거야 참을 수 있겠지만 냄새 속에 살아야 한다면 미쳐버릴 거 같다. 반입 중지로 쓰레기들이 잠시 동네 어귀에 쌓일 때, 하필 그 쓰레기 더미 앞에 사는 이의 짜증을 상상해보라.
음식 쓰레기가 분리된 상태에서 위생매립이므로 냄새가 나지 않는다는 말은 현장에 가면 무색해진다. 물론 위생매립이라는 말이 나오기 전보다 나아지긴 했다. 쓰레기를 눌러 묻은 흙 위에 침출수가 흥건하게 새어나오고 음식 쓰레기가 부패돼 나오는 메탄가스가 간간히 폭발하던 시절에 비하면 용이 됐지만, 지금 그때와 비교해야 한다는 말, 수도권 쓰레기 매립장 주변에서 냄새 때문에 머리가 지끈거리고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시민 앞에서 누가 감히 꺼낼 수 있겠는가. 과거에 비해 냄새도 덜 나고 침출수가 없어 참을만하다면, 왜 그 ‘고상한’ 쓰레기를 인천 경서동까지 돈 들이고 시간 허비하며 가져오는가. 당장 쓰레기는 발생한 장소에서 처리해야 타당하다. 그게 정의가 아니겠는가.
세계 최대 규모의 쓰레기 매립장이라. 그건 자랑할 일이 아니다. 걸핏하면 ‘국격’ 운운하는 나라에서 국제적으로 창피한 일이다. 내 쓰레기를 남의 땅에 버리는 이기적 행위는 지탄받는 세상이 되었다. 자신의 고통을 남에게 떠넘기는 야만적 행위의 소산 아닌가. 세상에 어떤 정의롭고 품격 있는 국가나 도시가 그런 야만을 내놓고 자행하던가. 인천시 경서동의 수도권 쓰레기 매립장이 아직도 그 야만적 희생의 현장이다. 곧 그 쓰레기 매립장의 매립 기간이 끝나간다. 4년도 채 남지 않았다. 서울과 경기도는 물론이고, 인천시를 포함한 지방자치단체는 어서 위생매립장을 찾아 준비해야 한다. 동네 어귀에 쓰레기가 쌓이는 게 싫다면 서둘러야 한다. 재활용 증가로 쓰레기의 내용과 양이 줄어든 사실과 전혀 무관한 일이다.
지난 2월 27일, 환경부장관 인사청문회에서 당시 후보자가 현실적 한계 때문에 수도권 쓰레기 매립장 연장이 불가피하는 취지의 발언을 감행했다. 그래서 인천시는 난리가 났는데, 환경부장관이 되겠다는 그는 교육도 받을 만큼 받았고, 학생을 가르치던 인물이다. 사리 밝고 똑똑한 분일 텐데, 고통 받는 쓰레기 매립장 주변의 시민에게 단 한 마디도 의견을 묻지 않았다. 최근 환경부에서 의도가 수상하게도, 연장을 수도권 쓰레기 매립장 근처의 공단에서 어떤 악취가 발생하는지 조사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 연구의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수도권 쓰레기 매립장의 기한을 연장할 수 없다. 규정된 쓰레기매립장의 기한은 용적과 관계없지 않은가. 게다가 부정의와 불쾌함, 스트레스와 고통의 기한은 벌써 오래 전에 지났다. 현실적 한계? 시공할 때부터 2016년 마감이 일찌감치 예고되었다. 대책 세우지 않는 지방자치단체의 직무유기를 왜 주민이 책임져야 한다는 겐가. 똑똑한 환경부장관이 그것도 모르나.
쓰레기를 마구 버려도 눈앞에서 마술처럼 사라지는 세상은 쓰레기 발생에 대한 사회의 무의식을 만든다. 치워야하는 수고가 사라지자 시민들은 소비를 줄여야한다는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집안에 온수가 나오는 수도관이 설치되고 하수 시설이 완벽해지자 물 소비량이 크게 늘었다. 댐이 늘어나야 했고 그 대가로 선조가 보전해 물려준 생태계가 후손에게 전하기 전에 파괴되었다. 그래도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고통스런 경험은 절약과 대안 행동을 낳는다. 동네 어귀에 쌓인 쓰레기봉투에서 습기가 흘러 악취가 발생하자 사람들은 귀찮은 음식 쓰레기 분리수거에 동의하게 되었다. 공단에서 흘러나오는 오폐수로 민원이 들끓자 하수종말처리장이 생겼다. 하지만 더 생각해야 한다. 하수종말처리장이 발생하는 오폐수를 그대로 전량 받지 않는다면 공단은 자체에서 중간 처리할 게 틀림없다. 우리는 어떤 대안을 준비해야 할까.
거대한 빙하가 미끄러지면서 평지를 만든 유럽에서, 많은 도시들은 어귀에 뚱딴지같은 야산을 하나 이상 가지고 있다. 녹지로 복원한 과거의 쓰레기 매립장이다. 매립 완료된 뒤 30년 동안 안전을 관리한 뒤 공원으로 개방한 곳도 있다. 우리처럼 매립이 완료되자마자 공원이나 골프장으로 겉모습을 바꾸려하지 않는다. 최근 우리나라 못지않게 재활용 쓰레기를 철저히 분리하는 독일의 많은 도시들을 살펴보자. 가정이나 식품회사의 식품 쓰레기나 사람과 동물의 배설물, 정원이나 목제 부산물을 바이오 에너지와 퇴비로 활용한다. 자신이 배출하는 쓰레기 때문에 발생하는 불편함을 잘 알기에 소비를 최대로 줄인다. 자기 마을에서 배출한 쓰레기를 돈으로 회유하거나 힘으로 윽박지르며 다른 동네로 버리는 행위는 감히 생각하지 않는다. 참고해야 할 내용이 아닐 수 없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수도권 쓰레기 매립장을 20년 가까이 사용한 지방자치단체는 발생하는 쓰레기를 위생 매립할 장소를 지역 내에서 확보해야 한다. 과거보다 양이 줄었고 음식 쓰레기가 제거되었으므로 장소가 넓지 않아도 될 것이다. 고통스런 경험을 반복하지 않으려는 시민들과 충분히 논의하길 인천시보다 훨씬 많은 쓰레기를 수도권 매립장에 버리는 서울시와 경기도에게 바란다. 아울러 인천시와 시의회, 그리고 인천 출신 국회의원도 환경부를 성토하는데 그치지 말고 대안을 찾아야 한다. 더욱 철저한 위생매립은 물론이지만 철두철미한 분리수거와 재활용으로 쓰레기 발생량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재활용이나 재사용보다 아예 소비를 줄이는 게 낫다. 그를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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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용국 2013-03-21 18:36:26
박병상 박사의 의견을 적극 동의하며,
전국적으로 각 지자체마다 모든 쓰레기는
지자체에서 처리하는 시설을 갖추도록
제도를 의무화 했는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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