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기념회 17일 배다리 〈모갈1호〉에서 열려
최종천 시인의 여섯 번째 시집 『골목이 골목을 물고』(도서출판 삶창)가 출간됐다.
인천시 동구 송림동의 골목에서 벌어진 재개발 과정을 배경으로, 그 안에 살았던 사람들, 사물들, 그리고 공간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그려낸 작품집이다.
출판기념회는 1월 17일(금) 오후 6시 배다리 책방 〈모갈1호〉 2층에서 열린다. '송림동을 바라보는 세 가지 시선'을 주제로 시, 사진, 그리고 이야기를 통해 송림동 골목의 삶과 공간을 다각도로 조명할 예정이다.
출판기념회 1부는 인디 작가의 영상 – 잊고 싶었던 송림동 이야기, 2부는 최종천 시인과의 대화로 진행된다. 송림동의 골목과 삶의 풍경을 꾸준히 사진으로 기록해온 고정남 작가의 작품 사진도 전시된다.
재개발로 사라지는 골목, 그 존재들의 기록
시집은 ‘부동산에 미친’ 대한민국의 자본주의가 송림동 골목에 남긴 흔적, 그곳에서 살아 숨 쉬던 존재들에 대한 세밀한 기록으로 가득하다. 시인은 ‘포클레인의 이빨’에 의해 무너지는 골목에서 함께 살아온 교회, 고양이, 이웃집 할머니, 화분, 가파른 계단 등 모든 존재를 자신의 시 속으로 불러낸다. 시 속 골목은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서로 어깨를 걸고 살아가는 생명체처럼 묘사된다.
시인은 표제작 「골목이 골목을 물고」에서
‘막다른 골목이 많고, 돌아오면 바로 그 골목/ 골목이 골목을 물고 놓아주지 않는/ 미로보다 더 미로 같은 골목’
을 이야기 하며 재개발의 필멸적 그림자 속에서도 골목은 살아 숨 쉬는 생명으로 묘사했다.
송림동 골목과 함께 살아온 시인
최종천 시인은 송림동 골목의 일원이자, 그 안에서 살아온 한 사람으로서 공간의 남루와 필멸을 담담히 기록한다. 자신의 경험을 통해 송림동 골목에서 벌어진 사건들을 고발하는 동시에 그 생명력을 복원하는 방식을 취한다.
특별히 「유성철물설비」에서는 재개발 과정에서 버려진 물건을 떼어 팔아 생계를 이어간 자신의 이야기를 천연덕스럽게 풀어내며, 시적 화자가 골목의 일부였음을 솔직히 드러낸다.
도시의 변두리에 관한 통찰과 애정
최종천 시인의 이번 시집은 ‘천민적 자본주의’를 직격하고 동시에 그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들에 대한 사랑과 연대의 기록으로 평가된다.
시인은 ‘시인의 말’에서 “시는 생활에 복무할 때 가장 좋다.”고 했다.
시인의 말처럼 생활의 한 단면을 담아, 우리가 사는 공간과 그 속의 사소한 존재들을 다시 돌아보게 한다.
최종천 시인은 1986년 『세계의 문학』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주요 시집으로 『눈물은 푸르다』, 『나의 밥그릇이 빛난다』, 『고양이의 마술』 등이 있다. 제20회 신동엽 창작상과 제5회 오장환문학상을 수상했다.
<시집 개요>
• 제목: 『골목이 골목을 물고』
• 저자: 최종천
• 출판사: 삶창(삶이보이는창)
• 발행일: 2024년 12월 24일
• 페이지수: 164쪽
• 가격: 10,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