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아름답고 낯선 것들, 읍내 서문 - BGM 'Beautiful stranger'(Laufey)
거의 다 왔다. 2024년도 바삐 달려왔다. 한달에 두 번 칼럼을 연재할 때마다 계절이 참 금방 변화하는 것 같아 아쉬웠다. 초록으로 가득했던 날이 엊그제 같은데 말이다.
노랗게 물들고 힘을 다해 떨어진 잎사귀가 수북하게 쌓여 있다. 그 위를 걷는 소리에 집중해 본다. 바스러지는 소리가 듣기 좋으면서도 왠지 아린다. 밟히고 흩날리다가 금세 으깨져 다시 흙이 되는 존재. 내년 봄이 되어 녹아내린 땅에서 무엇으로 태어날 지는 모르겠지만, 오랫동안 강화에 머물게 될 존재들.
강화는 춥다. 북쪽에 있는 섬이라 겨울이 성급히 찾아오는 곳이다. 낮아진 기온에 쫓겨 발걸음도 성큼, 성큼 성급히 움직인다. 그러다가 종종 마주친 것들에 의해 걸음을 멈추어 본다. 언제 버려진 것인지 알 수 없는 낡은 모니터는 이미 자연의 일부가 된 것 같다. 아무런 위화감 없이 자리하고 있어 눈길이 간다.
오래된 성벽 사이 틈새를 뚫고 자라나는 풀들에 시선이 머문다. 푹신하고 따뜻한 흙 위가 아닌 곳에 뿌리를 내릴 만큼 강인한 존재들. 스스로 선택한 곳은 아닐 테지만 꿋꿋이 살아가고 있는 게 악세다.
이미 추수되어 빈약해지기 직전에 노랗고 풍성하던 강화의 논밭은 짙은 인상을 남긴다.
강화 읍내에 있는 서문 옆 나무도 가을빛에 그을려 환한 금색으로 변했다.
이번 칼럼에서는 Laufey의 ‘Beautiful stranger’이라는 팝송을 추천하려고 한다. 감미로운 기타 선율과 재즈보컬의 목소리가 어우러져 가을의 녹음이 더욱 짙어지는 듯하다.
음악 링크
Beautiful stranger sitting right there
(아름다운 낯선 그가 저기 앉아있네요)
Reading the newspaper, stuck to his chair
(의자에 앉아서 신문을 읽고 있네요)
I swore that he smiled and I felt my heart drop
(그가 절 보고 미소지었다고 맹세해요. 순간 심장이 떨어지는 줄 알았어요)
Heard the doors open, came to my stop
(문이 열렸다는 걸 들었고, 제가 내릴 정류장에 왔어요)
아름답고 낯선 것들이 넘치는 강화의 가을이다.
걷다가 걸음을 멈출 수 있는 계절도 얼마 남지 않았다.
하얀 잇김을 내뿜으며 더 바쁜 걸음을 내디딜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