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득석 / 인천노인종합문화회관 소통의 글쓰기반
시간이 흐르면서 사람도 변하고 인생살이도 변해 갑니다. 단맛도 쓴맛도 느끼며 살아가고 있지만 젊음이 항상 지속될 수 없듯이 늚음이 오는 것도 막을 수가 없는 것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세상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것도 있습니다.
새로운 것에 눈을 돌리고 싶어 하면서, 항상 새로운 맛을 느끼며 살아가고 싶은 마음이지만 새로운 것보다 오래된 것이 더 편할 때가 있습니다. 특히 영화가 그렇습니다.
동인천역에서 북광장 쪽으로 나가게 되면 넓은 광장이 나옵니다 역대합실, 광장앞쪽에는 여전히 실버들이 삼삼오오 모여 대화들을 나누고 한쪽에서는 연신 시계를 보면서 누구를 기다리는듯한 사람들도 있습니다.
광장 후미진 곳에서는 대낮인데도 술파티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노소가 어울려 음주를 하는데 간혹은 여자들도 한 두명 보이는데 그들은 영락없는 노숙자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동인천역 정화사업이라고 해서 음주와 흡연을 금지해서 그런 모습이 많이 없어지기는 했습니다
광장을 끼고 오른쪽으로 가면 한복집과 이브자리, 포목점 등이 즐비한 골목이 나오고, 그 입구 쪽에는 외제물품 파는 곳(흔히 양키시장 이라고함) 이 있는데 외제 화장품, 양주, 담배 과자류, 통조림등을 팔고 있습니다. 그 골목쪽과 동인천역 광장길 쪽에는 순대국 집이 몆 군데 있는데 전에는 이곳이 ‘순대국 특화거리’ 라고 해서 순대국 집들이 많았습니다.
세월이 흐르다 보니 과거의 번창은 어디로 가고 몆몆 가게만 명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것이 우리의 인생살이와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젊음이 있은후 노년의 삶이 있듯이 조금은 쓸쓸한 감회가 듭니다. 결국 영원한 것은 없다는 얘기지요.
거기서 오른쪽으로 돌아 약 100미터쯤 가면 미림극장 이라는 곳이 나옵니다. 1957년에 천막극장으로 개관한 후 새롭게 건축을 하여 70년 가까이 운영을 해 오고 있습니다. 현재는 관객이 저조하여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듯 합니다. 하지만 실버극장으로 변신을 하여 노인 위주의 영화를 상영하면서 애관극장과 더불어 인천극장의 명맥을 이어오는 고마운 장소이기도 합니다.
관객은 주로 65세 이상 시니어들로 입장료도 3000원으로 부담이 없습니다. 가끔 한번씩 가보면 관객은 20여명이 고작입니다. 지방자치회나 문화계의 지원을 받으며 운영하는 듯한데 하여튼 폐관하지 않고 끌어가는 운영자측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상영하는 영화프로는 대부분 지난 시절에 봤던 영화로, 다시 보면서 우리는 옛날 추억을 떠올리곤 합니다.
영화 속에 나오는 거리풍경과 배우들의 의상, 그리고 영화속 배우들의 대화도 억양이나 액센트가 지금하고는 좀 다른 것 같고 들어보면 북한 사투리 비슷하게 들립니다. 영화 화면의 질이나 배경음악 등의 음질도 좋지는 않습니다만 지금은 작고한 당대의 저명한 배우들의 젊었을 때의 모습을 보면서, 팝콘 한봉지 사서 들고 들어가 영화를 보면 아무 상념도 없어지고 그 시간은 그저 편안할 뿐입니다.
지난 1월인가, 미림극장엘 가서 극장직원에게 한국영화 ‘서울의 지붕밑’ 이라는 영화를 한번 상영 해달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미림극장에서는 한달간 상영예정 프로를 미리 선정해서 예고를 하기 때문에 다음달 프로그램에 편성을 해야 된다고 하였습니다. 그래도 2월초에 부탁한 프로가 선정이 돼어서 친구들과 같이 감상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영화도 물론 전에 본 것이지만 시니어들이 보기에는 좋은 영화였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