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를 대비한 도시계획과 비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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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를 대비한 도시계획과 비전이 필요하다
  • 이현식
  • 승인 2024.08.21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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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칼럼]
이현식 / 문학평론가
지난 4월 20일 인천대공원에 세워진 기후위기시계 ⓒ 문경숙

 

연일 열대야의 최장 기록을 갈아치울 정도로 더위가 지속되고 있다. 문제는 이런 날씨가 올해에만 나타난 예외적이고 특별한 이상 현상이 아니라는 점에 있다. 내년에도, 그 다음 해에도 더위는 어쩌면 더욱 길고 악착같이 우리의 삶을 위협할 가능성이 높다. 잠시 덥고 말겠지 하면서 가을이 되고 선선한 바람이 불면 잊어버릴 문제는 더 이상 아니다. 기후 위기는 우리 삶의 조건 자체를 뒤바꿀 문제이기에 그렇다.

인천은 다른 도시에 비해 연평균 기온 상승이 높은 도시이다. 통계청이 기록한 바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22년까지 대구와 부산은 기온이 0.3도 상승했다. 인천과 비슷한 위도에 있는 서울도 같은 기간 0.3도가 상승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인천은 같은 기간에 이들 도시의 두 배인 0.6도나 치솟았다. 이렇게 방치했다가는 인천은 기후 위기에 무방비일 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쾌적한 삶도 위협받을 수 있다.

물론 인천은 이들 도시에 비해 아직 절대 기온이 낮은 편에 속하기는 한다. 바닷가에 위치하고 상대적으로 북쪽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이 그나마 도시의 기온을 낮추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도시의 평균 기온이 두 배나 높다는 것은 깊이 생각해 볼 일이다. 이는 지나친 도시화가 불러온 결과이다. 우리는 그간 도시를 건설하는 일에만 관심을 높여왔다. 숲을 없애고 바다를 메우고 그 자리에 아파트와 빌딩을 지었다. 그 결과가 다른 도시에 비해 기온을 높이는 결과로 부메랑처럼 돌아온 것이다. 이제 이런 문제에 대해 시민 모두가 경각심을 가져야 할 때이다. 뜨거운 도시는 우리 모두가 원하는 바가 아니다. 도시 곳곳에 울창한 숲이 있고 개울이 흐르는 도시와 아스팔트와 시멘트 투성이의 도시를 비교해 보자. 한여름 시민들이 더위를 피할 수 있는 것은 비단 냉방시설이 잘 되어 있는 빌딩 안만은 아니다.

대구는 자타가 공인하는 우리나라에서 기온이 높은 도시이다. 그래서 오래 전부터 지속적으로 도시의 기온을 낮추기 위해 숲을 조성하고 바람길을 고려해서 도로나 건물의 입지까지 고려했다고 한다.

이제 도시가 지향하는 가치를 재고할 때이다. 기후 위기는 생존의 문제이기에 도시를 계획하는 데에 필수적으로 고려해야 할 핵심 요소가 되어야 한다. 시민들도 기후위기 시대에 쾌적한 생활을 할 수 있는 도시 환경에 점점 더 관심이 높아질 것이다. 도심 숲 조성은 단순히 도시 경관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이제 다른 의미의 도시 경쟁력으로 등장할 것이다. 도시계획 측면에서도 도심 숲 조성을 어떻게 체계적으로 해나갈 것인지 세밀한 대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생활 온도를 낮추기 위한 체계적 노력에 인천시도 적극 나서야 한다.

바닷가를 면한 인천은 해수면 상승 역시 고민할 문제이다. 최근 인천의 일간지들은 인천의 높아지는 바닷물 수위의 위험에 대해 우려스런 기사를 쓰기 시작했다. 해수면 상승 역시 이제 남의 일이 아니다. 매해 하루가 다르게 해수면이 높아지는 현상은 인천으로서는 매우 치명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 해안가에 접한 주택가나 시설들의 위협이 머지않아 도시가 당면한 실제적인 문제로 다가올 가능성이 높다. 도심의 기온 상승과 해수면 상승은 인천이 당면한 중요한 문제로 곧 대두될 것이다. 해수면 상승은 비단 인천만의 문제는 아니므로 중앙정부의 대책도 요구해야 한다. 이런 목소리를 높이는 데에 인천이 앞장서야 한다.

도시기본계획 수립에 지금이라도 인천시는 기후위기를 가장 위협적인 문제로 설정하고 그 대안을 반영해야 한다. 해수면 상승에 대해 어떻게 대비하고 도심 기온을 낮추기 위해 도심 숲과 하천을 어떻게 정비할 것인지를 핵심 도시 경쟁력으로 삼아야 한다. 아무리 거창하고 그럴 듯한 도시의 비전을 내놓는다고 하더라도 시민의 안전과 쾌적한 삶에 눈을 돌리지 않고서는 도시의 미래가 없다는 것을 직시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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