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권은 현대화 결정, 쓰레기 배출 감소는 남은 과제
'내로남불' 인천시, 매립지는 정부 책임 소각장은 지자체 책임
광역소각장 문제 늦출 수 없어, 인천시가 집접 나서야
생활쓰레기 직매립이 금지되는 2026년이 1년 남짓 앞으로 다가왔다.
당장 소각장 확충이 필요하단 얘기인데, 인천시를 비롯해 책임 있는 군·구는 수 개월째 변죽만 울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천시는 올해 2월부터 10개 군·구와 함께 자원순환정책 지원협의회를 구성해 생활쓰레가 감축과 소각장 신설 등의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27일 밝혔다.
앞서 1월 유정복 시장이 광역소각장 건립 문제를 군·구에 맡기겠다고 선언한 데 따른 조치다.
협의회는 그동안 여러 차례 회의를 진행하면서 소각장과 관련된 내용보다 분리배출, 즉 쓰레기 감량 문제를 주로 논의했다.
소각장 문제의 본질인 입지 선정은 이해관계가 첨예해 다루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 시간이 없다.
인천은 지금도 매일 나오는 1,400톤의 생활쓰레기 가운데 300톤을 소각하지 못하고 직매립하고 있다.
제 때 소각장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단일 규모로 세계 최대 규모인 수도권매립지를 가진 인천도 쓰레기 대란을 피할 수 없다.
현재 필요한 소각장은 부평구와 계양구가 사용할 동부권, 중구·동구·옹진군의 서부권, 남동구·연수구·미추홀구의 남부권, 서구·강화군의 북부권 소각장 4곳이다.
답 없는 부평·계양 소각장, 결국 정치인이 만든 문제
부평구와 계양구는 경기도 부천시가 새로 짓는 소각장을 광역화해 함께 쓸 계획이었으나, 시장이 바뀐 뒤인 지난해 3월 부천시만 소각장을 쓰기로 계획을 바꿨다.
계획이 틀어진지 1년 반이 지났지만 인천시와 부평구·계양구는 어떤 대안도 내지 못하고 있다. 더 정확하게는 논의조차 못하고 있다.
오래 전 성장이 끝난 도시인 부평구는 빈 땅이 없고, 계양구는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 보니 논의의 방향이 뻔히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계양구는 오랜 기간 협의회에 참여하지 않았다.
그런데 사안을 거슬러 올라가보면 소각장을 확보할 기회가 한 차례 있었다.
인천시는 1만6,640세대가 들어설 계양테크노밸리(계양TV)에 소각장을 지을 계획이었다. 4만이 넘는 계획인구 규모를 감안하면 당연한 결정이었는데, 정치인들의 짬짜미로 자체소각장 계획을 폐기했다.
2020년 21대 총선 인천 계양을에 출마한 송영길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소각장 건설 계획에 반대했고, 결국 같은 당이었던 당시 박남춘 인천시장이 요구를 받아들였다.
이 결정은 수도권매립지 종료를 선언하며 배출지 처리 원칙을 내세운 박 전 시장의 기조와도 맞지 않았다.
현재 유정복 시장이 집권한 인천시 역시 행태가 다르지 않다.
시는 수도권매립지 대체부지 공모와 조성에 정부가 직접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며, 총리실에 전담기구 설치를 요구하고 있다.
그래놓고 광역소각장 건립 업무는 기초자치단체로 넘기는 모습은 이율배반적이다.
결국 정치권에서 초래한 문제는 정치권에서 해결해야 하며, 이를 위해 인천시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언제든 터질 폭탄 '북부권 소각장'
청라소각장을 폐쇄하고 새로 짓겠다는 북부권 소각장 관련 갈등도 정치권의 지분이 크다.
청라지구 서쪽 끝에 있는 청라소각장은 청라국제도시 입주가 시작된 2010년보다 빠른 2002년 1월부터 가동됐다.
이후 인구가 늘면서 주민들의 소각장 폐쇄 요구가 이어졌는데, 정치권에서 이걸 그대로 받았다.
역시 2020년 21대 총선에서 민주당 김교흥 후보가 공약을 냈고, 당선된 뒤 박남춘 전 시장과 함께 폐쇄를 결정했다.
당초 2026년 말 폐쇄와 2027년 1월 새 소각장 가동을 위해 내년 1월 착공할 계획이었으나, 현재 입지선정위원회가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시간표를 지키긴 어려워 보인다.
새 소각장 입지 선정 문제는 지역 갈등도 야기하고 있다.
서구는 2026년 7월 검단동과 원당동·오류동·왕길동 등이 검단구로 분구돼 서구와 검단구로 나뉜다.
현재 검단신도시 주민들은 청라소각장이 분구를 앞둔 검단으로 보내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실제로 올해 5월 강범석 서구청장이 검단 주민들과 간담회 당시 참석자들에게 소각장 유치에 따른 혜택을 소개하는 내용의 유인물을 배부해 문제가 되기도 했다.
북부권 소각장은 새 소각장 부지를 찾아도, 찾지 못해 청라소각장을 더 사용해도 갈등이 터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제물포구·영종구 '동상이몽', 그래도 해법은 있는 듯
서부권 소각장은 분구를 앞둔 중구·동구·옹진군이 사용한다.
중구 내륙과 동구가 제물포구로, 중구 영종도가 영종구로 나뉘는데 각자 생각이 다르다. 생각의 주체는 영종구청장과 제물포구청장 출마를 준비하는 정치인들이다.
영종구는 인천공항소각장을 사용하겠단 계획이다. 공항소각장은 하루 140톤을 소각할 수 있는데, 이 시설을 통해 영종구의 생활폐기물을 처리하겠단 계획이다.
물론 인천공항에서 발생하는 쓰레기 처리를 위한 만든 소각장이다 보니 공항소각장 측은 줄곧 반대 입장이다.
하지만 소각장을 운영하는 인천공항공사가 정권의 영향을 크게 받는 조직이다 보니 정치권에서는 크게 개의치 않는 눈치다.
반면 제물포구 측은 함께 사용할 소각장을 영종도에 짓길 원하고 있다. 부평구와 마찬가지로 제물포구도 원도심이다 보니 마땅한 부지가 없는 탓이 크다.
다만 소각장 문제로 영종구와 갈등까지 빚을 의도는 없어 보인다.
인구 10만 남짓이 될 제물포구는 비교적 생활쓰레기가 적을 것으로 보고 소각장을 직접 짓는 대신 다른 지역의 민간 소각장을 이용하는 것까지 고려하고 있다.
비용 증가에 따라 쓰레기봉투값이 인상될 수밖에 없겠지만, 소각장 신설이 부를 갈등의 값보다 저렴하다는 계산이다.
옹진군은 육지와 다리로 연결된 영흥도는 남부권 소각장을 사용하게 된다. 나머지 백령도와 대청도·연평도·소청도 등은 각 섬에 소각로를 지어 생활쓰레기를 처리할 계획이다.
남부권은 문제 해결, 배출량 감소는 숙제
연수구와 남동구, 미추홀구, 옹진군 영흥면에서 사용할 송도소각장은 지난 8월 현대화 사업 계획이 기획재정부의 재정사업평가 심의위원회를 통과했다.
건축과 토목, 시설비 등에 2,648억원을 들여 하루 기존 소각장을 현대화하기로 했다. 2026년 착공해 2028년 말 준공할 계획이다.
다만 당초 계획보다 쓰레기 처리 규모는 줄었다.
시는 하루 540톤을 처리할 수 있는 현재 용량을 645톤으로 늘릴 계획이었으나, 지역 주민들의 반발에 부딛혀 530톤으로 줄였다.
서부 300톤, 북부 240톤, 동부 380톤과 비교하면 인천에서 가장 큰 처리 용량이다.
하지만 지금도 인천에선 하루 300톤의 생활쓰레기를 직매립할 정도로 많은 쓰레기가 나오고 있어 발생량을 줄이지 않는다면 현대화 이후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지자체 협의회 차원에서 배출 감소와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내년에 다양한 시범사업을 도입해 좋은 사업을 선별하고, 2026년부터 본격 시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