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언'으로 극복할 수 없는 기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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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언'으로 극복할 수 없는 기후위기
  • 박병상
  • 승인 2024.06.20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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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칼럼]
박병상 / 인천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인천 도시생태·환경연구소 소장

 

지난 4월 20일에 인천대공원에 세워진 기후위기시계 ⓒ 문경숙

 

노란색 모감주나무꽃이 피었다. 모감주나무꽃이 피었으니 장마가 오겠다고 누군가 SNS에 공언하던데, 기상청은 제주부터 시작한다고 예보하고 언론은 '역대급'을 전망한다. 봄이면 건조해 산불을 조심했는데, 봄비에 젖은 전국에 큰 산불은 없었다. 장마는 어떨까? 작년 남부지방을 흥건히 적신 장마는 전북 곡창지대를 외면했지만, 금강에 돌이킬 수 없는 재난을 안겼다. 지역 편차가 점점 심해지는 장마는 예측이 어려운데, 인천은 무탈할까?

한낮에 치솟는 기온이 아침저녁으로는 선선하다. 충북 민주지산에 20년 가까이 생태학교를 여는 류창희 선생은 요사이 날씨가 낯설다. 아침저녁에 가을 날씨를 보이더니 한낮에 뜨겁지 않은가. 8월 말 지나야 나타나던 늦반딧불이가 벌써 날아다닌다. 올 장마가 거셀 것으로 누차 예보해서 그런가? 다목적댐마다 물을 덜어내느라 바빴다. 40% 정도 비웠다는데, 기상이변은 예측을 비웃는다. 비가 내리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 걸까? 경기도의 강수량에 신경을 써야 하는 인천은 세계 초일류를 지향하는 만큼, 괜찮겠지.

지난 5월 24일 인천시는 관심 있는 시민과 공무원, 그리고 관계기관 임직원 400여 명이 모인 대회의실에서 ‘기후위기와 탄소중립, 지방정부 역할’을 주제로 반기문 제8대 UN 사무총장 초청, 특강을 열었다. 지구 평균기온 상승 폭을 산업화 시대를 기준으로 1.5℃ 이내로 제한해야 한다는 ‘파리기후변화협약’을 타결하도록 애를 쓴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은 강연에서 2050년까지 반드시 탄소중립에 성공하자고 강조했다. 성공못하면 인류 생존을 기대할 수 없음을 토로했는데, 인천시는 정부보다 5년 앞선 ‘2045 탄소중립’을 선포했고 달성을 자신한다. 합리적 근거를 내세웠을까?

"어떤 정책이든 당장 지구의 열부터 내려야 한다"고 절박한 마음을 내놓은 반기문 전 총장은 “세계 시민 정신을 갖고 국경을 뛰어넘어 사고해야 한다.” 하면서, “전 세계가 한뜻으로 탄소중립을 이뤄내야 한다.” 힘주어 말했다고 <굿모닝 인천> 6월 첫호는 썼다. 아울러 인천시의 대응도 담았는데, 기후위기가 전 지구적으로 가속화되지만, '올바른 방향 설정과 세밀한 추진 전략 그리고 모두의 참여가 더해진다면, 탄소중립은 반드시 실현된다.'라는 ‘희망사항’을 전한 것이다. 154개 부문별 온실가스 감축 사업을 선도적으로 진행해 탄소중립 세계 초일류 도시로 거듭나겠다는 선언인데, 아리송하다.

‘2045 인천시 탄소중립 비전’은 선언이다. 강력한 실천 없이 탄소 배출은 줄지 않는다. 2023년, 인천에 유치한 지 10년이 된 ‘녹색기후기금’(GCF)은 탄소중립의 효과를 전혀 내놓지 못한다. 지난 4월 20일, ‘지구의 날’을 기념해 인천대공원에서 ‘2024 탄소중립 기후시민 공동체 발대식’과 ‘제2호 기후위기시계 제막식’을 가졌지만, 그건 탄소중립 성과가 아니다. ‘지구의 날’ 발족한 탄소중립 기후시민 공동체는 로드맵에 따라 온실가스 감축, 탄소중립 생활 실천을 선도하겠다지만, 로드맵의 실체는 무엇일까? 대다수 시민은 모르는데, 시민의 소박한 행동으로 탄소중립은 실현되지 않는다. 탄소를 막대하게 소비하는 기업을 통제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한데, 인천시는 기업, 단체, 학계를 포함하는 35개 기관과 탄소중립 녹색성장을 약속했다고 밝힌다. 하지만 약속은 실천이 아니다.

인천시가 시민에게 정책을 긍정적으로 알리는 데 적극 활용하는 <굿모닝 인천>은 탄소중립 정책을 전하면서 동시에 모순적인 인천시의 정책도 홍보했다. 세계 10대 도시를 지향하는 도시답게, 경제성을 염두에 둔 개발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포뮬러1 자동차 경주 유치를 포함해 해안을 화려하게 개발하겠다는 계획도 포함되었다. 갯벌을 매립해 조성한 국제도시의 복판을 포뮬러1 자동차들이 굉음을 내고 질주하는 모습이 세계 10대 도시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 설명하지 않은 <굿모닝 인천>은 해안을 개발하면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재해에 취약하다는 사실을 전혀 주목하지 않았다.

선언으로 탄소중립이 가능해지면 얼마나 좋으랴. 1988년 설립된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에서 1차 보고서를 채택한 1990년이라면 다소 여유가 있지만 6차 보고서가 채택된 2023년은 다급하다. 구테흐스 현 유엔사무총장은 “파멸을 향한 고속도로에서 가속패달을 밝고 있다”라고 한탄하면서 위기를 촉발한 국가의 정부에 가혹한 대책을 요구했다. 내 자식이 포함된 미래세대의 생존을 생각하면 잘 사는 국가부터 솔선수범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듣기에 좋은 선언으로 탄소중립은커녕 기후재난을 막지 못한다는 절규인데, 인천시를 향한 발언으로 들린다.

1988년 강화에 600mm의 강우가 하루에 쏟아졌다. 기상이변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는데, 요즘 일상 용어가 되었다. 다행히 인천은 기후재난에서 이제껏 벗어났는데, 운은 계속되지 않는다. 재난은 인천 코앞으로 다가왔다. 바다에서 오는 재해를 완충하던 갯벌이 사라진 인천은 현재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칠갑이 되었다. 장마가 거셀 경우 재난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그만큼 커졌는데, 2045년은 20년 남았다. 해수면이 해마다 상승하는 인천은 한가할 틈이 없는데, 아직 선언에서 머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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