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다리의 호그와트 9¾, "이야기 가게로 놀러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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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다리의 호그와트 9¾, "이야기 가게로 놀러오세요"
  • 김도희 객원기자
  • 승인 2024.05.22 06: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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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배다리 '창영당' - 어르신·어린이를 위한 이야기 가게, 특별 공연장

 

지난 5월16일 오전 10시30분, 창영종합사회복지관에서 가정의 달을 맞아 특별한 인형극이 열렸다. 조은숙 ‘창영당’ 대표와 ‘노둣돌’ 인형극 단원들이 함께 어르신들을 모시고 생신잔치에 이어 축하공연을 올렸다. 올린 작품은 해학과 풍자로 유명한 옛이야기 ‘훨훨간다’. 아동문학가 권정생이 쓴 글을 대본으로 만들어 무대에 올렸다. 기자는 축하공연이 있기 이틀전 총리허설때 창영당을 찾았다. 

창영당은 경인선 도원역과 동인천역 사이의 우각로8번지에 위치한다. 인천 최초의 3.1만세운동이 열린 창영초등학교 근처에 있다. 버스로는 인천정보과학고등학교 버스정류장에서 하차한뒤, 정류장 뒤쪽 굴다리 터널을 통과해야 하는데, 이 터널을 통과하면 시간이 멈춘 듯, 신비한 느낌의 옛 거리가 눈에 들어온다. 마치 해리포터 영화 속 킹스크로스역 9와¾승강장을 통과한 듯한 느낌이다. 이 거리를 조금 올라가면 ‘복합문화공간 창영당’이라는 건물을 찾을 수 있다.

‘창영당’은 성냥공장과 아이스께끼 공장으로 한때 유명했던 곳으로 전해져 온다. 조은숙 대표는 아는 시인으로부터 창영당이라는 아이스께끼 공장명과 함께 그의 유년시절 배고팠던 이야기를 들었다. “문득 이야기를 파는 가게를 열고 싶었어요. 그의 이야기와 창영당 이름이 저의 이야기가게와 부합한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창영당’은 그래서 2017년 오픈하게 되었다.

 

9와¾ 창영당_ 배다리의 호그와트스쿨이다.

 

16일 오후 조은숙 대표와 만나 궁금한 것이 많은 ‘창영당’의 모든 것에 대해 인터뷰를 나누었다.

Q : 안녕하세요,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5월은 가정의 달이라 바쁘실 텐데 인터뷰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입구 간판에 복합문화공간이라고 쓰여 있던데, 어떤 일들을 하는 곳인가요?

A : 이곳에서는 주로 인형극과 그림자극, 그리고 낭독극도 합니다. 인근 초등학교에서 공연을 보러 오기도 했고요. 성인들 대상으로 마을이야기 인형극 수업을 열기도 합니다. 처음 1~8회기에는 인형제작 및 구연동화 학습을 했는데, 배운 인형극을 토대로 9~10회기에는 지역사회 공연을 함께 합니다. 재능봉사 형식으로 같이 나눌 수 있어서 즐겁고 행복했다고 다들 말했어요. 더불어 인형극과 관련한 소품 만들기를 회원분들과 함께 하기로 했죠.

월요일은 같이 모여서 스터디도 합니다. 오는 6월에는 인천 출신의 젊은 연주자(Player+Incheon)들이 2024년 배다리 공공예술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창영당에서 플레인 앙상블 공연을 열 예정입니다. 창영당은 이야기 가게뿐만 아니라 공간대여도 합니다. 피아노와 현악4중주, 그리고 플룻 연주자가 참여하는 편성으로 다양한 곡들을 준비했다고 합니다. 연주곡은 끌로드 보링의 <아일랜드의 여인>, 르로이 앤더슨의<Fiddle Faddle>, 그리고 월트디즈니의 만화주제곡을 엮어 연주하는<Disney medley>입니다.

지난 어린이 문학교실 수업시간에는, 옆집에 사시는 채장옥(93) 어머님과 앞집에 사시는 전태희(92) 어머님이 어린이날을 맞아, 어린 학생들에게 떡볶이 간식을 만들어 주셨습니다. 아이들은 할머니의 요리솜씨와 레시피를 들으며 동시를 쓰고 낭독을 해드렸어요.

 

만들기 체험학습

 

 어린이 문화교실_동화요리. 채장옥(93) 전태희(92) 할머니가 어린이를 위해 떡볶이 간식을 만들고 있다.

 

Q : 인형극은 어떤 이야기로 공연합니까? 축하공연무대에 서는 재능기부 선행자들은 어떻게 캐스팅하셨나요?

A : 이번에는 전래동화 이야기인 ‘훨훨간다’를 무대에 올리지만, 보통은 우리 마을에 전해내려오는 이야기들을 발굴해서 몰랐던 역사를 인형극으로 만들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때마다 주저없이 나눔을 실천하는 회원분들이 있어서 같이 사회적 활동들을 계속 해나가고 있습니다.

 

리허설장면
열심히 재능기부를 하시는 노둣돌 인형극 단원님들 
♬♪도둑이 훨훨간다~

 

창영동 마을 아카이브 해설사님의 재능기부로 더욱 풍성한 리허설 현장 스케치
창영동 마을 아카이브 해설사님의 재능기부로 더욱 풍성한 리허설 현장 스케치
노둣돌 단원 이월숙님("훨훨간다" 작품에서 황새와 도둑역으로 나오신 분)과 함께
노둣돌 단원 이월숙님 ("훨훨간다" 작품에서 황새와 도둑역으로 나오신 분)과 함께
노둣돌 인형극 단원 이월숙님과 옆집 채장옥 할머님(93세) 다정한 리허설 한컷
노둣돌 인형극 이월숙 단원과 옆집 채장옥 할머님(93)의
다정한 리허설.

 

Q. 이곳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들을 창영당을 모르시는 시민들에 소개해 주십시요.

A. 최근에 끝마친 ‘나는 즐거운 이야기꾼이다’와 같은 프로그램들이 있습니다. 회원분들과 같이 동화구연도 하고 이야기 소품을 만들다 보니 정도 들고 보람도 많이 느꼈습니다. 동구샘터평생교육 프로그램인데, 누구든지 신청 가능합니다.

 

인천 동구청 지정 우리동네 평생학습 배움터 40호 "동구샘터" 종강후 단체사진
동구청 지정 우리동네 평생학습 배움터 40호 "동구샘터" 종강 후 

 

생신잔치와 특별공연 '훨훨간다'

 

Q. 훈훈한 이야기로 가득한 창영당입니다. 인형극을 통해 소외된 계층과 마을의 공공재를 나누고 이익을 또 다시 나누는 대표님은 정말 훌륭한 마을 운동 활동가십니다. 이런 구도심 지역을 외부인들이 찾아오게끔 하여 활성화된다면 지역주민들께도 분명 이득이 될 것 같습니다. 너무 좋은 선행봉사 활동을 이어 가시니 여쭈어 봅니다. 그 밖에 하시는 일들은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A. 네, 6월부터 창영당에서 월 2회 9명의 다문화 여성분들과 자조모임을 갖습니다. 다문화 가족이 직접 만드는 “다문화 소개 인형극”을 계획중입니다. 저는 대학에서 한국언어문화학과를 전공한 후 해외 이민생활 때 엘살바도르국립대학과 한글학교에서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지도하는 자원봉사활동을 오랫동안 했었습니다. 그리고 그곳의 열악한 인프라속에서도 한국문화알리기를 했었고, 현지아이들의 삶을 담은 "맹그로브숲의 아이들" 그림책도 출간한적 있습니다.  그런 저에게 먼저 인형극을 배우고 싶다고 제안한 필리핀 이로스진 씨와 중국 왕커 씨를 만났습니다. 앞으로 다문화 강사로서의 교육콘텐츠개발, 다문화여성의 인식개선, 그리고 자원봉사 활동 등에 대해 논의 하기로 했습니다. 

 

 중국 왕커 씨와 필리핀 이로스진 씨

 

Q. 이런 모든 아이디어는 어디서 나오는 겁니까?

A. 고마움이 가득한 세상이죠. 27년간 동화구연가로 활동하고 있는데, 여러분들을 동화와 동심의 세계, 상상의 세계로 안내하는 조력자가 되고 싶어 하는 일입니다. 그래서 끊임없는 아이디어들이 솟아 나오는 가 봅니다.

어제 아침엔 지붕에 잠시 누워 있었어요. 따스한 햇빛과 바람 ~ 세상엔 공짜로 누리는 것들이 너무 많아요. 전 어릴 적 숨바꼭질을 하면 꼭 지붕 위로 올라갔어요. 아무도 못 찾게요" ^^ 그리고는 여러 생각에 빠지고 아이디어도 떠올리는 거죠.

 

"어제 아침엔 지붕에 잠시 누워 있었어요. 따스한 햇빛과 바람 ~ 세상엔 공짜로 누리는 것들이 너무 많아요.  전 어릴 적 숨바꼭질을 하면 꼭 지붕 위로 올라갔어요. 아무도 못 찾게요" ^^
"세상엔 공짜로 누리는 것들이 너무 많아요. 전 어릴 적 숨바꼭질을 하면 꼭 지붕 위로 올라갔어요. 아무도 못 찾게요" ^^

 

Q. 앞으로 개인적 목표와 창영당의 계획을 알려주세오.

A. 저의 개인적 목표라고 하면 복합문화공간 창영당이 마을학교가 되길 꿈꿉니다. 유.초등 어린이부터 90세 어르신에 이르기까지 문턱이 낮은 교육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저는 지역의 여러분들을 동화를 매개로한 동심의 세계, 상상의 세계로 초대하고 싶습니다. 창영당에서 함께 활동하고 있는 노둣돌 인형극단 선생님들과 지역의 이야기를 발굴하거나 옛이야기를 각색해 멋진 인형극을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창영당의 계획은 올해 8월 농한기에 농촌으로 찾아가 인형극을 할 계획입니다. 뜨거운 태양이 작렬하는 여름철과 11~12월는 농한기로 이전 달들에 비해서 일손이 덜하답니다. 그래서 이때 노둣돌 인형극단은 농촌으로 프로그램을 들고 찾아가려 합니다.

이런 생각은 권정생 작가의 ‘훨훨 간다’란 이야기에서 착안을 했는데요. 할머니가 할아버지에게 “영감, 이야기 한자리 해주세요. 네?”하며, 졸라대자 할아버지는 해 줄 얘기가 없다고 해요. 그러자 무명한필을 내주며 시장에 가서 재미난 이야기와 바꿔오라고 하지요.

교육 강사들에게도 긴 방학은 보릿고개와도 같습니다. 그간에는 여행을 가거나 천천히 새 학기를 준비하며 지냈는데, 올해 부터는 농한기에 직접 농촌으로 찾아가서 인형극을 할 계획입니다. 물론 대형공연장 공연 스타일은 아니구요. 강의실이나 사랑방, 경로당 등에서 담화형 인형극으로... 벌써 8월 1일 강화에서 첫 강좌가 약속되어 있답니다. 동화주제는 "훨훨 간다" 황새가 논두렁에 날아들고 빨간코 농부아저씨가 익살스런 이야기를 들려주는 전래동화로 이야기 한자리를 펼쳐보려 합니다. 겨울에는 "팥죽할머니와 호랑이"가 제격이겠네요. 

이렇듯 인형극으로 숨은 마을 이야기와 사람들에게 생명을 불어 일으키는 역할을 하고 있는 창영당은 선한 마법을 부리는 배다리의 호그와트임에 틀림없다. 오늘도 창영당에는 그녀의 따뜻한 인사와 함께 하고 있을 이웃의 할머니, 화가 할아버지, 그리고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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