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조기교육, 이중언어로 인한 표현언어장애
상태바
과도한 조기교육, 이중언어로 인한 표현언어장애
  • 신우항
  • 승인 2024.04.04 08: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애아동과 우리사회]
신우항 / 언어인지상담사

요즘도 많은 사람들이 조기교육에 관심이 많다. 오늘은 의도치 않게 조기교육에 노출된 한 아동에 대한 이야기를 해본다.

2019년 늦은 봄 한 아동모가 우리 연구소를 찾아왔다.
수줍게 문을 여시며 "예약 안했는데 잠깐 들어가도 되나요?"
그렇게 T아동의 어머니는 첫 인상에서도 교양과 고상함이 넘쳐나셨다.

 "네 가능합니다. 어떻게 오셨나요?"
 "요 옆 기관에 왔다가 관심이 있어서 왔어요."
(우리 기관 옆에는 베이킹으로 몬테소리교육철학를 가르치는 기관이 있다. 아이는 물론 어머니들도 아이가 맛있는 과자와, 케익을 만들어 와 좋아라 하시는 기관이다.)
 "아 네 잠시 들어오세요."

친구와 함께 온 어머니는 남편 사업 상 온 가족이 6개월은 중국, 6개월은 한국에서 왔다갔다 하며 살고 있다고 했다.
5살인 T아동은 공교롭게도 중국어와 영어, 한국어에 노출된 상황이라 하셨다. (중국에서 아버님은 중국어, 어머님은 영어 그리고 한국에서는 한국어를 사용하신다고 한다)
T아동은 자연스레 중국어, 영어, 한국어에 노출이 된 상황인데 5세임에도 문장으로 말하는걸 못한다고 하셨다.

검사 날짜를 잡고 검사해 보니 어머님의 말씀이 맞았다.
단어구사는 중국어와 영어, 한국어가 섞여있고, 문장으로 말하는 부분에선 단 한 문장도 제대로 구사가 어려웠다.

 '조심스럽겠는데...이중언어로 인한 표현언어 장애일 확률이 높겠어...'

보통 언어장애(Language Disorders) 는 의사소통장애(Communication Disorders) 의 하부 장애로, 수용언어장애(Receptive L D) 와 표현언어장애(Expressive L D) 로 나뉜다. 언어의 정립이 이루어 지기 전에 여러 언어가 한꺼번에 들어와 그 언어를 표현함에 있어 어려움을 격는 장애를 말한다. 다시말해 여러 언어의 어휘가 혼재하여 제대로 언어구사를 하지 못하는 장애이다.

어머님는 이 이야기에 얼굴색이 어두워지셨다.

 " 그렇잖아도 한국에 와서 영어 잊지 말라고 영어유치원에 보냈는데요."
 "단체사진을 찍었는데 우리 아이만 구석에서 쭈그려 않아 있더라구요."
 "왜 우리아이만 사진 찍을때 구석에서 찍었느냐 물었더니, 5세나 되서 화장실 가겠다고 말을 못해 소변 치우는걸 받아줬더니 별걸가지고 시비냐고 그만두라고 말하네요."
 "정말 너무 속상합니다. 우리아이 나아질 수 있을까요?"

T아동 어머님은 한동안 눈시울을 붉히혔다...

 

By wikipedia iceberg

 

이중언어는 빙산 두개가 솟아올라 있는것과 비슷하다. 그 두개의 빙산이 각각 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빙산 밑은 붙어있다. 
다시 말해 하나의 언어가 정립되지 못한 상황에서 서로 다른 언어에 노출된다면, 하나의 언어도 구사할 수 없는 위험한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는 뜻이다.
어머님은 본인이 처한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려 노력했지만 본의 아니게 아동의 언어장애를 방조한 모양새가 됐다. 
과도한 조기교육은 자녀를 힘들게 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