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령도에 좌초된 밍크고래가 말해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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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령도에 좌초된 밍크고래가 말해주는 것
  • 박정운
  • 승인 2024.03.2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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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령도 물범지킴이의 생태일기]
(21) 백령도에 좌초된 밍크고래

 

2024년 1월 25일, 백령도 해안에 좌초된 밍크고래
2024년 1월 25일, 백령도 해안에 좌초된 밍크고래

 

백령도 북쪽 해안에서 좌초된 밍크고래 

1월 25일(목) 낮 12시 49분 경, 밍크고래 1개체가 백령도 북쪽 해안에 좌초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죽어서 표류하던 밍크고래가 지난 며칠 동안(22일 ~ 24일)의 강풍과 높은 파도에 휩쓸려 백령도 해안으로 떠밀려 온 것 같다. 점박이물범과 상괭이가 좌초되어 발견된 경우가 간혹 있어서 현장조사를 해 본 경험이 있었으나, 밍크고래와 같이 대형고래의 좌초는 처음 겪는 일이라 긴장되었다. 게다가 밍크고래는 어떤 상황으로 발견되었는가에 따라 처리방법이 달라 민감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좌초된 밍크고래가 발견된 현장에는 25일과 26일 양일에 걸쳐 신고한 어민, 백령면사무소, 해경백령파출소, 백령도점박이물범생태관광협의체, 인천녹색연합 황해물범시민사업단이 참여하여 조사를 진행하였다. 좌초가 확인된 밍크고래는 암컷으로 길이 7.4m, 둘레 약 5m였다. 해경에서 금속탐지기와 육안 검사를 진행한 결과, (작살의 흔적 등) 불법 포획 같은 외관상 특이 사항은 발견되지 않았다. 1월 말의 계속된 영하의 기온에 좌초된 밍크고래의 상태는 부패되지 않은 상태로 양호했다.

백령도 현지 내에는 해양포유동물의 부검 등을 진행할 인력과 시설 등이 갖춰져 있지 않아 밍크고래의 정확한 폐사 원인은 확인할 수 없었다. 때문에 밍크고래의 유전자분석을 위해, 시료를 채취하여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소로 보냈다. 이렇게 채취된 밍크고래의 시료는 우리나라 해역에 출몰하는 밍크고래의 개군 측정 및 분석 뿐만 아니라 체내 중금속 오염 등을 파악하는데 활용된다고 한다.

해경의 조사가 끝난 후 밍크고래 사체를 인수받은 백령면사무소에서는 해안매립이 어려워 1월 30일(화) 진촌어촌계 등의 협조를 받아, 육상으로 옮겨 (해양폐기물 적치장에) 매립하였다. 「고래자원의 보존과 관리에 관한 고시」에 따라 ‘좌초와 표류된’ 모든 고래류는 국립수산과학원이 연구와 교육용으로 요청한 경우 외에는 폐기하고 있다.

 

좌초된 밍크고래 불법포획 여부를 조사 중인 해경
좌초된 밍크고래 불법포획 여부를 조사 중인 해경

 

서해보다 동해에서 밍크고래의 혼획 소식이 잦은 이유

밍크고래는 대형고래류인 수염고래 중에서 가장 작은 체구이며, 길이가 약 8.8m, 몸무게 최대 약 14t정도이다. 가슴지느러미에 하얀색 띠가 있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해양수산부 자료에 따르면, 밍크고래는 우리나라 연안에서는 연중 전 해역에서 출현하는 종으로, 동해 연안에 약 1,100마리, 서해연안에 약 1,600마리가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되어 서해의 추정개체수가 더 많다.

그런데 서해보다 동해에서 밍크고래의 혼획 소식이 잦은 이유는 왜 일까. 올해 1~3월 사이에만 벌써 서해 1개체, 동해 5개체가 좌초 또는 혼획되어 되었다. 국립수산과학원 자료에 따르면, 서해는 최대 수심이 100m로 먹이생물 또한 넓게 분포해 밍크고래도 전 해역에 두루 분포한다. 반면, 동해는 단조로운 해안선과 좁은 대륙붕을 따라 먹이생물이 제한적으로 분포해 있다 보니 특정 지역에 밀집되어 동해에서 혼획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밍크고래의 먹이생물(오징어, 플랑크톤, 물고기)이 여름철에는 먼바다까지 분포하기 때문에, 먹이를 따라 먼바다로 이동하여 연안에서 혼획된 개체수도 감소하지만, 겨울철에는 밍크고래의 먹이생물이 연안 쪽으로 모여들어 밍크고래 또한 연안으로 이동한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연안에 설치된 어구에 혼획될 가능성이 겨울철에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밍크고래의 가장 큰 특징인 가슴지느러미의 하얀색 띠
밍크고래의 가장 큰 특징인 가슴지느러미의 하얀색 띠

 

좌초된 밍크고래와 혼획된 밍크고래, 처리 방식이 다르다

한편, 1월 25일 백령도와 1월 22일 경북 포항 앞바다서 발견된 밍크고래 모두 불법 포획한 흔적은 없었다. 그런데 고래 사체를 처리하는 방식이 두 곳이 달랐다. 왜 일까?

국제포경위원회의 상업적인 고래잡이가 금지되었고, 국내에서도 고래에 대한 상업적 포경은 전면 금지되었다. 그러나, 어업 과정에서 발생한 혼획된 고래나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된 고래가 아닌 경우는, 「고래자원의 보존과 관리에 관한 고시」에 따라 ‘혼획된 고래’에 한정하여 유통을 허용하고 있다. 최근 경북 포항에서 그물에 걸려 혼획된 밍크고래의 경우에 해당한다.

반면, 2023년에 관련 법이 개정되면서, ‘좌초와 표류된’ 모든 고래류는 국립수산과학원이 연구와 교육용으로 요청한 경우 외에는 폐기해야 한다. 이번에 백령도에서 좌초된 밍크고래의 경우는 이 개정된 법에 따라 폐기하게 된 경우이다.

그러나 더 눈여겨볼 내용은, 밍크고래가 국내에서는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되어 있지 않아 혼획 시 유통 판매가 되면서 혼획을 가장한 불법 포획 문제가 나타나고 있는 대표적인 대형 고래라는 것이다.

특히, 밍크고래의 혼획을 놓고 바다의 로또라는 부축임 속에 적게는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수억 원에 위판되면서 ‘의도적 혼획’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유통이 허용되다 보니 매년 불법으로 밍크고래를 포획해 유통하는 사건도 적발되고 있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매년 70~80여 마리의 밍크고래가 혼획되고 있다.

밍크고래에 대한 이런 규정을 악용한 불법 포획사례를 예방하고자, 고래류를 유통하고자 할 때는 위법행위 조사를 거쳐 해경이 발급하는 ‘처리확인서’를 반드시 제출하도록 되어 있다. 밍크고래를 불법 포획할 경우 「수산업법」과 해양생태계의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의거하여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고, 불법 포획된 고래를 소지·유통·가공·보관 또는 판매하면 「수산자원관리법」에 의거하여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된 고래류 현황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된 고래류 현황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되지 못한 밍크고래

고래류 중에는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된 고래 종이 있고, 밍크고래처럼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돼 있지 않아 불법포획이 나타나고 있는 고래 종도 있다. 밍크고래는 왜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되지 못한 걸까?

해양수산부는 ‘해양생태계의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우리나라 고유종, 개체수가 현저하게 감소하고 있는 종, 학술적경제적 가치가 높은 종, 국제적으로 보호가치가 높은 종들을 <해양보호생물>로 지정하여 보호관리 하고 있다. 현재 해양포유류 21종, 무척추동물 36종, 해조류(해초류 포함) 7종, 파충류 5종, 어류 6종, 조류 16종 등 총 91종이 해양생물로 지정되어 있다.

우리나라 연안에서 발견되는 고래류는 총 35종이며, 이 중, 2023년 2월 22일, 관련법이 개정되면서, 참돌고래와 낫돌고래 2종이 해양보호생물로 추가 지정되어 고래류는 총 15종이 혼획 시에도, 위판이 금지되었다. 우리나라 주요 서식종으로 분류하고 있는 밍크고래, 참돌고래, 낫돌고래, 남방큰돌고래, 상괭이 등 5종의 고래류 중에, 안타깝게도 밍크고래만이 해양보호생물로 미지정 된 상태이다.

시장에서 유통되는 고래고기의 대부분이 밍크고래이고, 현재는 밍크고래의 유통과 판매가 합법이기 때문에, 밍크고래가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될 경우, 유통과 판매를 금지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밍크고래가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될 경우, 그에 따른 반발이 예상되는 상황이라고 한다. 과거에 해양수산부가 밍크고래를 해양보호생물로 지정하고자 추진 한 바가 있었으나, 관련 업계의 반발로 계획을 철회한 것은 이미 알려진 내용이다.

 

우리바다의 고래류
우리바다의 고래류

 

밍크고래 보호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확대

그럼에도 밍크고래 보호에 대한 사회적인 공감대는 확대되고 있다. 시민환경연구소가 2022년에 조사한 ‘해양포유류에 관한 국민 인식조사’결과를 살펴보면, 응답자의 85.5%가 고래류를 포함한 해양포유류를 보호하는 정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답했으며, 72.9%는 고래고기 판매를 반대한다고 답했다. 우리나라에는 관련법이 아직 없으나 2017년 ‘해양포유류보호법’을 개정한 미국의 경우는, 고래 등의 해양포유류를 보호하지 않는 방법으로 어획한 수산물의 수입을 2023년부터 제한하는 등 고래류 보호에 관한 국제사회의 움직임은 더욱 강화되는 추세이다.

또한, 기후위기의 시대에 대형 고래 한 마리가 평생동안 평균 33t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거대한 탄소저장고’로 불려지고 있다. 고래가 있는 곳에는 식물성 플랑크톤의 양이 증가한다는 사실도 확인되었는데, 지구에서 가장 작은 생명체인 식물성 플랑크톤 역시, 탄소 포집에서 큰 역할을 맡고 있다고 한다. 또한 철분과 질소가 다량 포함돼 있는 고래의 배설물은 식물성 플랑크톤의 먹이가 되는 등 고래류는 해양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처럼 해양생태계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고래류에 대한 ‘이용’의 대상이 아니라 ‘보호’해야 할 ‘생명체’라는 인식의 전환과 법, 제도 제정 및 정비 등을 통해 보호 정책의 확대가 필요하다. 우리나라 주요 서식종으로 분류하고 있는 5종의 고래류 중에, 현재 유일하게 해양보호생물로 미지정된 밍크고래에 대한 해양보호생물 지정을 적극 고려해야 할 시기이다.

 

혼획된 밍크고래
혼획된 밍크고래

 

*참고 자료

- 2011-2017년 국내 연안 고래류의 혼획 특성.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 2018. 한국수산과학회지

인천녹색연합 보도자료 ‘1월 25일 백령도 해안 좌초된 밍크고래 발견, 매립 조치’ 2024.1.30.

- 국립수산과학원 보도자료 ‘수과원, 동해 바다에 참고래, 향고래 등 멸종 위기 고래류 개체수 증가 확인’. 2024.1.17.

- 해양포유류 보호에 관한 수산업 대응 방안 연구. 2020. 12. 해양수산개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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