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우항 / 언어인지상담사
초등 4학년에 재학중인 S아동은 비록 가정이 부유하진 못해도 밝고 명랑하며, 위로 누나와도 아래로 동생과도 잘 지내는 배려심 많은 아동이다.
다만 특정 학습장애가 있어 글을 잘 읽지 못한다. 서열이 둘째라 장녀인 누나보다 관심을 덜 받았고, 막내인 동생보다 사랑을 못받았지만, 필자가 생각하기엔 안정적이고 괜찮은 아동이다.
어느날, 그 아동이 좀 이상했다. 어딘지 모르게 불안해 하고, 매우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S아동에게 물어보았다.
"S아동! 왜그래요? 무슨일 있어요?"
"선생님! 신발주머니를 잃어버렸어요."
평소와는 다르게 매우 불안해 하는 모습에 우선 아동을 진정시키며 말을 이어갔다.
"신발주머니를 잘 생각해서 다시 찾으면 되지요..."
"잘 기억해 봐요 어디에 놓고왔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아요. 어떡하죠?"
"엄마한데 말씀드려 볼까요?"
"엄마한테 전화해봤는데, 지금 일하고 계셔서 나중에 통화하자고 하셨어요."
"그럼 아빠한테 전화해 볼까요?"
그때였다!
"아 안되요 안되요... 엉엉..." 갑자기 울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아 알았어요 아빠한텐 전화 안할께요..."
잠시 후 S아동 어머니한테 전화가 왔다. 학교 운동장 밴치에서 찾았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이 일이 있고난 후 S아동 어머니와 대화했다.
"애 아빠가 한 성격 해요."
한번은 온 가족이 휴일 오후에 거실에서 쉬다가 S아동 누나가 음악에 맞춰 즐겁게 춤을 췄는데 S아동이 흥에 겨운 나머지 춤추는 누나를 밀치고 자신이 춤을 췄다. 화가 난 누나는 다시 S아동을 밀치고 춤을 추는데 갑자기 S아동 아버님이 버럭 화를 냈다.
사실 이런 상황은 여러 형제가 있는 집에서는 자주 있는 일이고 그리 화를 낼 일이 아닌데, 아버님은 S아동이 학습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누나가 동생을 무시했다고 화를 냈다고 했다. 아마도 본인으로 인해 학습장애를 갖고있는 S아동에 대해 자격지심이 있는 모양이다.' (상담시 본인도 학습장애가 있다 말씀하셨고, 특정학습장애는 유전일 확률이 매우 높다.)
또 S아동 어머니와 누나는 마라탕을 좋아해서 S아동 아버님이 없을때 집에서 배달해 먹은 일이 있는데 그날 저녁 S아동 아버님이 퇴근 후 집에 들어오자마자 집에서 자신이 싫어하는 마라탕 냄새가 난다며 버럭 소리를 지르고 화를 내서 식구들이 벌벌 떤 적이 있었다고 하셨다.
한동안 주말에 S아동 가족은 집 앞 공원에서 즐겁게 지냈다고 했다. 그런데 얼마전 공원에서 온가족이 돗자리를 깔고 치킨을 먹다가, 인라인 타는 사람을 보고 S아동이 아버님한데 인라인 타고 싶다고 한 모양이다. 그래서 아버님은 본인이 가르쳐 주겠다고 말했다.
그 후 공원에서 인라인을 가르쳐 주시다가 S아동이 잘 못하니 갑자기마구 화를내서 그 일이 있은 후로는 가족누구도 공원에 가려 하지 않는다고도 말씀하셨다. S아동 어머님도 남편이 언제 화를 낼지 몰라 불안하다 하시고 자녀들 조차 늘 불안에 떨며 가정생활을 하고 있다 하셨다.
S아동이 왜 아빠한테 전화한다고 하니 엉엉 울었는지 이해가 되었다. 嚴父慈母(엄부자모)라 하여 아버지는 엄하고 어머니는 자상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현대사회에 있어서 아버지의 엄함이 과하거나 엄하여야 할 상황이 아닌데 엄하거나, 늘 엄함만을 강조하여, 온 가족이 불안에 떨면서 살아간다면 상황은 매우 다른 것이다. 본인에게도, 부인에게도, 자녀에게도 결코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