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을 말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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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을 말해봐"
  • 이혜정
  • 승인 2011.02.17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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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외교사절과 함께하는 '정월대보름 민속놀이 축제'


직접 만든 순두부를 아이들에게 나눠주는 아주머니 모습.

취재 : 이혜정 기자

"Hello!! Welcome to Incheon"

17일 오전 10시쯤 인천도호부청사 입구에서 인천국제고등학교 학생들이 주한외교사절단에게 손을 흔들며 반겼다.

다양한 국가의 사절단들은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고맙습니다."라고 환하게 웃으며 한국말로 감사의 답변을 했다. 

외국인들의 서툰 한국말에 학생들은 쑥스러운 듯 미소를 지으면서 "나한테 말한거야", "어! 나를 보면서 손을 흔들었어"라며 아우성이다.


사물놀이 공연.

'삐리리~~', '지~잉', '쿵쿵 쿵덕쿵'. 다양한 사물놀이 소리가 울려퍼지면서 인천도호부청사에는 흥겨운 물결이 흘렀다.

사물놀이단은 머리를 이리저리 흔들며 즐겁게 청사 주변을 맴돌았다. 곱게 한국 전통의상으로 갈아입은 사절단은 흥에 겨운지 손벽을 치며 박자를 맞추고, 사진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또 캄보디아 대사 아이들은 낯선 소리에 시끄러운 듯 귀를 막기도 했다.

도호부청사 앞마당에 사람들이 북적거렸다. 전통민속문화 체험을 하는 곳 중 음식 만들기 체험장이 인기가 많았다. 여기서는 '가래떡굽기', '강정만들기', '고구마굽기' 등의 체험 행사를 가졌다.


고구마를 맛있게 먹는 세르비아 참사관 부부.

그 중 '고구마굽기'참여하기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화로에 올려져 익어가는 고구마 냄새가 코끝을 자극해 성질이 급한 몇몇 참가자들은 뜨거운 줄 모르고 맨손으로 집기도 했다.

"아이고 뜨거워"라며 소리를 지르지만 입가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옆에 있는 아이는 노랗게 익은 고구마를 보고 "엄마 혼자 먹지 말고 나도 줘"라며 보채기도 했다.

구워진 고구마가 동이 나자 달콤한 조청을 무쳐 만드는 ‘강정 만들기’에 사람들이 몰렸다. 사각 틀에 비닐을 깔고, 조청을 찍은 강정을 틀에 부어 밀대로 밀면 완성. 김우영(9·연수동)군은 "이거 그냥 먹으면 안 되나? 못 기다리겠는데…."라며 강정만들기보다는 빨리 먹고 싶어했다.


전통의상을 입고 기념사진을 찍는 아이들.

햇볕이 쬐는 맑은 날씨였지만 바람은 차가왔다. 그렇치만 사람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즐거운 표정이었다. 행사에는 주로 어린아이들과 50~60대가 눈에 많이 띄었다.

전통의상체험장에는 전통의상과 모자를 쓰고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이 있었다. 올망졸망한 꼬마 아이들이 서로 의상을 입어보겠다며 선생님을 졸랐다. "차례를 지키고, 한줄로 서세요"라는 선생님의 말을 따라 한줄로 나란히 서서 선생님의 "하나, 둘, 셋" 구령소리에 맞춰 밝게 웃으면 양손에 '브이'를 표시한다. 또 안내해주는 '포졸 아저씨'와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다.

한 아이가 "선생님 저 이 옷 말고, 왕 옷 입고 싶어요"라며 사진을 찍는 선생님 뒤에 한참 서 있었다.


순두부를 맛있게 먹는 아이.

전통의상체험장 바로 앞에 마련된 두부만들기 체험장에는 두부를 만드는 게 신기한 듯 아이들이 모여 있었다. 두부를 만들고 있던 아주머니는 "두부는 콩으로 만드는 거에요. 지금은 물이 많이 들어가서 순두부가 만들어 졌어요."라며 아이들에게 직접 만든 두부를 나눠졌다.

아이들은 두부가 담긴 종이컵을 받아 맛있게 먹었다. 선생님들은 아이들이 모두 맛볼 수 있도록 한 명씩 입에 넣어줬다.

김예은(6)양은 "맛있어요. 저 더 먹고 싶어요. 더주세요."라고 말했다.

두부를 받기 위해 기다리던 한 할머니가 "아이고 이뻐라. 종긋종긋 모여서 병아리 주둥이처럼 맛있게 먹네."라며 손주를 대하듯 등을 어루만진다.


용현동에 사는 김남순(27)씨가 자녀들과 함께 투호놀이를 하고 있다.

자녀와 함께 나와 투호놀이를 하는 김남순(37·용현동)씨를 만났다. 김씨는 "요즘 아이들이 전통놀이를 해볼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은데, 대보름을 맞아 이런 행사를 하니까 산 교육이 될거 같다"면서 "아이들과 직접 체험을 하면서 하루를 뜻있고 재미있게 보낼 수 있다고 생각해서 나왔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 11월 서구 검암동에서 이사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대보름 행사를 처음으로 즐긴다고 했다. 
 


소원이 적힌 한지를 달집에 걸고 있는 조광진(9)군과 임아연(12)양.

한쪽에서는 사람들이 조그만 사각 한지에 한 해의 소원과 희망이 담긴 글을 정성스럽게 적어 달집에 매달고 있었다. 대부분 액운을 물리치고 행복과 안녕을 기원하는 내용이었는데, '원하는 거 다 가질 수 있게 해주세요'라는 조광진(9)군의 소원이 입가에 미소를 짓게 했다.

소원이 적힌 한지를 달집에 매달고 있던 박종훈(75)씨는 "뭐니뭐니 해도 건강이 최고"라며 "'우리 가족이 올 한해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낼 수 있도록 해달라'라고 소원을 빌었다"면서 웃었다.

올해로 4회를 맞는 이번 행사는 인천시가 정월대보름을 맞아 27여개국 150여명의 외교사절 등을 초청해 우리나라 전통민속놀이와 '경제수도 인천'을 알리는 자리로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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