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잡한 연평도 주민들…"집에 가기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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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잡한 연평도 주민들…"집에 가기 두렵다"
  • 이병기
  • 승인 2011.02.17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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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주민대책위, 국가 상대 '정신적 피해' 배상 소송 예정


연평도로 들어가려는 주민들이 인천행 버스에 오르고 있다.

취재: 이병기 기자

고향에 돌아가려는 연평도 주민들의 마지막 손길이 분주하다.

임시거주 기간 만료를 이틀 앞둔 16일, 경기도 김포 양곡지구 임시거주지는 이미 떠난 연평주민들의 빈자리로 썰렁하다.

이날도 내일 출항할 연평도 배편을 이용하려는 몇몇 주민들은 당장 급한 물건만 챙겨 인천행 버스에 몸을 싣는다.  

딸과 함께 여행가방을 끌고 버스로 향하는 여성이 있는가 하면, 한 중년 부부는 이미 물건이 담긴 박스를 버스 안쪽으로 옮기고 있다.

물건을 나르던 한 주민은 지난 두 달여의 생활을 곱씹는지, 이내 담배를 물고는 아파트와 짐을 번갈아 쳐다본다.  

아파트 단지 안으로 들어가자 어느 집인지 박스테이프 뜯는 소리가 들린다. 박스를 든 아들과 함께 이사짐을 싸기 위해 집으로 향하는 주민도 보인다.

옹진군청은 17일 주민들이 옮기기 힘든 큰 짐들을 한꺼번에 모아 연평도로 나를 예정이다. 이 때문에 아직 남아 있는 주민들의 막바지 손길은 더욱 바빠진다. 

작년 12월 이곳으로 임시거주지를 마련한 1천여명의 연평도 주민 중 현재는 150여명이 남아 있는 것으로 주민대책위는 파악한다.

주민대책위가 사용하던 공간 역시 마지막 짐 정리로 분주하다. 

대책위 사무실에서 만난 김영애(52)씨는 "(연평도에)갈 수도 없고, 안 갈 수도 없다"고 하소연한다. 

김씨는 "섬 자체가 불안해 배를 타는 순간부터 두렵고 무섭다"면서 "내 집에 가면 안심이 돼야 하는데, 언제 또 폭탄이 떨어질지 몰라 불안하다"라고 말한다.

주민들이 당한 정신적 피해에 대해선 정부가 아무런 말도 없다는 지적이다.

"나 혼자 '땡깡(생떼)'부릴 수도 없어요. 이웃 주민도 포탄이 근처에 떨어져 정신적 충격을 입었죠. 배를 타는 것조차 못하겠는데, 옹진군에선 일단 들어가 보고 못 살겠으면 얘기하라고 해요.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착잡하죠."


연평도 주민대책위는 국가를 상대로 북한군 포격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준비중이다.

대책위는 변호사를 선임하고 '포격 휴유증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는 성인 기준 1인당 1천만원의 위자료 청구'를 계획중이다. 이들은 포격 징후가 있었음에도 국가공무원이 단순한 위협 행위라고 오인해 경고방송이나 대피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성익 연평도 주민대책위 홍보팀장은 "물질적인 부분은 정부에서 배상을 해주지만, 정신적 피해보상에 대해선 아무런 조치가 없다"면서 "일단 모든 주민들이 연평도에 들어가기로 한 만큼 그곳에서 공청회나 설명회를 통해 향방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인천 남구 정신건강증진센터가 연평도 주민 278명을 대상으로 우울증과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자살성향 등 심리검사를 벌인 결과 90%에 달하는 252명이 고위험군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박성익 홍보팀장은 "얼마 전, 송영길 시장과 면담을 한 자리에서 정신적 피해 관련 논의를 했지만, 관으로부터 어렵다는 입장을 비공식적으로 들었다"면서 "연평도에 바로 들어가지 못하는 주민들은 친척집 등에 잠시 거주하고 있다가 전체 주민공청회 이후 입장을 정리하겠다"라고 말했다.

옹진군청은 연평도로 들어가는 주민들에 대해 보일러 수리와 유리창 교체, 수도관 동파 수리 등을 지원할 계획이지만, 한동안 집을 비웠던 주민들의 불편함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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