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 피란민 "한 그릇 떡국에 정이 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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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 피란민 "한 그릇 떡국에 정이 솟는다"
  • 이병기
  • 승인 2011.01.31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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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적십자사, '연평 주민 위한 떡국 나눔' 행사


취재:이병기 기자

31일 오후 경기도 김포시 양촌다목적체육관 1층 강당. 김포에 임시 거주 중인 연평도 피란민과 양곡 LH아파트 주민 등 400여명이 20개 테이블에 차분한 모습으로 앉아 있었다.

송영길 인천시장 등 시·군·구 관계자들과 노란 조끼를 입은 적십자 봉사원 50여명은 강당 출입구 쪽에서 식판에 배식을 받아 테이블로 나르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음식을 나르던 봉사자들이 강당 뒤쪽 테이블에 앉아 있던 피란민들에게 음식을 나르며 "떡국이 늦게 와서 죄송합니다"라고 하자 피란민들은 "괜찮습니다. 잘 먹겠습니다."라고 밝게 대답하면서 수저를 들었다.

대한적십자사 인천지사는 피란 생활이 길어지면서 설 명절을 외지에서 맞이하게 된 연평 피란민을 위로하기 위해 '연평주민 떡국 나눔 행사'를 가졌다.

딸과 함께 떡국을 먹던 조모(47.여)씨는 "연평도에서 근무하는 남편이 혼자 설을 보내게 둘 수는 없어 내일 연평에 들어간다"면서 "집이 복구가 안돼 여러모로 불편하겠지만 설에는 가족이 함께 있는 게 좋을 것 같아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조씨는 "상황 정리가 다 되면 지금까지 우리에게 도움을 줬던 분들처럼 나도 봉사를 할 생각"이라며 "떡국도 챙겨주시고..말로 표현할 수 없이 고마울 따름"이라고 덧붙였다.

언니와 함께 떡국을 먹고 있던 김영애(52.여)씨는 "양곡 아파트 계약 만기일이 다가오면서 미래에 대한 막막함과 불안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었다"면서 "이렇게 신경 써 주셔서 고맙고 힘이 난다. 떡국이 아주 맛있다"라고 했다.

연평주민대책위 김재식 위원장은 "피란민들이 많이 지쳐 있는 상태였는데 오늘 이렇게 새해맞이 행사를 열어줘서 주민들이 큰 위안을 받고 있다"면서 "우울했던 마음들이 좀 풀린 것 같아 저도 기분이 좋다"라고 말했다.

배식을 하던 한 적십자 봉사원은 "피란민들께서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히 지내시라고 이렇게 오게 됐다"면서 "떡국 많이 드시고 어서 빨리 그리운 고향에 가실 수 있길 바란다"라고 했다.

이날 강당 한쪽에서는 인천 적십자병원에서 물리치료사 3명이 나와 몸이 불편한 피란민 50여명을 상대로 물리 치료를 해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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