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없이 수계전환해 적수 사태 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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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없이 수계전환해 적수 사태 발생
  • 김영빈 기자
  • 승인 2019.06.18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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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조사결과 발표-초기대응 실패로 사태 확산

 
김영훈 환경부 물통합정책국장이 18일 환경부에서 붉은 수돗물 사태에 대한 정부합동조사반의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붉은 수돗물 사태의 직접적 원인은 무리한 수계전환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환경부는 18일 정부합동조사반 중간결과 발표를 통해 20일째 계속되고 있는 붉은 수돗물 사태는 수산정수장의 수돗물을 공촌정수장에 공급하는 역방향 수계전환 과정에서 강한 유속( 평소의 2배)에 의해 관 내부의 물때 및 침적물이 떨어져 나와 발생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30일 공촌정수장에 원수를 공급하는 풍납취수장과 성산가압장 전기점검으로 공촌정수장 가동이 5시간 중지되면서 단수가 없도록 수돗물 공급체계를 바꾸는 수계전환을 실시했는데, 수산정수장에서 북항분기점을 거쳐 공촌정수장으로 수돗물을 보낼 때 역방향으로 일시에 많은 물을 공급함으로써 유속이 2배 이상(0.33m/s→0.68m/s) 빨라져 상수도관의 물때와 바닥 침적물 등이 떨어져 나왔다는 것이다.

 조사반은 수산정수장에서 공촌정수장으로 수돗물을 대체 공급하는 경우 북항 분기점을 거쳐 공촌정수장 정수지로 가는데 10㎞에 이르는 역방향 수계전환 구간의 배수관(1998년 매설된 직경 1350㎜ 강관)에서 이물질이 떨어져 나와 수돗물을 오염시켰다고 설명했다.
 
 조사반은 수계전환에 따라 수산정수장 수돗물을 공급받은 공촌정수장은 4개의 정수지를 거쳐 배수지로 보내거나 직결 공급했는데 배수지를 거치지 않고 정수장으로부터 수돗물을 직접 받는 서구 검암·당하동 등에서부터 피해가 발생했고 이후 수계전환이 끝나 공촌정수장에서 다시 기존 방향으로 물을 공급하면서 서구 청라, 중구 영종지역으로 피해가 확산됐다고 지적했다.


인천 상수도 수계전환(공촌, 수산정수장) 흐름도<자료제공=환경부>
 
 
 조사반은 수계전환은 국가건설기준(상수도공사 표준시방서 상 ‘상수도 통수·수계전환·준공’)에 맞춰 물 흐름의 방향 변경에 따른 녹물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충분한 시간을 두고 배수를 실시해야 했지만 인천시는 수계전환 시나리오에 수질상태 확인, 수질 이상 시 대비조치 등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채 10분 만에 수계전환 밸브를 열고 강한 유속으로 수돗물을 역방향의 공촌정수장으로 보내 적수 사태를 불러왔다고 결론 내렸다.

 또 북항분기점에서 밸브 개방 시 유량증가와 함께 일시적으로 정수 탁도가 0.6NTU로 먹는물 수질기준(0.5NTU)을 초과했으나 별도의 조치 없이 수용가에 공급했고 수계전환에 따라 공촌정수장 계통 배수지 수돗물의 탁도 또한 평소의 0.07NTU에서 0.11~0.24NTU까지 높아졌지만 초동대응이 이루어지지 않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붉은 수돗물 사태가 장기화하는 것은 수계전환 때 공촌정수장 정수지에 이물질이 포함된 오염된 물이 유입되면서 정수지가 이물질 공급소 역할을 했기 때문이며 환경부 원인조사반은 이러한 사실을 지난 13일 뒤늦게 확인하고 인천시에 통보했다.

 시는 당초 공촌정수장 정수지 탁도가 기준 이하로 수질에 이상이 없는 것으로 판단했으나 환경부 원인조사반 조사 결과 탁도계 고장으로 정확한 탁도 측정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반은 수돗물 적수 파동 이후 수질검사 결과 인천시 보건환경연구원이 분석한 1071건 중 수질기준을 초과한 사례는 9건(철 1, 탁도 8)이었고 재검사를 통해 모두 기준을 만족했으며 인천시교육청 요청으로 한국수자원공사가 분석을 실시한 영종지역 26개 학교 수돗물은 모두 수질기준 이내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수자원공사의 수질분석은 먹는물 수질기준 65개 항목 중 잔류염소, 탁도 등 17개 항목만 대상으로 했다.

 조사반은 성분분석 결과 오염된 필터와 수돗물에서 검출된 검은 알갱이는 알루미늄, 망간, 철 등으로 통상적인 수도관 침전물 및 물때의 성분과 동일하며 망간과 철이 붉은색을 유발한 것으로 판단했다.

 전문가들은 정수기나 필터로 거른 수돗물은 마셔도 되지만 현 단계에서 음용을 권장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고 빨래, 설겆이 등 생활용수로 사용하는 것은 가능하다는 의견이라는 것이 환경부의 전언이다.

 조사반은 수돗물 정상화 방향으로 공촌정수장 정수지 청소를 시작으로 송수관로, 배수지, 구역별 급수관 순의 배수를 제시했다.

 이에 따라 공촌정수장 4개 정수지 청소는 18일 마무리하고 19~23일 송수관로 이물질 배출을 위한 배수 및 8개 배수지 청소, 22~29일 급수구역별 배수를 실시할 계획으로 이달 말부터 정상적인 수돗물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환경부는 유사사태 재발방지를 위해 정수장 중심의 물 관리체계를 급·배수망으로 확대해 실시간으로 사고 징후를 감시·예측하는 시스템 도입, 상수관망 유지관리 개선 종합계획 수립을 통한 관망 운영관리 고도화, 관망 기술진단 의무화 및 주기적 관망 청소 법제화, 유역별 상수도지원센터 설치, 식용수 사고 대비 대응훈련 정례화 등을 추진키로 했다.

 또 연내 식용수 분야 위기대응 지침서(매뉴얼) 정비 및 재난 예방부터 복구까지 전 과정에 대한 대응체계를 마련하고 직결 급수지역의 문제점을 점검해 비상사태 발생 시 대응방안을 수립하거나 배수지를 통한 간접 급수방식으로의 전환을 검토할 계획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다음달 중 인천지역 붉은 수돗물 사태 조사결과 백서를 발간·배포하고 지자체·유관기관 공동연수회(워크숍)도 개최할 계획”이라며 “국민들에게 큰 불편을 끼치는 수돗물 공급사고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이번 사태를 교훈삼아 지자체와 함께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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