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로 지샌 연평도 주민들은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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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로 지샌 연평도 주민들은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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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11.25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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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나는 건가? … 가슴을 쓸어내리고"

연합뉴스는 북한군 포격으로 폐허로 변한 연평도를 찾아 현장을 보도했다. <인천in>은 보도 내용을 받아 시민들에게 전한다.
 

북한군 포격으로 폐허로 변한 연평도. <옹진군>

"집이 막 흔들리면서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전쟁이 나는 건가 걱정됐다"

인천 연평도 주민 최옥순(57.여)씨는 24일 저녁 북한이 집중 포 사격을 한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최씨는 23일 오후 2시40분께 집 안 부엌에서 늦은 점심 설거지를 하고 있었다. 연평도 앞바다 신항 부두 공사장에서 일하는 인부들의 점심을 차려주고 난 뒤였다.

최씨의 귀에 갑자기 '쾅'하는 굉음이 들렸다. 최근 군부대에서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사격연습을 한다'는 방송을 한 터라 북한의 포 사격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최씨는 다만 '사격 연습을 왜 이렇게 요란하게 할까'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포 소리가 너무 요란하게 들리고 집이 흔들리면서 어디선가 '와장창'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밖에 나가보니 바로 옆에 있는 아들네 창고 유리가 모두 깨져 있었다.

최씨는 그때까지만 해도 이상하다고만 생각했는데, 곧이어 '실제상황이니 대피소로 이동하라'는 방송이 다급하게 흘러나왔다. 다행히 집 옆에 대피소가 있어 부리나케 뛰어들어갔다. 5∼10분 사이에 요란한 포 소리가 이어졌다.

최씨는 '우당탕'하고 집 현관 유리가 깨지는 소리가 들려 10분 만에 다시 밖으로 나왔다. 현관문 유리뿐만아니라 아들네 창고 지붕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그 앞 도로에는 생전 처음 보는 포탄이 떨어져 있었다.

최씨는 "다른 주민들이 빨리 대피소로 들어가라고 해서 저녁밥도 못하고 그 안에 들어가 있었다. 한 30∼40명이 모여 있었는데 말도 못하는 분위기였다. 전쟁이 난 건 아닌가 싶어 불안에 떨었다."라며 당시 두렵고 뭔지 모를 공포로 치가 떨렸던 상황을 전했다.

최씨는 "서해교전이 일어날 때도 이렇게까지 불안에 떨진 않았다. 노인들 말이 6.25 전쟁 때도 마을에 이렇게 하진 않았다고 한다."라고 말했다.

당시 대피소에 모여 있던 주민들 사이에선 "빨리 육지로 나가야 한다. 여기 있다가는 진짜 큰일난다."는 여론이 강했다고 최씨는 전했다.

최씨는 "나도 이 참에 나가서 일을 볼까 생각했지만 공사 인부들 때문에 못 나갔다. 지금은 전력 복구팀이 들어와서 밥을 해줘야 한다. 다른 장사꾼들이 다 나가고 없는데 나까지 나가면 이 사람들 식사는 어디서 하나?"라고 인부들 걱정이 먼저였다.

최씨는 "다행히 집에 전기가 안 나가서 잠은 따뜻하게 자고 있다"면서 "다만 부식 가게 주인들이 다 나가서 먹을거리가 없는 게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에는 이전 서해교전 때보다 사태가 더 오래갈 것 같다"며 "포격을 심하게 당한 마을 복구가 언제 이뤄질지 걱정"이라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


불타는 주택가
23일 오후 4시쯤 인천시 옹진군 연평면 서부리의 한 집이 북한이 발사한 포탄에 맞아 화염에 휩싸여 있다.
연평도 중부리에 사는 송영옥(49)씨는 "당섬선착장에 있다가 잠시 연기가 걷힌 사이 마을에 들어가 사진을 찍었다"면서 "오후 5시쯤 어선을 타고 인천으로 탈출했다"라고 말했다. /연평도 주민 송영옥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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