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영화 ‘인천상륙작전’ 지나친 행정력 투입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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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 영화 ‘인천상륙작전’ 지나친 행정력 투입 논란
  • 배영수 기자
  • 승인 2016.07.13 16:2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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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 일각 “상업영화에 부적절, 외국 전쟁영웅 헌정의 내용인데...”

유정복 시장(사진 왼쪽)이 지난 3월 촬영 중이었던 ‘인천상륙작전’의 촬영 현장을 격려차 방문한 자리에서, 주연배우 이정재(사진 오른쪽)로부터 현장 촬영 컷에 대한 대강의 설명을 듣고 있다. ⓒ인천시


오는 27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인천상륙작전’에 인천시가 유례없이 집중적인 행정력을 투입하고 있는 것에 대해 문화계와 지역사회의 논란이 예상된다.

영화 촬영지로서 인천에 대한 홍보지원은 인천시영상위원회 등을 통해 일상적으로 해오는 일이지만, 외국의 전쟁영웅에 대한 헌정의 내용이 영화의 스토리인 만큼, 인천시가 평화도시로서의 위상을 저하시키는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3일 인천시에 따르면 ‘인천상륙작전’에 대해 시가 대대적인 행정력을 투입,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영화를 통한 도시 홍보와 촬영지 등을 중심으로 하는 관광객 유치, 그리고 주연배우들에 대한 명예시민 위촉 및 관내 일부 군구 순회 시사회 등이 영화와 관련돼 진행하거나 검토 중에 있는 내용들이다.

우선 시는 영화의 개봉과 맞춰 당시 인천상륙작전과 관계된 지역을 관광투어 코스로 만들 방침이다. 관내 주요 영화관과 관광안내소 등에 인천상륙작전과 관련 있는 지역을 안내하는 홍보물을 비치해 관광 장소로 알리고, 인천역~팔미도~자유공원(인천역-월미도-연안부두-팔미도-인천상륙작전기념관-자유공원) 코스와 월미도 중심 투어 코스(인천역-월미도-월미공원-레드비치-맥아더길-자유공원)를 적극 홍보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 1월 영화 촬영 차 내한한 배우 리암 니슨이 자유공원 내 맥아더 동상을 참배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이를 십분 활용하겠다는 복안도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또 유람선사와의 협의를 통해 영화 관람객들에게 팔미도 유람선 요금을 50% 할인하고 문화관광해설사를 승선시켜 유람선 안에서 인천상륙작전을 소개하는 방안을 내부에서 검토 중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이를 단기간 행사에 그치지 않고 영화 세트장 설치 작업 및 월미축제 등을 ‘인천상륙작전’과 연계해 진행할 방안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상륙작전 당시 집중포화를 견뎌내 ‘평화의 나무’로 불리고 있는 7그루의 나무에 포토존을 설치하고 스토리텔링을 통해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현재 자유공원 맥아더 장군 동상에서 월미도 입구(1.75㎞)까지 지정된 ‘맥아더길’을 월미도 그린비치 방면까지 연장하는 방안도 내부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개봉일 다음 날인 오는 28일부터 다음달 10일까지 2주간 인천상륙작전기념관 영상관 로비에서 상륙작전 당시의 현장을 담은 사진들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모아 특별전시회도 연다.

개봉일 이전인 오는 21일에는 영화사와의 협의 하에 남동구 구월동 소재 인천CGV에서 보훈단체 회원 및 시민 300여 명 등이 함께하는 특별 시사회를 마련키로 확정했다. 시는 이 시사회를 연수구와 부평구 계양구 등으로 확장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또 문화체육관광부에 건의해 오는 27일을 ‘인천상륙작전 영화 관람의 날’로 지정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고, 1천만 관객을 넘을 경우 감독과 주연배우 등을 명예인천시민으로 위촉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영화사 측이 사전 공개한 ‘인천상륙작전’의 스틸컷. ⓒ태원영화사

시가 영화 한 편에 이처럼 만만찮은 행정력을 투입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이는 시 내부에서 이 영화가 소위 ‘대박’을 칠 수 있을 거라 예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리암 니슨 외에도 이정재, 이범수, 정준호 등 한국 영화계의 특급 배우들을 투입한 만큼 적잖이 관객 몰이를 할 것으로 보고 이를 연계해 관광 및 문화역사 인프라를 확충하겠다는 복안인 것.

시 내부적으로도 무척 고무된 듯한 분위기가 엿보이고 있다. 인천시 관계자는 “영화 개봉 시기와 맞물려 인천을 홍보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준비 중에 있는 만큼, 많은 외지인들이 인천을 찾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역사회 적지않은 곳에서 인천시의 이러한 행정방향에 우려를 보내고 있다. 상업영화작품에 공공의 행정력을 쏟아 붓는 것도 바람직한 행정이 아니지만, 영화 자체가 맥아더를 비롯한 전쟁영웅들을 미화하고자 하는 의도가 노골적인 만큼 ‘남북평화의 선도’ 역할을 해야 하는 인천시가 소위 ‘냉전이념’에 빠져 이를 포기하려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매년 9월 인천상륙작전 당시 무고하게 희생된 주민들의 원혼을 위로하는 위령제를 지내고 있는 ‘인천평화복지연대’의 신규철 정책위원장은 “인천상륙작전이 포함된 한국전쟁에서, 인천은 그 폐해가 가장 컸던 지역 중 하나”로 규정하고 “경색된 남북관계는 물론 최근 사드 미사일 배치 등으로 인해 동북아의 국제관계까지 어수선해진 상황에서 인천이 이를 전쟁도시로 이미지화하는 인천시와 유정복 시장의 비전에 문제를 지적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 위원장은 “물론 우리나라 현대사에서 한국전쟁이 분명한 사실로 남아 있고, 또 대형영화사가 상업적 영화를 만드는 것 자체를 문제 삼을 것은 없다”면서도 “전쟁영화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이용하는 것이 본격적인 전쟁도시로서의 선포의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만큼 시의 행정력 투입은 최대한 자제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시가 나서서 시사회 구역을 넓히고 명예시민 위촉을 하는 등의 행정을 하는 것은 명백한 ‘오버’라고 꼬집기도 했다.

문제는 영화의 주연배우 또한 북한의 반응 등을 우려하고 있다는 대목에서도 찾을 수 있다. 13일 오전 여의도 콘래드서울서 열린 주연배우 기자회견에서 맥아더 역으로 주연한 리암 니슨은 “북한과 한국은 1953년 휴전 협정을 맺었고 이는 사전적 의미로 봤을 때 전쟁이 아직 종료되지 않은 상태를 의미하는 것으로, 영화제작자들뿐만 아니라 시민들도 걱정이 있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주연배우조차 영화의 개봉을 앞두고 동북아의 정세에 대해 우려를 표한 셈이다.

한편 영화 ‘인천상륙작전’은 1950년 9월 15일 UN군이 맥아더 장군의 지휘 아래 한국전쟁의 전세를 뒤바꾼 인천상륙작전을 그린 이야기다. 국내외 유명 배우들이 열연해 맥아더 외에도 전쟁의 숨은 영웅들을 조명하는 것에 큰 의미부여를 하고 있다. 하지만, 당시 지역에서 희생된 시민에 대한 언급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일부 지역여론의 반감을 사고 있다.

인천상륙작전은 대성공을 거두었지만, 이후 북진하면서 맥아더는 중공군의 개입우려에 대해 과소평가하고 승리를 자신했으나, 오판하고 전략적 실패로후방부대의 지원과 보급로가 끊겨 미군 및 연합군의 궤멸을 불러 후퇴했다. 맥아더는 핵사용과 중국 본토로의 확전을 주장하다 결국 3차 세계대전 발발을 우려한 트루먼 미대통령의 명령 불복종으로 1951년 4월 해임되고 말았다. 맥아더 장군에 대한 내·외국의 평가는 지금도 극과 극으로 대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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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컨데 2016-07-14 09:48:29
이삼백만 들어오면 성공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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