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다시 ‘비상사태’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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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다시 ‘비상사태’ 오나
  • 배영수 기자
  • 승인 2016.03.23 17: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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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구가 충당했으나 이달 지급여부 ‘안갯속’... 다음 의회서 문제 다뤄질 듯
 
 
인천어린이집연합회 회원들이 지난 1월 기자회견을 통해 인천시교육청과 정부가 누리과정 예산 문제 해결을 공식적으로 요구하던 모습. ⓒ배영수
 
인천 어린이집에 대한 누리과정 예산이 이달부터 다시 위기에 봉착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두 달 동안 인천시가 예산을 지원하며 보육대란 직전서 위기를 넘을 수 있었지만, 이달부터의 지원이 집행 주체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23일 시에 따르면 올해 시교육청이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거부함에 따라 1/4분기 재원조정교부금을 당초보다 약 두 달여 앞당긴 지난 1월 10개 군·구에 지급해 어린이집의 보육교사 수당 및 어린이집 운영비 등을 충당토록 했다.
 
당시 교부금 규모는 약 340억 원. 시는 이 교부금으로 어린이집에 보육교사 수당 및 운영비 1~2월분 60억 원을 지급하고 7개 카드사에 약 140억 원을 대납하게 하면서, 보육대란 직전에서 일단 이를 돌려세우는 데에는 성공했다.
 
다만 이달부터는 자칫 이 교부금 지급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는 상황이다. 정부의 누리과정 예산 미지급으로 시교육청이 예산 전출을 할 수 없게 되자 이를 거부하면서, 3월분 누리과정 예산 확보 여부가 일선 군·구의 판단에 좌우되기 때문이다.
 
본디 종전까지 누리과정 예산은 시교육청이 매달 20일 시로 전출한 다음, 시가 군구에 나눠 지급하고 25일 이들 군·구가 어린이집 등에 지급하는 식으로 집행돼 왔다.
 
시 관계자는 “1월에 지급한 재정교부금으로 어린이집 누리예산을 집행할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는 공문을 22일 각 군·구에 보냈다”면서도 “현재 군·구의 재정상황이 전반적으로 좋은 상태도 아닌데다 이들 교부금이 군구 별로 시급한 다른 사업에 먼저 쓰일 수 있는 만큼, 군·구가 자체 다른 사업들을 제치고 누리과정 예산을 집행할 지는 아직 봐야 아는 상황”이라 밝혔다.
 
이 관계자는 “사실 군·구나 시 입장에서 보면 누리과정 예산에 대한 정확한 해결 시기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시와 군·구가 언제까지나 미봉책 수준으로 누리예산을 집행할 수는 없지 않느냐”면서 “지금으로서는 정치적인 문제를 떠나 시교육청이 필히 예산을 편성해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내심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교육청이 이같은 입장에서 변화를 보이거나, 혹은 전국이 총선 정국으로 집중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누리과정 예산에 대한 전향적인 자세를 취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희박한 상황이다. 지금까지도 시교육청은 어린이집 누리과정을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누리과정은 시교육청이 맡아야 한다는 정부 입장도 별반 달라진 게 없기 때문이다.
 
시교육청 측은 일단 총선이 끝난 후인 다음달 19일부터 시의회가 제232회 임시회를 개최함에 따라, 시교육청이 제출한 예산 재의 요구안의 처리 과정을 일단은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재의 요구안을 처리하기 전 시점에 예산을 집행한다면 이는 그야말로 주먹구구식 행정인 만큼, 처리 전까지는 시에 누리과정 예산을 전출하지 않겠다는 기본 방침이 있는 상황”이라면서 “처리 결과에 따라 우리도 다른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다소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이 관계자는 “만약 시의회 요구대로 6개월분 누리예산을 편성해 절반의 해결을 한다고 해도, 나머지 6개월분의 예산 책정에는 또다시 갈등이 불거질 것은 자명하다”면서 “시교육청 재정으로 누리과정 전반을 모두 집행하려면 일선 학교 운영비 등을 모두 깎아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누리과정 문제가 교육대란으로 불똥이 튀게 될 수밖에 없다”면서 정부가 어린이집의 누리과정 예산을 집행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말 시의회는 올해 시교육청 예산에 6개월분 어린이집 누리과정 지원비용 561억 원을 편성하면서 이청연 시교육감의 동의를 구하지 않은 채 이를 의결했다. 새누리당 과반으로 구성된 시의회가 누리과정 예산 집행에 부정적인 정부의 입장에 서며 진보교육감인 이 교육감의 의사를 사실상 무시하고 진행했던 것.
 
그러자 시교육청은 이에 동의하지 않고 즉시 재의를 요구하며 예산 집행을 거부했고, 올해부터 어린이집 누리과정 지원 대상에 해당하는 3만 3,000여 명에 대한 예산 지원을 집행하지 않고 있다. 이 부족분은 지난달까지 시와 일선 군구가 임시방편으로 조달해 왔다.
 
그러나 시교육청이 언제까지 누리과정 예산 집행을 거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작금의 상황이 현재 시교육청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인천과 같은 경우로 의회와 예산 배정에 대해 갈등을 빚어온 전국 시도교육청 중 현재까지 재의 등 과정을 거치며 맞서고 있는 곳은 인천과 충남 및 충북교육청 3개 지역에 불과하기 때문.
 
여기에 충남과 충북은 인천과 비슷하게 재의 절차가 진행되고 있음에도 6개월 분의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해 지급하고 있다. 인천시교육청으로서는 여러 가지로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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