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기획] 준공영제 흔드는 인천시와 버스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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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기획] 준공영제 흔드는 인천시와 버스조합
  • 배영수 기자
  • 승인 2015.11.12 18: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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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버스업체에게 저자세...업체는 보조금 착복까지

사진은 특정 사실과 관계 없음.
 
인천지역 버스노조의 파업을 앞두고, 실속없이 협상만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시내버스의 공공성을 위한 준공영제에 대해 인천시와 인천버스운송사업조합(버스조합)이 소극적인 태도에서 벗어나지 못해 이용시민들의 우려가 더해가고 있다. 여기에 한 버스업체는 시민혈세를 가로채다 검찰에 적발되는 등 시의 허술한 관리감독과 버스조합에 대한 저자세, 그리고 버스조합의 부조리함이 도를 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버스기사의 복리후생이 타지역에 비해 뒤떨어진다는 노조의 주장이 통계 결과 사실로 나타나고 있으나, 이들에게 임금을 주어야 하는 버스조합이 시와의 표준운송원가 협의를 이유로 이를 거부하고 있다. 여기에 이를 중재해야 하는 시가 사실상 뒷짐을 지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어 준공영제를 도입한 버스행정 자체의 난맥상에 대한 우려도 있다.
 
12일 시와 버스조합 등에 따르면, 지난 5일 돌입키로 했던 버스노조의 파업을 일단 미루고 16일 노사정협의를 예정하고 있다. 그러나 확인 결과 시와 버스조합, 노조의 3자가 모두 기존 입장을 고수하며 이견차이를 좀처럼 좁히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유는 표준운송원가를 두고 감사원의 지적에 따라 이 지원을 낮춰야 하는 시와 이를 거부하는 버스조합이 운송원가에 대해 협의하지 못하면서 노조의 요구를 들어줄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표준운송원가 문제는 인천시가 과거 ㈔수입금공동관리위원회에 용역을 발주해 원가산정을 했던 것이 문제가 됐다. 원가산정을 직접 산정한 위원회가 버스 파업 문제에 있어 ‘사측’에 해당되는 버스조합의 연합으로 설립된 것이 밝혀지면서 지역사회에서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겼다”는 평가가 일기도 했다. 사실상 업체끼리 도모해 마음대로 원가산정을 했음이 지난 9월 ‘버스 준공영제 특정감사 결과보고서’에 나타났던 것.
 
이전에도 감사원을 통해 버스업체에게 110억 원이 넘는 시민혈세가 보조금 명목으로 버스업체에 건네진 사실이 보도되며 지역사회가 시와 버스업체를 달갑게 보지 않는 상황에서 알려진 사실이었다. 따라서 지원액을 낮추는 것이 당연함에도 버스조합이 이를 거부하고 있어 시민사회의 반발을 사고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인천지역의 버스기사 평균 임금이 기본급과 추가 수당 등을 모두 포함해 306만 원 선으로 서울의 358만 원, 부산의 341만 원, 대전의 337만 원에 비해 심히 낮은데다, 기사들의 휴식공간 미비와 긴 노선 소화로 인한 높은 피로도 등 복리후생 혜택의 열악함이 이 사실로 나타나면서 버스기사들을 위한 개선책이 시급한 상황이었다. 현재 버스노조가 입금 총액의 9.6% 인상과 월 만근일을 이틀 줄이는 등의 내용을 사측과 시에 요구 중인데, 현재까지 이 요구사항에 대해서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평가되고 있다.
 

지난 3일 버스노조가 총파업을 결의하던 현장.
 
그러나 시는 16일 최종 협의일이 다가옴에도 별다른 묘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 관계자는 표준운송원가에 대해 “버스조합 측과 지속적으로 만나고 있다”고만 밝혔다. “협의 조건이 무엇이었느냐”, “파업 연기하기로 한 이후 언제 어디서 몇 차례 만났냐”는 질문 등에는 “말해줄 수 없다”고만 했다.
 
버스조합 관계자는 “파업을 잠정 연기키로 한 후 시에서 한 차례 조건을 제시한 적은 있었는데 우리 성에는 전혀 차지 않은 수준이었다”며 “아무것도 협의된 게 없다고 보면 되고, 우린 준공영제 안 해도 되니까 태도에 변화는 전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시한 조건이 뭐냐”는 질문에는 시와 마찬가지로 “역시 답해줄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결국 버스 파업이 일어나면 당장 시민들의 출퇴근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는데도, 시와 버스조합은 아무런 협의도 이끌어내지 못한 채 사실상 두 손을 놓고 있는 모양새를 연출하며 시민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준공영제 안 해도 된다”라는 버스조합의 '몽니'가 계속되고 있다. 노동자들의 임금문제나 노동자의 권리 등은 둘째치더라도, ‘시민의 발’인 버스의 공공성을 빌미로 준공영제를 깨겠다는 입장까지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민간업체에 의해 운영되는 버스업체가 공공성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준공영제인 것인데 이를 거부하며 시민들의 이동수단을 자신들의 뜻대로 주무르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셈이다. 그나마 시와 버스노조가 “준공영제만큼은 지켜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버스조합은 이마저 거부하고 있는 것.
 
버스노조 측은 “노조는 파업 잠정연기 이후 단 한 차례도 시와 교섭할 기회가 없었고 지금도 만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16일까지 얼마 남지 않은 기간 동안 시가 노조를 만나서 말이라도 한번 건네 봐야 하는 시도가 필요함에도, 버스조합과의 운송원가 협의가 미진하다는 이유로 노조와는 만날 시도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12일에는 한 버스업체가 시의 준공영제 보조금을 받아 이를 착복한 혐의로 인천의 한 버스회사 영업소장 2명이 기소됐는 일도 발생했다. 인천시가 “시민을 위해서 쓰라”고 준 돈을 버스업체 간부가 자신의 호주머니로 부당하게 챙긴 사례다.
 
버스업체가 시민 혈세를 가로챈 ‘죄질이 나쁜’ 범죄이지만, 긴 기간 동안에 이루어진 착복임을 감안했을 때 시가 이를 파악하지 못했거나 알고도 묵인했을 가능성도 있어 이에따른관리감독의 근본적인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서울에 사는 기자의 지인이 “인천 버스노선들은 다 왜 이러냐”면서 보내준 이미지. 확인 결과 13번 노선이었다. 직선으로 잘 뻗어 있다가 수출5,6단지 즈음서부터 갑자기 노선이 '춤'을 추기 시작하는데 실제 인천 버스에 이런 노선들이 한둘이 아니라서, 실제 버스를 이용하는 시민들의 큰 불만으로 일찍부터 자리했음에도 시가 나서서 개선의 여지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게 큰 문제다.
 

더불어 버스조합이 시민 혈세를 착복하는 범죄를 저지르거나, 준공영제를 파괴하려는 등의 시도에 시가 이를 제대로 제어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요즘, 시 행정에서 갑을 관계를 말할 수 없지만, 준공영제에 있어서 ‘갑’의 위치는 시, ‘을’의 관계는 버스조합으로 불릴 수 있다. 시내버스가 본디 공공성을 가지고 있고, 이 공공성은 관내 교통수단들 중에서도 가장 상위급에 속한다. 때문에 공공의 기능을 소화하는 버스업체들이 최소한 손해는 보지 말아야 한다는 인식에서 도입된 것이 준공영제였다. 시민들이 이 준공영제 도입에 찬성한 이유도 바로 그 공공성이었고, 이 때문에 시가 예산을 따로 책정해 버스업체에게 지원해준 것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업체가 시민사회와 시의 뜻에 불응한다면, 시는 일단 설득을 해 보고, 만약 설득이 안 된다면 ‘갑’의 위치에서 ‘윽박’이라도 질러서라도 시민들을 위해 버스업체를 움직이게 해야 하는 게 옳다. 위에서 언급한 대로 시는 버스조합에게 ‘기자에게는 알려줄 수 없는 물밑 조건 제시’를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의 세금까지 쥐어주는 버스조합에게 권한 행사는 커녕 오히려 물밑에서 조건 제시를 하며 끌려가는 듯한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대로 권한 행사를 한다면 시민들도 다 알 수 있는 공개적이고 합당한 조건 제시를 하는 것이 옳다. 숨길 것이 뭐가 그리 많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는 시민사회의 불만이 커지는 결정적인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
 
인천시민사회단체연대의 박재성 운영위원장은 “표준운송원가에 대한 감사원의 지적은 옳았고, 시와 버스조합은 이를 받아들여야 하는데 버스조합이 배째라 식의 베짱을 부리고 있다”면서 “준공영제는 시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것인데, 표준운송원가 계산과 운영에 있어 버스조합이 꼼수를 부렸고, 시의 관리감독이 철저하지 못해 일어난 일이면 둘이 책임지고 협의해 사태를 마무리짓는게 옳거늘, 버스조합이 인정하지 않으며 불편을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전가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시가 버스조합에 돈도 다 주면서 조합에 숙이고 들어가면 안 되는 것”이라며 “그럴 이유가 없는데 시가 저자세를 취하는 것은 시의 고위직과 버스조합 간 무언가 유착관계가 있다고 의심을 살 수 있는 것이고, 실제 그러한 의심을 시민사회로부터 사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박 위원장은 “관리감독에 있어 행정만으로는 역부족이라는 생각도 들었는데 그렇다면 시민들이 참여해 함께 감독할 수 있는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할 것 같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또 “잘못된 노선들이 많아 운행시간이 길어지고 기사들의 피로도가 높아지는 만큼 노선도 전면 정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한편 시는 버스업체 근로자의 고용 안정과 시민에 대한 교통 서비스 향상을 위해 지난 2009년 8월부터 시내버스 준공영제를 시행하고 있다. 작년 한해에만 717억 원의 보조금을 버스 업체에 지급하는 등 지난해까지 총 2,60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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