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미도 피해주민 외면한 영화 '인천상륙작전'
상태바
월미도 피해주민 외면한 영화 '인천상륙작전'
  • 배영수 기자
  • 승인 2015.10.30 14: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30일 제작발표 보고회 열려

영화 [인천상륙작전]의 출연진들. 좌로부터 리암 니슨, 이정재, 정준호, 이범수.
 
내년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인천상륙작전](감독 이재한)이 맥아더와 당시 군인들의 승전에 초점이 맞춰지며, 미군의 월미도 포격에 대해서는 다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할리우드 판 전승행사’다.
 
30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동 소재 조선웨스턴호텔에서는 영화 [인천상륙작전]의 제작발표 보고회가 열렸다. 국내의 대형 영화사인 태원엔터테인먼트의 제작 하에 맥아더 역을 맡은 할리우드 액션 배우 리암 니슨을 비롯해 이정재, 이범수 등의 캐스팅은 이미 알려진 바 있으며, 정준호, 진세연, 김병옥 등 국내 유명 배우들까지 합류하며 흥행을 노리고 있다.
 
이날 제작발표 보고회에서는 정태원 태원엔터테인먼트 대표와 이재한 감독도 배우들과 함께 자리했다. 현재 해외에서 일정을 소화 중인 리암 니슨은 영상 메시지로 참석을 대신했다.
 
이날 보고회에서 정 대표는 “인천상륙작전이 당시 한국전쟁의 불리한 전세를 단숨에 역전시켰던, 실로 세계사에 길이 남을 작전이었는데, 이 감독이 과거 [포화속으로]의 감독을 맡을 때부터 영화에 대한 자료를 준비하던 중 희생된 해군첩보부대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이 제작의 이유”라고 밝혔다.
 
이어 정 대표는 “이들의 작전을 영화로 만들어 그 영웅들을 조명해야겠다는 것이 영화의 의도”라며 “희생된 젊은이들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월미도 포격으로 희생된 주민들에 대한 내용은 빠져 있다.
 
정 대표가 언급한, “영화에 대한 여러 자료들을 준비하던 중 알게 됐다”는 ‘해군첩보부대’의 존재는 웬만해서는 알기 힘든 내용이다. 자료들을 조사하면서 미군의 포격으로 희생된 100여 명의 월미도 주민들에 대한 자료 역시 함께 알았을 가능성이 높다. 정 대표가 이를 알고도 영화의 의도가 있으니 이를 무시한 게 아니냐는 것으로 볼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정부가 당시 희생된 주민들에 대한 보상 및 위령을 제대로 해주지 않고 있어 지난 9월 해군 주도로 열린 전승행사에 대한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때문에 여기에 쟁쟁한 출연 배우들은 적지 않은 영화 팬들을 극장으로 불러 모으게 할 공산이 크고, 또 우리에게는 ‘테이큰’이나 ‘쉰들러 리스트’ 등을 통해 잘 알려진 리암 니슨의 존재 때문에 향후 해외에서도 영화가 소개될 가능성도 있다. 인천상륙작전이 희생된 원주민에 대한 언급 없이 승전만 부각돼 ‘실체적 진실’이 묻힐 수 밖에 없다.
 
한인덕 월미도원주민대표는 “인천상륙작전을 영화로 다룸에 있어서 승전에 관한 내용만 다루는 것은 인천시민 우롱하는 것”이라며 “희생 없이 승전을 올리는 것도 불가능하거니와, 이 작전은 당시 맥아더와 이승만 전 대통령의 계획적인 작전으로 ‘학살’에 가까운 수준으로 시민들이 희생된 만큼 이 내용이 반드시 다뤄져 국민들께서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회장은 “더군다나 할리우드 배우의 출연으로 영화가 국제적인 경로를 타고 소개된다면 더 안타까운 일이 일어나는 것으로 절대 영화상에서 묻어두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인천지역 문화예술단체인 스페이스 빔의 민운기 대표는 “인천상륙작전은 지어낸 이야기가 아닌 ‘실화’인 만큼, 한쪽의 일방적인 영웅담 류에 몰아가거나 승전에 집중하는 것보다는 객관적으로 냉정한 접근이 필요함에도 그렇게 하지 않고 있는 것 같다.”며 “영화사 측에 시민사회의 입장을 알릴 수 있는 루트와 이를 통한 성명서 전달 등의 방법을 우선 알아보겠다”고 전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