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정비조합들 “조합은 자선사업가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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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정비조합들 “조합은 자선사업가 아냐”
  • 배영수 기자
  • 승인 2015.04.29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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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주택 빌미로 재산권 침해 안 돼”... 전문가들 “독립권한 필요”
ⓒ김선경

인천시가 민간재개발구역에 대한 임대주택 비율을 0%로 조정하면서 일부 시민단체가 이를 규탄하자, 정비사업 조합원 등으로 구성된 단체가 이에 맞불을 놓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정비사업에 대한 시민 간 갈등이 우려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조합의 독립 권한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관내 정비구역 추진위 및 조합원 등으로 구성된 ‘인천시구도심정비사업연합회(이하 연합회)’는 29일 기자회견을 갖고 “서민들이 원하는 임대주택을 민간재개발 구역에서 만들 경우 그 부담이 고스란히 같은 서민인 조합원들에게 주어진다”며 “자선사업가도 아닌 조합원들에게 시민단체가 재산권을 포기하라는 의미와 다를 바 없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이 기자회견까지 자처해 이러한 주장을 강조한 것은, 지난 6일 시가 전국 최초로 민간재개발구역에 대한 임대주택 건설 비율을 0%로 폐지하겠다는 방안을 발표하면서 시민단체 일부가 이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함에 따른 것이다.
 
실제 23일 ‘인천시민사회단체연대(이하 시민연대)’가 “민간재개발구역의 임대주택 의무비율을 없애는 정책은 원도심 주택 재개발 활성화 방안을 오직 서민의 임대주택 몫을 빼앗는 것으로 해결하려는 근시안적 정책으로 이러한 조치는 서민 주거복지 정책을 포기하는 것”이라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열면서 논란이 됐다.
 
시민연대는 “시는 임대주택 비율 폐지는 어려운 서민들이 주거복지 몫을 빼앗아서 건설사와 민간주택조합의 이익을 보전해주겠다는 의도로 임대주택을 신청해 놓은 1만 3,000명과 재개발 예정지의 어려운 인천시민들의 희망을 앗아가는정책”이라는 논평을 근자에 발표하기도 했다.
 
연합회는 이러한 시민연대의 주장이 전적으로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시가 의무비율을 폐지하긴 하지만 정말 필요하다 판단할 경우 구청장의 지시 하에 임대주택을 5%까지 건설하게 할 수 있으며 이는 시에서 발표한 내용과도 동일한데, 시민연대가 이를 빼고 진실을 호도하고 있다는 것이 연합회 측 주장이다. 연합회의 이 주장은 실제 지난 6일 시가 이같은 방안을 발표할 당시, 김성수 시 도시관리국장이 “구청장이 임대주택을 5%까지 건설케 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며 직접 말하기도 했던 내용이다.
 
실제 시민연대 측이 기자회견 당시 언급한, '임대주택을 신청했다는 1만 3,000여 명의 수치'에 대해서는 기자가 이후 직접 조사해 보기도 했다. 그 결과, 민간재개발구역의 임대주택 신청이 아니라 대부분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인천도시공사 등에서 추진하는 영구임대와 국민임대의 형태였다. 연합회의 주장이 보다 설득력을 얻을 수 있는 부분이다. 또 규정상 현 민간재개발구역의 임대주택은 아무리 오래 거주해 봐야 최장 5년이 전부인 상황. 이것이 사실상 조합원들의 재산이기 때문이다.
 
연합회 측은 이러한 최장 5년의 ‘전환형 임대주택’이 사실상 임대주택 신청자들이 원하는 주택 형태와 거리가 있다고 해명했다. 연합회의 이기서 회장은 “실제 우리가 시에 알아보니 임대주택 대기자가 13,500명인데, 이중 영구임대주택 대기자가 10,880명, 국민임대주택 대기자가 2,419명으로 민간재개발구역의 임대주택을 원하는 건수가 별로 없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물론 임대주택 수가 줄어들 것을 우려하는 시민단체의 주장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공공임대를 원하는 다수의 신청자들을 최장 5년 거주가 전부인 민간재개발 임대주택에 거주토록 하는 것은 미봉책일뿐더러 신청자들이 원하는 바도 아니다”라며 “시민단체가 제대로 알지도 못한 채 일방적인 주장만 하며 우리를 마치 돈 많은 사람처럼 몰아가고 있는데 이는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 말했다.
 

인천시구도심정비사업연합회의 이기서 회장. 이 회장은 “시민단체의 의도는 알겠지만 공공의 영역인 임대주택을 민간조합원들에게 전가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 밝혔다.
ⓒ김선경
 
시 집행부 역시 전반적으로는 비슷한 반응이다. 시 관계자는 “건설경기가 좋지 않아 정비사업 전체가 주저앉고 있는 마당에, 서민들로 주로 이루어진 관내 재개발구역에 대해 사업성이 현저히 떨어지게 만드는 임대주택을 고집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며 “차후에 부동산 경기가 또 좋아지면 그때 다시 시 자체 권한으로 올릴 수 있는 것이기도 한데 시민연대가 너무 경직된 사고에 머무르고 있는 것 같다”며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현행 법규상 민간재개발구역의 임대주택 비율에 따라 짊어지게 될 부담이, 같은 시민 처지에 있는 조합원들에게 모두 전가되는 것은 형평성의 차원에서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러한 내용은 연합회 측이 기자회견을 연 결정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이 회장은 “일반 건설회사가 주택법에 근거해 토지 매입 후 개발사업을 할 때는 임대주택을 짓지 않아도 되고, 이는 지역 주택조합도 마찬가지인데, 민간재개발조합이 정비사업을 하게 될 때만 의무적으로 임대주택을 지어야 하는 비율 때문에 사업이 넘어져 와해되고 매몰 비용으로 고생하는 조합들이 그간 부지기수였다”면서 “가난한 서민들이 참여하는 재개발사업에서 임대주택을 환수한다는 것은 아무리 봐도 맞지 않는 일”이라 주장했다. 이 회장은 “그렇다면 건설사들이 임대주택을 건설하면 시로부터 인센티브를 받듯이 우리도 그렇게 인센티브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해야 하는 것이냐”고 말했다.
 
이렇게 민간재개발구역에 대한 임대주택 비율 폐지에는 오히려 이해관계에 따라 시민 간 갈등이 초래되는 분위기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비사업 진행 시 시민들 개개인의 재산권 침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하고, 조합 역시 재개발사업이 이제 공공성의 측면이 무색해진 만큼 매몰 비용 등 위험에 대해 지자체에게 의지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즉, “임대주택도 알아서 하고, 사업 실패 시에도 알아서 하라”는, 완전한 독립권한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한 도시정비업체 전문가는 “현행 정비사업에서 임대주택 비율을 조합에게 전가하는 것은 실제 시민들의 재산권을 강제 침해하는 구석이 있어 사업에 큰 걸림돌이 됐던 것이 사실인데, 사업이 넘어질 경우 발생하는 매몰 비용을 비롯해 시에서 정비사업에 부담하는 예산과 간섭 정도를 최소화해 사실상의 독립적인 사업 권한을 조합원들이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동시에, 그 사업에 대한 리스크 역시 조합원 스스로가 지게끔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정비사업 관련 전문 매체인 A언론의 J모 기자 역시 “기본적으로 정비사업은 해당 구역의 소유권(토지, 건물 지상권 등)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경제적 이익을 불리기 위해 하는 엄연한 ‘사업’에 해당되며, 성공하면 그 주체들이 부를 축적할 수 있는 것이고 실패해도 그 주체가 책임지는 것이 기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인천시의 임대주택 비율 폐지는 그들의 재산권을 침해하지 않겠다는 의미이며, 조합원들 역시 사업이 실패했을 때 매몰 비용 등을 시에게 기대하지 말라는 의미로 조합 스스로 이를 주의 깊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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