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특별조사위, 1년으론 아무 것도 밝혀내지 못한다
상태바
세월호 특별조사위, 1년으론 아무 것도 밝혀내지 못한다
  • 이희환 기자
  • 승인 2015.04.20 11: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과거사위 전 조사관들이 말하는 세월호 특별법과 시행령의 문제점
 
세월호 참사 1주기를 앞두고 4·16세월호가족협의회와 시민사회에서는 세월호 인양과 함께 정부가 대통령령으로 마련한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의 폐기를 줄곧 주장해왔다. 줄기찬 요구가 계속된 가운데 참사 1주기를 불과 하루 앞두고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세월호 1주기 현안 점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진상규명 특별법에 따른 시행령도 원만하게 해결이 되도록 신경을 많이 쓰기 바란다"고 지시한 바 있다.
 
이에 새누리당은 뒤늦게 17일 오후 회의를 열어 '4·16 세월호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 시행령안'(이하 '시행령안')의 수정 방안을 조율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시행령안이 세월호 참사의 진상 규명에 소극적인 방향으로 제정되는 게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를 감안,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의 파견 공무원 비율을 조정하고 특위 출범 뒤 필요하면 정원을 늘리는 등의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시행령의 전면 폐지는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는 듯하다.
 
그렇다면 정부가 마련한 세월호특별법 시행령안은 어떤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가? 그리고 시행령안을 일부 수정, 보완하면 세월호 참사의 원인과 구조실패를 제대로 규명해낼 수 있는 것인가?

이와 관련해 [인천in]에서는 지난 4월 11일 지녁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 정리위원회’(이하 ‘과거사위’)에서 3~4년간 조사관으로 진실규명 활동을 벌였던 조사관 4인을 초대해 ‘세월호 특별법과 시행령’의 문제점에 대해 과거사위의 실제 조사활동과 비교, 검토해보는 긴급간담회를 마련했다.

부평 청천동 인천바로주막에서 김재용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변호사모임 인천지부)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긴급 간담회에는 과거사위에서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학살 조사활동에 참여했던 최 모, 현 모, 최 모, 박 모 전 조사관이 참석했다. 다음은 그날 논의된 주요내용이다. 
 
4월 11일 개최된 과거사위 조사관들과의 간담회 장면

세월호 조사특위 조사기간 1년, 뭘 조사할 수 있나?

이날 간담회 자리는 과거사위 조사관들이 요청에 의해 마련됐다. 이들은 2005년 5월 31일 제정된 진실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과 20015년 12월 1일 대통령령 제19161호로 제정된 진실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시행령에 따라 진실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조사2국에 소속돼 3~4년간 한국전쟁 전후의 민간인 희생사건을 조사한 실무경험을 갖고 있다.  

상대적으로 법령이 잘 마련되고 조사기간도 4년 반에 걸쳐 이루어졌던 과거사위와 비교할 때 세월호 특조위가 조사기간 1년 가지고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그 무엇도 제대로 새롭게 밝혀낼 수 없다는 데 생각을 모으고, 이를 언론을 통해 알릴 필요가 있다는 생각으로 [인천in]에 자리를 마련해줄 것을 요청해, 긴급하게 마련됐다. 

네 조사관들은 2007년부터 조사활동에 들어갔던 과거사위가 제대로 조사를 못하게 되자 긴급하게 구성됐던 TF팀의 참가자들이었다.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학살의 실체적 진실조사를 위해 주요 가해자들을 집중적으로 조사했던 경험을 가지고 있는 베테랑 조사관들이었다. '과거사위가 이렇게 가면 안 되는데...'하는 생각을 공유했던 이들 TF팀 참가 조사관들은 4년간 활동 후 과거사위 활동을 2년간 연장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에서 과거사위 활동을 연장하지 않아 미흡한 조사를 마치고 각자 생활을 하던 상태였다. 

이들은 우선 세월호 특조위가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조사기간이 최대한 연장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전직 헌병대 조사관 출신인 박 모 전 조사관은 "여야의 정치적 타협에 의해 만들어진 특별법에 의해 조사특위가 불과 1년 6개월 활동하게 돼 있다. 6개월간은 조사보고서를 정리하는 기간으로 본다면, 실제 조사기간은 불과 1년인데, 1년은 자료조사와 검토만으로도 시간을 다 보내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 전 조사관은 이어 "아무리 조사특위가 열심히 한다고 하더라도 1년 동안엔 유족들이 자체 조사한 내용과 함께 언론에 보도된 내용들을 검토해고 진실 여부를 판정하기도 힘들 것이다. 왜 이렇게 특별법이 마련됐는지 모르겠다. 노무현 정부 때 만들어진 과거사위는 4년간 조사활동을 전개했다. 그러나 과거사위도 첫 1년간은 우왕좌왕 자료조사만 하다가 지나가버렸다. 그나마 4년 정도 조사에 매진했기에 어느 정도 성과를 냈지만, 그나마 정부가 바뀌면서 새로 임명한 사람들에 견제를 당해 진실을 밝혀도 통과시키지 않았다."고 우려했다. 

과거사위 전 조사관들은 또 최근 폐기 논란에 휩싸인 세월호 특별법 정부 시령령안(해양수산부안)이 매우 심각해 폐기해야 마땅하지만, 이런 시행령이 나오게 된 근본적인 원인은 특별법 제정 이후 나온 시행령 초안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현재 해양수산부 홈페이지에 입법예고된 해수부안에 앞서 여야 정치권이 협상하는 과정에서 마련된 시행령 초안부터 특별조사위원회가 제대로 조사할 수 없도록 한 규정들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시행령 초안 제7조를 보면 특조위를 행정적으로 지원하는 사무처의 하부조직으로 두도록 한 진상규명국에 대한 직제와 조사범위가 나오는데, 이 초안 자체가 정부가 특조위에 관여하도록 규정해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 전 조사관은 "국장을 별정직공무원 또는 전문임기제공무원으로 보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과장도 서기관, 검찰수사서기관, 기술서기관 또는 4급 상당 별정직국가공무원으로 보한다고 규정한 것부터 과거사위보다 못한 공무원의 개입이 노골화되도록 마련됐다"고 지적했다. 

최 전 조사관은 또 "진상규명국 아래 세월호 참사의 원인규명을 하는 조사1과, 세월호 참사의 구조구난 작업과 정부대응의 적정성에 대한 조사를 하는 조사2과, 참사와 관련한 언론 보도의 공정성, 적정성을 조사하는 조사3과로 업무분장을 했는데, 이런 각과의 자리에 공무원을 앉혀서 정부의 관여를 열어놓고선 정부를 상대로 조사를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며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초안 자체가 후퇴한 것부터 문제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명무실한 조사방법, '세월호 특별법'부터 잘못됐다
 
지난 3월 27일 해양수산부 홈페이지에 입법예고된 세월호특별법 시행령 제정령(안)

2014년 11월 19일 제정된 세월호 특법법에는 제2장에 특별조사위원회의 구성과 운영을 규정해놓고 있는데, 제정 당시 위원회의 구성 방식을 둘러싸고 유가족과 여야가 치열한 이견과 각축을 벌였다.

그러나 정작 조사기간을 제7조에 "위원회는 그 구성을 마친 날부터 1년 이내에 활동을 완료하여야 한다. 다만, 이 기간 이내에 활동을 완료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위원회의 의결로 한 차례만 활동기간을 6개월 이내에서 연장할 수 있다."고 규정됐다.

조사관들은 여야의 타협의 산물로 세월호 특별법이 마련된 것부터 잘못됐다고 입을 모았다. 세월호 특별법에 비하면 과거사위의 설립 근거인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기본법'이 훨씬 잘 갖춰져 있었다는 것이다.

최 전 조사관은 "수사권과 기소권이 없는 특별법이 만들어지면서 우려했던 바가 시행령으로 현실화됐다. 세월호 특별법을 보면 조사기간이 1년인 것은 여야간 타협의 산물이다. 세월호 참사 조사를 제대로 하겠다는 것이 결코 아닌 법이다. 이는 특별법에 나와있는 조사 방법에 그대로 나타나 있다"고 안타까워 했다.  

최 전 조사관은 "세월호 특별법을 보면, 진상규명을 위한 조사방법으로 조사대상자 및 참고인에 대한 진술서 제출 요구, 출석요구 및 진술청취, 자료 또는 물건의 제출요구, 관계 기관·시설·단체 등에 대한 사실조회나 관계가 있다고 인정되는 장소에 출입해 실지조사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해놓고 있고, 또 동행명령이나 고발, 감사청구 등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또 특이하게도 청문회를 규정하고 증인의 출석요구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나, 이 모든 것이 특조위의 자체 권한이 없고 조사대상자나 참고인이 거부하거나 출석하지 않을 때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 이외에는 조사를 위해 강제한 권한이 없도록 규정돼 있다."고 비판했다. 

과거사위는 현재의 세월호 특조위보다 조사를 강제할 수 있는 권한이 더 많았다. 그러나 법령이 잘 갖춰져 있어서 실제로는 현실의 벽 앞에서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며 경험담을 털어놨다.  

박 전 조사관은 "과거사위도 세월호 특조위와 마찬가지로 동행명령권이 있었다. 과거사위가 3번 출석요구를 한 후 동행명령을 행사할 수 있는데 비해 세월호 특조위는 2번 출석요구한 후 동행명령을 행사할 수 있게 돼 있다. 그러나 과거사위는 조사를 거부한 대상자들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동행명령을 한번도 행사하지 않았다. 실지조사라는 것도 단 한 차례도 할 수가 없었다. 대통령직속으로 만든 과거사위가 일개 경찰서의 문서고조차 조사할 수 없었던 것이 현실이었다. 하물며 보안사, 기무사, 국정원은 실지조사에 접근할 수도 없었다."고 토로했다.

세월호 참사의 총체적 구조 실패를 규명해야 할 세월호 특조위는 청와대를 비롯한 정부기관, 즉 현존하는 권력기관을 조사해야 한다. 그런데 현재와 같이 조사 대상자가 증언과 자료제출을 거부해서 겨우 과태료를 부과할 수 밖에 없는 특별법 가지고 제대로 조사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안의 독소조항들
 
노무현 정부 때 제정된 과거사기본법 시행령은 과거사위의 독립성을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보다 훨씬 유연하게 보장해줬다. 그러나 과거사위도 행정공무원들의 개입으로 제대로 된 조사를 할 수 없었다는 것이 실제 조사를 담당했던 조사관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특별법 제4조에는 위원회의 독립성을 "위원회는 그 권한에 속하는 업무를 수행할 때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고 업무의 독립성과 객관성을 유지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지만, 정부의 시행령안에는 이 독립성을 침해하는 요소들이 대거 포함돼 있다고 과거사위 조사관들은 입을 모았다.    

세월호 특조위는 진상규명 소위원회, 안전사회 소위원회, 지원 소위원회를 두게 돼 있는데, 가장 중요한 진상규명 소위르 비롯해 각각의 소위에 공무원이 파견되고 특히 공무원들로 조직되는 사무처에 통제를 받게 돼 있다는 것도 조사관들의 공통적인 의견이었다. 그리고 이를 전적으로 규정해놓은 것이 바로 정부가 마련한 시행령안이라는 것이다. 

박 전 조사관은 충무로에 위치했던 과거사위의 결정 구조를 설명했다. "과거사위는 조사관들이 근무하는 조사국이 2층에 위치해 있고, 이를 지원하는 행정국이 3층에 있었다. 행정을 지원하는 행정국의 국장과 과장들은 물론 정부에 의해 파견된 공무원들이었다. 과거사 기본법에는 이들이 조사에는 일체 관여할 수 없도록 규정했지만, 그러나 완벽하게 조사가 이루어진 보고서의 결제를 안 해 진실규명위원회에 안건을 올리지 않으면 속수무책이었다. 2층에서 조사를 아무리 열심히 해도 3층에서 결제를 안 하는 구조가 반복됐다. 어찌할 수 없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최 전 조사관은 "소위원회 중 진상규명소위원장은 야당 추천 몫의 위원장이 임명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지원소위나 사무처에서 파견된 공무원들이 세월호 참사에 대한 조사를 방해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과거사위의 경험을 가지고 우려했다. 

이어 최 조사관은 "해수부가 만든 시행령안은 주로 조사특위를 행정적으로 뒷받침할 사무처에 대해 규정하고 있는데, 애매한 조항이 많고 정부측의 해석에 끌려갈 우려가 많다. 특히 파견 공무원들이 조사특위를 얼마든지 무력화시킬 수 있는 독소조항이 가득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제5조에는 진상규명소위를 뒷받침할 사무처 하부의 진상규명국에 대해 규정하고 있는데, 국장을 고위공무원단에 속하는 일반지공무원 또는 별정직공무원으로 보한다거나 각 과장은 서기관, 검찰수사서기관, 기술서기관 또는 4급상당 별정직공무원으로 보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공무원들이 조사관들을 통솔할 수밖에 없게 된다. 위에서 찍어 누르면 조사관들은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되는 것"이고 우려했다.

최 조사관은 또 "진상규명국의 세월호 침몰 원인을 조사해야 할 조사1과장의 업무분장을 소개한 시행령안 제5조 4항을 보면, "4.16세월호참사의 원인 규명에 관한 정부조사 결과의 분석 및 조사"라고 규정하고 있어, 세월호 참사의 조사대상을 정부조사 결과로 한정하는 치명적인 문제점을 갖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와 같은 과거사위 전 조사관들의 우려는 세월호 특조위에서도 마찬가지로 인식하고 있고, 유가족들도 인지하고 있어 시행령 폐기를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는 사안이다. 


야당에서 추천한 세월호 특조위 이석태 위원장은 지난 3월 29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해양수산부에서 3월 27일 입법 예고한 특별법 시행령안은 세월호 특조위의 업무와 기능을 무력화 시키고, 행정부의 하부 조직으로 전락시킬 의도가 명확하다며 공식적으로 철회를 요구한 바 있다. 

이 위원장은 특별법 시행령 정부안은 "위원장이 해야 할 각 소위원회 기획조정 업무를, 1차 조사대상 기관인 해수부 파견 공무원들이 담당하게 되고 행정사무 지원에 그쳐야할 사무처 공무원이 위원회의 기능을 대신하는 것"이라며 "이는 위원장과 위원회의 기능을 무력화 하려는 의도가 분명한 것"이라고 철회를 강하게 요청했다. 
 
이 위원장은 또 "진상 규명 업무 내용도 정부 조사 결과를 분석하는 것으로 한정시켜 버렸"다며 "정부 조사결과의 문제점이 발견되더라도 특조위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정부안에 따르면, 그나마 조사 업무도 공무원이 주로하고, 상근하는 정무직 상임위원 5명은 가끔 회의에 참석해서 보고서나 검토해서 심의하라는 취지"라고 비판했다. 


다음은 세월호 특조위가 기자회견을 통해 자체적으로 제출한 시행령안과 해수부 시행령안을 비교해 직제와 인력규모/구성, 업무 등의 차이를 드러내놓은 자료다. 
 





행정 회로에 갇힐 세월호 특조위, 안팎에서 함께 진상규명 해나가야 

과거사위 조사관들은 여야의 타협으로 구성된 세월호 특조위가 과연 1년 동안 얼마나 철저하게 진상을 규명해나갈 것인지, 무엇을 조사하고 어떤 의지를 갖고 조사해나갈 것인지에 대해 매우 회의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포기한 새정치민주연합에서 추천받은 위원장과 위원들이 새누리당 추천 인사들 속에서 과연 정치적 소신을 넘어서는 배포와 철학을 가지고 세월호 참사와 정부 구조구난의 총체적 실패를 제대로 규명해낼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그것도 1년짜리 특별조사위원회가 말이다. 

과거사위 전 조사관들은 또 노무현 정부 시절 탄생한 과거사위도 실제 입법과정과 달리 실제로 조사업무에 들어갔을 때 행정이 진실의 발목을 잡는 경우가 허다했다고 고백했다. 

박 전 조사관은 "과거사위의 가장 큰 문제점은 법이 만들어지고 과거사위가 가동되면 모든 게 잘 조사되겠지 하는 시각에서 비롯됐던 것 같다. 조사관들은 조사내용을 비밀보호하른 규정에 묶에 밖으로 알리지 못했다. 그렇게 과거사위는 안에서 고립됐다. 현재 세월호 조사특위 위원장님도 시행령안이 바뀐다 해도 안에서 노력하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안과 밖에서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해 함께 하는 싸움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와 관련해 과거사위 전 조사관들과의 자유로운 토론과정에서 세월호 특조위와는 별도로,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사회적 진상조사위원회'의 활동 필요성에 대해서 질문이 있었다. 

이에 대해 박 전 조사관은 "세월호 특조위와 정부에 압력을 될 수 있을 것이다. 문제제기는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정부의 협조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실효적인 조사를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렇다 하더라도 시민사회단체가 세월호 특조위의 활동에 대해 관심을 끊어서는 결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최 전 조사관도 "특조위가 제대로 조사하고 있는지, 시민사회에서 적극적으로 지적해야 한다. 과거사위는 그런 것이 없어서 고립됐다. 시민사회가 정확히 진실규명 내용에 대해 파악해야지, 특조위의 양심에 맡겨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최 전 조사관은 "이번 세월호 특조위 조사의 핵심은 역시 해군과 해경이다. 해군은 과연 그 장소에서 군 작전이 있었는지, 관련 기록을 전부 내놓게 해야 한다. 해경도 교신기록이라는 게 있는데, 모든 기록을 확보하고 검토해야 한다. 여기에 유가족들 나름대로 조사한 기록과 언론의 보도자료들, 그리고 신상철 씨 같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으면서 조사를 하려면 1년으로는 자료 확보하고 확인하는데 시간이 다 갈 것이다. 무엇을 조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거듭 우려했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온전히 규명될 때까지 다시 해야! 

줄곧 조사관들의 발언과 토론과정을 듣기만 했던 현 전 조사관은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위해서는 엄청난 인력과 시간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시행령안이 저처럼 정부가 간섭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것에 분노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이어 "지금 해수부가 내놓은 시행령안만 철회시키면 당장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이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사실 우리가 근무했던 과거사위에 대해서도 반추하고 평가하는 작업이 이뤄지지 않았다. 조사관들이 별도로 백서를 만들려고 시도했지만, 그 또한 무위로 돌아간 마당에 과거사위 활동에 대한 냉정한 평가를 바탕으로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한 준비작업이 이뤄졌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 아쉽다."면서 "차제에 여야 타협의 산물인 특별법부터 다시 거론해야 한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고 말했다.

청중석에서 새로운 진상규명위원회가 만들어지면 과거사위 조사경험을 바탕으로 다시 들어가서 조사할 의향이 있느냐고 묻자, 네 명의 조사관들은 모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과거사위의 조사과정이 결코 쉽지 않았기에 또 다시 그런 구조 속으로 들어가기가 두렵고 힘들다는 표현이다. 

간담회를 마무리하면서 김재용 변호사는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이 비단 현재의 불완전한 특별법에 기초한 특별조사위의 1년간 조사활동을 끝나서는 안 되며, 정권이 바뀌면 세롭게 다시 조사할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하지 조사관들도 이에 동의했다. 이날 간담회는 조사관들의 의견을 듣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최 전 조사관은 "특조위는 결국 고착화되는 과정에서 밖으로부터의 비판이 잘 들리지 않을 것이다. 인원과 조직이 굳어진 다음에는 그 구조에서 문제를 풀어내기 어렵다."면서 "이번 특조위의 활동 그 자체가 세월호 참사의 모든 진상을 가려낼 것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으므로 시민사회에서 특별법의 문제점을 근본에서 다시 제기해야 할 것으로 본다."고 동조했다. 

박 전 조사관은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은 멀리 보고 해결해나가려는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할 문제"라면서 "밖의 시민사회단체들이 특별조사위를 지속적으로 압박도 하고 격려, 비판도 해나가면서 최량의 조사결과를 가져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 전 조사관도 "시행령 문제만 해결된다고 세월호 참사의 진실이 드러나는 것은 아니다. 유가족들이 길게 갈 싸움이라고 하는 것도 이 때문인 것 같다. 과거사위가 탄생할 때도 시민사회에서 매우 구체적인 안을 제안했으나 구회에서 타협이 이루어지면서 누더기법이 됐다. 세월호 참사의 진실은 근본적인 싸움으로 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국민들의 차가워진 시각부터 바꿔야 한다."고 마무리했다. 
 

세월호 1주기를 앞두고 긴급하게 마련된 간담회는 2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