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정체성 상징 인천역 철거 우려, 지역문화계 반발 움직임
상태바
인천정체성 상징 인천역 철거 우려, 지역문화계 반발 움직임
  • 이희환 기자
  • 승인 2015.04.14 17:47
  • 댓글 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 시장과 인천시, 민자역사 계획 기정사실화, 상업지역 용도변경도 추진

코레일이 추진하고 있는 인천역사 주변 재개발 조감도
 

인천의 근대개항기 정체성을 잘 간직하고 있는 개항장문화지구와 월미관광특구의 핵심지역에 위치한 인천역 주변지역에 대해 역세권개발이 추진돼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인천지역 철도역사 중에서 간이역 형태로는 유일하게 남아있는 인천역사를 철거하고 재건축을 추진키로 해 지역 문화계의 반발도 예상된다. 

[인천in]이 입수한 코레일의 인천역세권 개발 구상에 따르면, 코레일은 2015년 하반기 수인선(송도~인천역, 2구간) 개통 예정으로 수송수요 변화 등 여건을 고려하여 수인선·경인선간 환승 및 역 기능 개선을 위해 인천역사의 개량이 필요하고, 인천시에서 추진 중인 개항창조문화도시 활성화사업(MWM City)의 핵심 연결고리이자 관문역할로 인천역세권 개발이 포함돼 개발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코레일이 소유하고 있는 10,700㎡(약 3,237평) 부지에 추진되고 있는 인천역세권 개발은 지난 2008년 6월 인천역주변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된 후 복합역사개발이 추진됐으나 주민 대다수가 전면 철거, 전면 수용방식의 재정비촉진사업에 반대해 2010년 2월 구역지정이 해제되면서 무산된 바 있다. 
 
이후 이 지역 국회의원인 박상은 새누리당 의원이 2013년부터 인천역사 신축 및 수인선간 환승시설 설치를 위한 관련 회의를 인천시와 코레일, 철도공단 등이 참여한 가운데, 4차례 열어 역세권 개발은 장기간 소요되므로 우선 인천역사 시설의 개량을 추진키로 하고, 인천역사 신축은 코레일이 담당하고 환승시설 설치는 철도공단이 담당하는 것으로 추진해왔다.

여기에 인천시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 국토교통부의 도시재생사업 공모에 개항창조문화도시 활성화사업을 추진하면서 해당 사업에 인천역세권 개발을 포함시켜 추진키로 하고 인천시 도시재생과가 용도지역 변경을 적극 검토해, 지원하겠다고 밝히면서 급속도로 추진돼왔다. 
 
이에 코레일에서는 올해 2월 말 2개월 기한으로 '인천역세권개발 기본구상 용역'을 실시 중이며, 인천시는 2030 인천도시기본계획에 인천역세권 개발을 포함시키는 한편,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 해당 부지의 도시관리계획 용도지역을 2종일반주거지역에서 일반상업지역으로 변경을 추진중이다.  
 
코레일, 인천역 허물고 상업시설 건축 계획
인천시는 도시계획 용도 변경 추진해 적극 도와


인천역은 한국 최초로 건설된 철도역으로 1899년 건설돼 노량진까지 1시간 30분대로 연결한 한국철도의 시발역과도 같은 곳이다. 현재의 역사는 한국전쟁 때 파괴된 역사를 1960년에 건축한 것으로 55년의 역사를 간직하며 간이역과 역앞 광장을 통해 인천을 찾는 내외국들이 인천에 첫발을 내딛는 장소로 사용되고 있다. 
 

 
개항 직후 1900년에 입국한 미국 여행가 버튼 홈즈가 촬영한 인천역(좌)과
'한국철도 탄생역'을 기념하는 기념물이 세워진 현재의 인천역(우) 

 

1969년 2월 인천역 주변 풍광(ⓒNIle Mishalov)


코레일이 추진하고 있는 인천역세권 개발 기본구상에 따르면, 기존 간이역사를 철거하고 지하4층에는 수인선, 내항으로 이어지는 환승통로와 주차장을 건설하는 것과 함께 지상에는 업무, 숙박시설로 지상15층 규모의 임대사무실과 지상11층 규모의 호텔, 지상8층 규모의 오피스텔을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또 상업시설로는 전문매장 및 중소규모 임대매장(뷰티샵, 면세점 등)과 찜질방 및 사우나, Street Mall 및 테마식당가 등을 계획하고 있고, 문화시설로 6개관 1020석 규모의 멀티플렉스 영화관도 계획하고 있다. 전문매장으로 코레일측은 백화점과 대형할인매장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업무, 상업, 문화시설 건축을 위해서는 도시관리계획 용도가 일반상업지역으로 변경돼야 하는데, 코레일측에서는 일반상업시설의 법정허용 건폐율 70%와 용적율 700%를 최대한 채워 개발계획을 구상중이다. 

크레일이 민자를 유치해 추진하기로 한 인천역세권 개발에 대해 인천시에서는 빠르면 코레일측이 올해 안에 사업자 공모를 할 것으로 내다보고 주변 지역의 도시계획 변경도 추진하고 있다. 또 인천시는 현재 단독주택지로 되어 있는 차이나타운 주변 지역을 상업지역으로 바꾸기로 하고 5월 중에는 관련 공청회를 가질 예정이다.

인천역발 KTX 건설을 공약으로 내세운 유정복 시장은 "인천역 민자역사는 올해 사업자를 공모할 경우, 2020년 쯤이면 완공될 것이다. 8부두 개방과 수인선 개통, 주변 지역 도시 재생 사업과 함께 인천역은 중구 지역의 새로운 청사진이 될 것"이라고 밝혀 이미 인천역세권개발 사업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인천 정체성 간직한 인천역, 철거 재개발에 문화계 우려
주변지역 의견 수렴도 없이 용도변경 반발도 예상


문제는 유정복 시장이 올해 들어 누누이 강조한 인천의 정체성과 가치 재창조 정책에 비춰볼 때 55년의 역사를 간직한 간이역인 인천역을 전면 철거하고 그곳에 기능적인 고층 업무, 상업시설과 복합역사를 건설하는 것이 인천 정체성을 살리는 정책이냐는 것이다.

민운기 스페이스빔 대표는 "서울시가 얼마 후면 소중한 문화유산될 '미래의 문화유산'을 보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인천의 정체성과 가치 재창조를 강조한 유정복 시장이 인천의 정체성을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역사문화자산인 간이역 인천역사를 철거하는 것은 정체성 담론이 얼마나 허울뿐인가를 보여주는 사례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성진 인천도시공공성네트워크 공동대표는 "인천시민들의 약속장소였던 동인천역 앞 광장이 사리지고 동인천역사 전체가 상업시설로 개발되면서 인천시민들은 동인천역을 인천의 정체성을 가진 공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공공공간으로서 광장이 가진 상징성도 중요하다. 그런데 그나마 남은 인천역마저 개발논리로 철거하는 것이 어떻게 인천의 정체성과 가치창조를 하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인천 항동에 들어설 롯데아울렛 입점 반대를 위해 활동하고 있는 전 인천시의원인 안병배 신포상가연합회 비상대책위원회 투쟁위원장은 지난 9일 경인방송과의 인터뷰에서 "2007년 재정비촉진지구 개발계획이 나왔을 때 세워졌다 폐기된 계획이다. 최근 중구청과 코레일, 그리고 일부 투자자들이 내항이 개방되고 하니까 이 계획을 다시 꺼낸 것인데, 개항창조문화도시의 대표적인 시설인 인천역사를 허무는 것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인천시가 성과를 내기 위해 서두르는 반면 부지를 소유하고 있는 코레일측은 느긋한 입장이다. 코레이측은 "배후환경이 성숙되고 인천역세권 주변의 인프라가 어느정도 구축되는 시점에서 관계기관가 긴밀한 협의를 통해 인천역세권 개발사업을 시행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입장이다. 기다리면 오히려 부가가치가 더 커질 것이라는 입장인 셈. 

인천도시공공성네트워크는 곧 이와 관련해 대책회의를 갖고 인천의 대표적인 역사문화유산인 인천역사를 보존하고 광장을 살리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올초부터 유정복 시장이 표방한 인천 정체성 찾기와 인천 가치재창조 정책이 인천역사 철거 문제를 계기로 진정성 논란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3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깊은 샘물 2015-04-16 22:03:40
그저 모든 것이 편의주의와 새것으로만 '문화와 창조'를 얘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가치와 자긍심을 지킨다는 것은 때로 아날로그적인 것들을 감수하며 촌스러움의 미학을 지켜야하는 것임을 알지 못하는 것일까요? 유정복시장은, 근사하지 않고 작은 공간이지만 애관극장에서 향수를 느끼고 배다리 헌책방거리를 걸으며 마음이 행복해진 경험이 있는 인천사람들이 함께 공존하고 있음을 기억하고 존중해주시기를 바랍니다.

인천 2015-04-15 14:34:39
오래된 것의 가치를 모르는 얄팍함에 가슴이 아픕다.
인천의 역사와 정체성, 인천 시민들의 추억이 깃든 인천역이 보존됐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물려줄 인천의 모습을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인천사람 2015-04-14 21:37:24
개발 개발 개발~~
아무대나 부수고 짓는 다는 발상을 해대는 꼴이라니
정말 구역질 나서 봐줄수가 없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