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 <황해문화> 봄호, '삶의 공간 도시' 집중 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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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황해문화> 봄호, '삶의 공간 도시' 집중 탐구
  • 이희환 기자
  • 승인 2015.02.24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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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기획으로 '한국의 군대' 문제도 깊이 있게 다뤄
인천에서 발간되는 진보적 계간지 <황해문화> 2015년 봄호(통권 86호)가 이제 막 출간됐다. 새얼문화재단에서 발간하는 <황해문화>의 이번호 특집은 삶의 공간으로서의 도시를 집중해부 했다. 세계 인구의 압도적 다수가 살아가는 도시적 삶에 초점을 맞추고, 자본과 도시의 관계를 재성찰하기 위해 특집기획 <‘삶의 공간’ 도시:개발과 저항, 죽음과 재생의 드라마>에는 모두 다섯 편의 글이 수록됐다. 

최근 서구 학계에서 가장 ‘핫한’ 분야 중 하나가 도시연구 분야다. 그러나 국내 학계는 아직 서구의 도시연구 성과에 입각해 개념 정리에 급급한 실정임은 부인하기 어렵다는 것이 연구자들의 입장이다. 이런 측면에서 실제적인 한국의 도시공간 속에서 그 역사적 형성과 도시민의 삶의 입지에서 문제에 천착하여 삶의 공간으로서 도시를 만들어가는 문제와 그 수행주체의 형성과 관련된 논의를 시도해보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이 편집진이 판단이다. 또한 이번 특집은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압축적 근대화의 궤적을 걸어온 한국 도시의 변천사를 대상으로 우리 학계의 도시연구 수준을 가늠해보는 작은 논의마당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사스키아 사센(Saskia Sassen)은 글로벌 시티라는 개념으로 신자유주의 시대 초국적 금융자본과 초국적 기업의 지구적 이동이 현대 도시에 가져온 여러 변화들, 도시의 중심과 주변의 변화, 그 속에서 이동하는 주체들의 존재양식을 규명하고자 하였다. 그리고 역사연구에서도 시간으로부터 문화적·공간적 선회를 이루며 도시에 대한 관심들이 증폭하고 있다.

문화연구 역시 도시공간의 성격 규정 및 개념화 노력들이 이루어지면서 문화생산공간으로서의 도시에 주목해온 바 있는데, 한국에서의 도시연구를 돌아보면 최근 용산사태를 배경으로 좀더 정치경제학적 접근을 이루고자 하며, 대안적인 도시공간 형성을 제기하면서 유비쿼터스 도시, 글로벌 폴리스 등 하부구조의 변화에 따른 대안적 주체공간으로서 도시를 개념화하고 도시주체 형성을 기본소득과 같은 문제로 대응하려는 시도가 있어 왔다.

<황해문화> 특집은 이러한 최근의 연구성과를 의식하면서 새롭게 작성된 5편의 글이 실려 있다. 먼저 최병두 교수(대구대 지리교육과 교수)의 「탈산업 자본주의의 발전과 도시공간의 재편」은 한국에서 도시연구의 선성(先聲)으로서 자본의 발전과 도시공간의 관계를 묵직하게 해명해준 총론격 글이라고 할 수 있다. 마르크스주의 공간지리학을 창신한 데이비드 하비(David Harvey)의 입론들을 충실하게 번역·소개해온 최병두 선생은 이 글에서 198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 축적체제 하에서 인간의 노동과 도시공간이 자본에 의한 형식적 및 실질적 포섭을 넘어서 의제적 포섭으로 전환하면서, 어떠한 상대적 자율성의 여지도 남겨두지 않는 더욱 순수해진 자본에 의해 지배당하고 있는 문제를 명징하게 해명해낸다. 이 글은 특히 박정희의 압축적 근대화를 위한 폭력적 도시개발문제는 물론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의 도시기획이 갖는 신자유주의적 본질을 찬찬히 그리고 단호하게 짚어주고 있다.

김수아(서울대 기초교육원 교수)의 「신개발주의와 젠트리피케이션」은 지역, 공간, 그곳의 사람들의 관점에서 시공간의 변화를 바라보는 입장에서 한국에서의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다룬다. 이 글은 특히 한국 학술계나 도시개발 주체들이 도시재생과 도시마케팅을 위해 주도되어야 할 개념과 현상으로 젠트리피케이션을 전용하는 것을 경계하면서, 장소의 핵심 가치가 변동하는 것을 포함한 젠트리피케이션은 특정한 역사적, 공간적 맥락에서 정부의 도시계획과 자본 그리고 다양한 주체들이 경쟁하고 협상하여 만들어내는 결과물임을 분명히 한다.

박영균(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HK교수)의 「계급과 도시재생의 문화지리」는 한국에서 도시인문학의 정초 작업을 시도한 서울시립대 도시인문학연구소의 연구기획을 주도해온 동력을 근거로 오늘날 ‘도시담론’이 점점 더 ‘문화화’하면서 ‘탈계급화’의 경향이 보이고 있다는 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도시연구에서 계급론의 환기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는 이 글은 오늘날 ‘정보, 문화’와 같은 탈산업사회적 전망에 근거하고 있는 도시론들이 제1세계의 대도시 담론이지 제3세계를 포함하는 도시 담론은 아니며, 오늘날 도시화를 주도하고 있는 것은 제1세계의 대도시들이 아니라 고전적 산업화를 주도하고 있는 제3세계 도시화임을 분명히 함으로써 자본의 전지구화시대 일국적 도시화의 시야에 횡적 확장을 가져다준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허경(한국근현대문화사상연구소 연구원)의 「‘도시인문학’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가―도시인문학 담론의 계보학」은 기존의 도시공학적 담론의 한계를 지적하며 형성된 한국의 새로운 ‘인문학 담론’으로서 도시시학과 도시인문학의 태동과 전화를 소개하면서 비판적으로 점검한다. 현재의 코스모폴리스, 트랜스내셔널 문화도시, 글로벌 시티, 글로벌 폴리스, 글로벌 아고라에 관한 모든 담론은 인민과 지역보다는 결국 서구를 중심으로, 그리고 서구의 전략적 교두보로서 세계 각지에 존재하는 대학을 중심으로, 그리고 그것의 아카데미 담론을 중심으로 돌지 않는가 하는 것이다.

이상봉(부산대 한국민족문화연구소 HK교수)의 「새로운 삶의 경계와 주체 형성―사회변혁운동의 공간적·문화적 전환」은 신자유주의적 글로벌화와 분권화가 동시에 진행되어 공간의 포스트-모던적 재구성이 이루어지면서 도시공간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특집의 기획 근거를 선명하게 대변해주는 글이다. 이 글은 포스트모던 공간론에 입각하여 ‘경계의 해체와 재구성:공간적 전환’, ‘노동의 문화화와 주체의 재구성:문화적 전환’, ‘대안으로서의 어소시에이션:경쟁사회에서 협동사회로’ 등의 소제목에서 가늠할 수 있듯이 삶의 공간으로서의 도시에 대한 주목(:공간적 전환)과 비자본주의적 삶을 지향하는 문화사회의 관점(:문화적 전환)이라는 2가지 전환을 함께 고려하면서 다중에 의해 일상의 삶까지 침투한 자본주의를 변혁하기 위해서는 삶의 공간에서부터 그것을 거스르는 비자본주의적 관계들을 만들어나갈 것을 주장한다. 
 
이번 <황해문화> 봄호는 기획코너와 비평, 특별기고 등에서 현재 한국사회를 되돌아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원고들이 독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기획 <군대는 대한민국을 지킬 수 있을까>에는 세 편의 글이 실려 있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의 「방위산업 비리, 깃털이 아닌 몸통을 봐야 한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의 「군인에게 존엄을!-군인권을 위한 제언」, 『디펜스21+』 김종대 편집장의 「군사주의가 위협하는 민주주의」가 그것이다. 이 글들은 이 소기획만으로도 이번 봄호를 읽어야 하는 이유가 충분할 만큼 한국의 방위산업과 군무장병력의 실태와 군인권 상황, 국가 전체에 팽배한 군사주의의 위협에 대한 경계 등 중요한 정보와 문제인식을 풍부하게 제공해주고 있다.

특히 심심하면 터져나오는 엄청난 규모의 각종 무기 비리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군에 대한 민주적 문민통제가 절실하지만, 문민 국방장관은 고사하고 안보라인의 핵심 직책을 모두 육사 출신으로 채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국방에 대한 어떤 의무와 책임도 다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이를 면밀히 감시하고 견제하며 대안을 내놓을 수 있는 시민사회의 역할과 대안 세력의 성장이 필요하다는 정욱식의 제언은 몇 번이고 곱씹어 보아야 할 것이다.

이번 호에서 특히 눈여겨볼 원고는 권영국(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협회 변호사)의 비평 「노동과 노동자를 보는 사법부의 시각」이다. 권영국은 이 글에서 쌍용차 해고노동자의 해고 무효소송 판결 패소를 비롯하여 헌법상 보장된 노동3권을 본질을 침해하는 판결을 내린 전국철도노조파업의 업무방해죄 인정,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공직선거법 혐의 무죄판결 등 사법의 정치화 현상을 지적한다. 그러면서 사법정의를 바로세우기 위해 민주권력으로 교체하고 사법수뇌부의 국민직선제 도입을 고려할 때라고 이야기한다.

이 글과 관련하여 볼 것이 바로 홍윤기(동국대 철학과 교수/참여연대 참여사회연구소장)의 특별기고 「헌재 결정의 위헌성, 국가 진로의 위험성」이다. 홍윤기 교수는 지난 12월 헌법재판소가 판결한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문을 조목조목 짚어가며 헌재 결정의 위헌성을 낱낱이 밝히고, 법조지배체제를 떠받치고 있는 한국사회의 현실을 진단하며 이러한 상황을 타개해나가기 위한 제2차 민주화 운동을 준비하자고 제안한다.


<목차>

권두언
2 봄은 도시에서 오는가│백원담
 
특 집│‘삶의 공간’ 도시:개발과 저항, 죽음과 재생의 드라마
16 탈산업 자본주의의 발전과 도시공간의 재편│최병두
43 신개발주의와 젠트리피케이션│김수아
60 계급과 도시재생의 문화지리│박영균
79 ‘도시인문학’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가│허경
    ─도시인문학 담론의 계보학
96 새로운 삶의 경계와 주체 형성│이상봉
    ─사회변혁운동의 공간적·문화적 전환
 
창 작
116 시 김선우·조동범·임성용·이진희·허은실
140 소설 공포가 그 해안가 마을에 거대한 닻을 내리웠다│백민석
고기 먹으러 가는 길│박솔뫼
 
포토에세이
176 제주, 오키나와, 밀양 그리고 후쿠시마│홍진훤
 
기 획│대한민국 군대는 대한민국을 지킬 수 있을까
196 방위산업 비리, 깃털이 아닌 몸통을 봐야 한다│정욱식
207 군인에게 존엄을!│임태훈
    ─군 인권을 위한 제언
224 군사주의가 위협하는 민주주의│김종대
 
비 평
237 노동과 노동자를 보는 사법부의 시각│권영국
249 송도유원지, 시민유원지인가 자본유원지인가│박상문

특별기고
265 헌재 결정의 위헌성, 국가 진로의 위험성│홍윤기
 
인천문화지리지 ⑨
292 메이저리거 꿈꾸던 소년의 영화 같은 삶│김진국
    ─탤런트 전노민
 
문화비평
316 성공까진 바라지 않아, 그냥 버티자!│이영미
    ─<미생> 시대의 예능 프로들
323 “아버지, 아셨잖아요? 이 만화가 시작될 때부터”│한상정
    ─『메이드 인 경상도』, 김수박, 창비, 2014
333 ‘슈도pseudo 사진작가’의 탄생│박평종
340 가수와 공인│나도원
    ─이효리는 새로운 모델?
352 종북몰이, 언론도 한몫 했다│김서중
359 건축(가) 명호의 정치학│전진삼
366 임시정부와 학병국가│조영일
    ─김준엽의 『장정』에 대하여
377 아버지의 탄생, 부재 그리고 죽음│김지미
    ─<허삼관>, <국제시장>, <강남 1970>
391 제3기 공간정치학과 예술사회Ⅲ(1999~2004)│김종길
    ─한국 현대미술 연대기 1987~2012
 
서 평
400 음모론 완전정리│박권일
407 지금-여기에서 재탄생되는 모성에 대하여│임국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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