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 가난한 집주인이 과분한 잔치상 벌여 쪽박 찬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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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 가난한 집주인이 과분한 잔치상 벌여 쪽박 찬 것"
  • 배영수 기자
  • 승인 2014.12.12 02:0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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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회 문복위 주최 AG 평가토론회 열려...

역시 실패였다. 관계자들이 아닌 시민단체들은 인천아시안게임(이하 AG)을 성공작이라 전혀 인정하지 않았다.
 
12일 오후 시의회 청사에서는 시민단체와 아시안게임 조직위, 시의원 등이 모여 ‘AG에 대한 성과와 과제’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서 ‘성공 잔치’라는 말이 결국 내부의 자화자찬임이 입증됐다.
 
이날 토론회는 그간 AG가 시선마다 동일하지 않은 평가를 내려 엇갈림을 보이고 있는 데에 따른 것으로, 동일한 지표 하에서 평가하는 작업을 내년까지 이어져야 한다는 취지의 일환으로 열린 것이다.
 
먼저 대회 운영에 대한 결과에 대해서는 강신원 AG조직위 운영지원본부장이 의견을 보였다. 엄연한 ‘내부 인사’인 그는 “이번 대회 입장권이 총 270여억 원의 판매수입을 올리고 45개 회원국 전체가 참가했으며 시민들이 자원봉사 등 자발적으로 참여했다”며 아시안게임을 긍정적으로 자평했다. 이어 “물론 재정문제나 운영 노하우 전수의 미흡 등 문제도 있었던 건 사실”이라 언급하기도 했다.
 
이번 대회를 비교적 긍정적으로 포장하려는 일부 단체 관계자들의 의견도 있기는 했다. 김낙형 (사)인천사랑운동 시민협의회 사무처장은 “평가가 분분하지만 적은 비용으로 17개의 세계 신기록과 아시아 기록 34개를 수립한 것은 시민들과 함께 아뤄낸 결과로 매우 효과적이며 안전한 대회로도 평가받았던 만큼 향후 한국의 스포츠 대회에 성공적인 밑거름이 되길 기대한다”며 노골적인 포장 의도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 의견은 곧바로 외부에서 본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소위 ‘직격탄’과 같은 비판을 받았다. 설문조사에서도 실패한 대회라는 것이 증명된 데다 이미 15일짜리 대회를 치르자고 15년 동안 막대한 빚을 갚아야 하는 시와 시민의 고통이 언급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민운기 ‘스페이스 빔’ 대표는 “총 700여 명의 시민들에게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이것이 인천시민 전체의 의견일 수는 없으나 대략적인 분위기 파악은 될 것이라 전제한다”면서 의견을 밝혔다. 그는 “설문조사 결과 시민 여론 수렴 및 반영에서 거의 낙제점과 같은 결과가 나왔으며, 조직위 구성 활동과 개/폐회식 행사 등은 시민 주도적인 행사로 남지도 못했으며, 전반적인 운영 역시 실망했다는 결과가 절반에 이르렀다”면서 사실상 실패로 평가했다.
 
민 대표는 “이번 대회에 인천시민이 주인의식을 함양할 수 있게끔 조직위가 움직이지도 못했고, 북한 응원단 불참으로 인해 남북관계 개선에도 효과가 반감되기도 했으며, 도시 이미지에 긍정적인 이미지도 없었고 경기장 사후 활용문제 등은 오히려 시의 심각한 과제로 남았다는 것이 입증된 만큼 성공으로 평가할 수 있는 대회가 아니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정희준 동아대교수는 이번 대회를 더욱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정 교수는 “2002년 부산 대회도 그랬지만, 국제 스포츠 대회 한다고 예산 폭주하면 그걸 복지예산에서 모두 메워야 하는 문제가 생기고 이 때문에 재정 적자는 물론 지역 불평등과 빈부격차 등 심화될 수 있는데 인천도 이것이 나타나고 있다”며 “만약 향후 인천시가 이런 대회를 또 꿈꾼다면 단일종목이야 괜찮겠지만 종합종목은 생각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이번 대회가 운영 문제가 드러난 것도 필연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대회의 경우 경기장을 위한 건설공사 예산 폭주하고 그 때문에 안 그래도 어려운 예산이 모자라는 지경에 이르다 보니 투입되는 인력에 대한 교육이 전혀 안 되고 그것이 운영의 문제로 나타나는 뻔한 시나리오로 이어졌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대회를 찬성하는 사람들은 어떻게든 국비나 지방비 등 닥치는 대로 끌어와야 한다고 하는데 그런 이유는 그들이 그걸로 돈을 벌기 때문이다”라며 아픈 부분을 정확히 찔러내기도 했다.
 
정 교수는 “지금 동계올림픽을 하고 있는 평창 역시 이미 투기와 돈벌이에 눈먼 사람들에 의한 주장이 이어지며 땅값과 개발비 등 나눠먹기의 징조가 보이고 있는 만큼 이후 엄청난 빚 부담에 시달릴 것”이라며 “아시안게임이나 동계올림픽 등 대회는 이미 스포츠 위한 행사가 아니라 개발을 위해 스포츠가 이용되는 사례인 동시에, 정치인이 벌인 판을 시민이 눈물겹게 메워주는 행사로, 한 마디로 무모하기 짝이 없는 대회”라고 일갈했다.
 

시 관계자 및 시민들이 토론회를 경청하고 있다.

신규철 인천사회복지보건연대 사무처장 역시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는 AG 이후 재정의 어려움에 대해 집중적으로 언급했다. 그는 “시민들이 가장 우려하고 진행되는 문제가 부채문제인데 조직위가 총 2조 1천억 원 정도 예산이 들었다고 말하지만 간접비용까지 하면 두 배 정도 들었을 것”이라며 “이중 시 부담이 1조 6천억 원 규모로 이를 위한 지방채 발행 규모는 1조 원 정도였는데 1조 2천억원 대 원금과 5천억 원 대의 이자를 생각하면 이는 15일짜리 대회 이후 15년간 시민이 빚을 갚아야 하는 엄청난 예산”이라고 강조한 후 “이것 말고도 경기장 유지비에 매년 500억 원 정도 드는 예산을 생각해 본다면 인천은 AG와 시민의 삶의 질을 맞바꾼 것으로 봐도 될 만큼 괴롭고 비관적이다”라고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한편 토론회에서는 최근 언론보도에 의해 2028년 부산과 공동으로 하계올림픽을 유치할 계획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는데 이 역시 강한 비판을 받았다. 민 대표는 “AG로 망한 부산과 인천이 대회를 열자고 하는데 이걸 보니 아직 인천시가 정신을 못차렸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올림픽의 경우 IOC가 중계권을 가져간 이후 흑자 자체를 기대할 수 없다는 건 자명한 사실인 만큼 향후 아시안게임의 아 자도 꺼내지 말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 역시 민 대표와 비슷한 생각이었다. 그는 “AG 이후 많은 시민단체나 의회 등에서 사후 주경기장 활용을 고민하곤 하는데 사실 활용할 수 없으므로 고민할 필요 또한 없다”고 말하며 “경기장을 외딴 데 지어놓아 활용 용도도 없게 만들어놓고 활용 방안을 내놓겠다니 뭔가 대단한 착각들을 하는 것 같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어 “가까운 일본이나 대만 같은 경우엔 마을에 조그만 건물 하나 짓는데도 공청회나 간담회를 백 번을 넘게 하는데 한국은 인천을 비롯해 부산도 평창도 모두 시민 의견을 하나도 수렴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진행하니 결과도 좋지 않을 수밖에 없다”면서 시민 의견 반영을 강조하기도 했다.
 
토론회가 비판 일색으로 흐르가 토론자 중 장수경 평화도시만들기 인천네트워크 집행위원장은 “시는 적자를 봤을지 모르나 남북공동응원단은 흑자를 볼 만큼 자력으로 모든 것을 해결했다”며, 시 상황은 몰라라 하는 듯한 다소 황당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는 “인천이 남북관계를 해결하는 평화의 도시로서의 의제는 봤다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하기도 했으나 시민이 직접적으로 체감하는 큰 재정위기의 문제를 결코 덮을 수는 없는 발언이었다.
 
결국 이날 토론회 좌장을 맡았던 박준복 참여예산네트워크 소장 역시 대회를 비판적으로 평가하며 마무리했다. 그는 “이번 대회는 막대한 빚에 시달리는 가난한 집주인이 감당치도 못할 과분한 잔칫상을 펼쳐 허세만 부리다 쪽박만 찬 행사였다”고 자평했다.
 
박 소장은 “이러한 재정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힘 있는 시장론’으로 당선된 유정복 인천시장이 보통교부세를 더 끌어와야 하는데 시 재정에 도움을 못 주고 오히려 소음 피해만 주고 있는 공항과 서구 매립지, 화약고나 다름없는 송도 LNG 기지 및 화력발전소 등이 인천만 필요해서 만든 시설들이 아니기 때문에 교부세를 더 받아야 한다 요구하고 있음에도 시정부는 사실상 모든 소통을 외면하고 귀를 닫고 있는 상황인데 그 자세부터 고쳐주길 바란다”고 꼬집기도 했다.
 

AG 이후 당면과제들을 힘 모아 해결하자는 결의를 한 것은,
그나마 토론회에서 나타난 긍정적인 모습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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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운기 2014-12-12 11:42:20
잘 읽었습니다. 세세한 소개 수고하셨구요.
다만,다음의 내용이 맘에 걸리네요.
토론회가 비판 일색으로 흐르가 토론자 중 장수경 평화도시만들기 인천네트워크 집행위원장은 “시는 적자를 봤을지 모르나 남북공동응원단은 흑자를 볼 만큼 자력으로 모든 것을 해결했다”며, 시 상황은 몰라라 하는 듯한 다소 황당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는 “인천이 남북관계를 해결하는 평화의 도시로서의 의제는 봤다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하기도 했으나 시민이 직접적으로 체감하는 큰 재정위기의 문제를 결코 덮을 수는 없는 발언이었다.
=>그렇게 표현할 발언도, 굳이 재정위기와 연관지어 바라볼 내용은 아니지 않은가 싶구요. "이런 상황 속에서도 남북공동응원단이 누구에게 의지하지 않고 자체 비용과 순수한 의지로 남북 평화와 화해 분위기를 이끌어내는데 일조를 했으며,이런 활동 성과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앞으로 '인천평화통일운동'을 적극적으로 펼쳐내는 것으로 모아졌으면 한다"는 쪽으로 소개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싶어요. 저는 그런 면에서 박수를 쳐주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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