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노조 시행 2년, 노조 운영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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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노조 시행 2년, 노조 운영 '빨간불'
  • 강창대 기자
  • 승인 2013.08.06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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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노조, 소수노조 끌어안는 상생의 리더십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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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복수노조 제도가 시행되고 2년여의 시간이 흘렀다. 삼화고속의 경우 현재 6개의 복수노조가 설립돼있다. 2년이 지난 현재, 복수노조에 대한 인식은 어떠한지, 그 현황은 어떤지 짚어본다. 

삼화고속 복수노조 6곳 중 가장 많은 조합원을 확보하고 있는 곳은 민주노총 산하의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 민주버스본부  삼화고속지회’(조합장 나대진, 이하 민주노조)이다. 삼화고속 전체 승무원 약 480여 명 가운데 260여 명이 민주노조에 소속돼 있다. 

다음은 한국노총 산하의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고속노동조합 삼화고속지부’(조합장 김일호, 이하 한국노조)로 105명의 승무원이 소속돼있다. 그 다음은 22명의 조합원을 거느린 ‘새희망노동연대 삼화고속노동조합’(조합장 이덕수, 이하 희망노조)이 그 뒤를 따르고 있고, 11명의 조합원을 둔 ‘삼화고속 통합노동조합’(조합장 차주만, 이하 통합노조)이 그 뒤를 잇고 있다.

10명 미만의 노조로는 국민노총 산하의 ‘전국운수산업노동조합연맹 삼화고속노동조합’(조합장 안경오, 이하 국민노조)이 조합원 10명, 그리고 ‘삼화고속노동조합’(조합장 김동민, 이하 삼화노조) 순이다. 삼화고속에는 이렇게 6개의 노조가 자리하고 있고 약 63명 정도의 비노조원들이 있다. 

2011년 봄 무렵, 삼화고속의 노조가 민주노총으로 조직형태를 변경하기 전까지 한국노조가 단일노조로 약 45년간 이어져왔다. 복수노조 제도가 시행된 것은 그해 7월이었지만, 소수노조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기 시작한 것은 같은 해 10월 10일부터 11월 15일까지 진행된 파업 이후였다고 한다. 

당시 37일 파업은 조합원들 모두에게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일이었다. 파업으로 근무조건이 달라지고 임금이 일부 인상되는 성과를 얻기도 했지만, 그 결과에 실망하는 조합원들도 있었다. 이때 실망한 조합원들이 민주노조를 나와 새로 별도의 노조를 결성하며 소수노조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렇게 해서 결성된 소수노조의 수는 한때 10여개를 훌쩍 넘기도 했다. 끊임없이 소수노조의 이합집산이 이루어지다 현재 6개의 노조에 이르렀다.

복수노조 이후, 승무원간 갈등의 골 깊어져

복수노조가 생긴 이후 변화에 대해서 각 조합장들은 ‘노노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두드러진 점은 동료의식의 분열이다. 단일노조 시절, 승무원들은 사업장이라는 큰 테두리 안에서 강한 동료의식을 가졌던 반면, 지금은 타 노조원에 대한 동료의식이 점점 더 희미해지고 있다고 조합장들은 입을 모았다. 

다른 노조에 가입된 승무원들은 서로에 대해 무관심하다. 애경사에 대해서도 같은 노조의 조합원이 아니면 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길을 오가다 마주치더라도 서로 인사하는 일도 없어졌다. 심지어 노조를 탈퇴하고 타 노조로 적을 옮길 경우, 배신자로 몰려 큰 갈등을 초래하는 일도 있다. 

복수노조 시행으로 한 사업장 안에서 노조설립이 자유로워진 점은 개인의 선택권이 존중받는다는 측면에서 진일보한 면이 없지 않다. 그러나 개별 노조가 성립된 정서적인 바탕이 문제다. 대부분 기존의 양대 노조(민주노조, 한국노조)에 대한 반감에서 비롯된 면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곧 노조의 결속력을 약화시킬 수밖에 없다. 

신생 소수노조가 현재 제1노조인 민주노조에 대해 품은 불만은 ‘독단적인 태도’이다. 즉, 충분한 요건을 갖추고 엄연히 하나의 노조로 자리하고 있지만, 제1노조 측은 이들의 존재를 인정하려 하지 않는 게 문제다. 소수노조의 안이나 의견을 수렴하는 노력은 없이 제1노조의 방침을 따라달라는 일방적인 요구만 있었다는 것이다.

삼화고속의 노사갈등이 3년째 난항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지난한 싸움을 지속될 수밖에 없는 배경에는 이러한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이렇게 노노간에 쌓인 감정의 앙금이 노조의 결속력을 갉아먹으며 노조 역할의 구심점이 사라지게 했다. 

또, 개별 노조가 서로 반목하는 원인으로 ‘과당경쟁’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제1노조의 경우, 현재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무리를 해서라도 뭔가 성과를 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게 돼 배타적이거나 패쇄적인 운영으로 흐를 수 있다. 또, 제2 혹은 제3의 소수노조는 비슷한 경쟁심리가 작동해 집행부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일 수 있다.

지나친 경쟁은 자칫 ‘치킨게임’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 즉 자신이 살기 위해 경쟁자를 없애야 한다는 극단적인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는 것이다. 

타 노조를 아우르는 리더십 필요

이러한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 방안으로는 제1노조가 소수노조의 존재를 인정하고 이들을 아우를 수 있는 리더십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투명한 정보공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현행 제도 안에서는 제1노조가 교섭권이나 의결권 등을 독점할 수 있다. 그러나 교섭 등 노사간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승무원들의 힘을 결집하기 위해서는 진행상황 등을 투명하게 소수노조와 공유함으로써 동질감을 회복할 필요가 있다. 

또, 교섭위원 구성을 소수노조에게도 개방하는 방안도 고민해 볼 수 있는 부분으로 지적됐다. 그럼으로써 소수노조가 현 상황을 투명하게 인식하고, 이후 집행부의 계획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수 있는 동기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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