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교육 받을 수 있어 즐거웠어요."
상태바
"커피 교육 받을 수 있어 즐거웠어요."
  • 김영숙 기자
  • 승인 2013.07.21 20: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천하나센터, 탈북여성 바리스타 양성교육 실시
 
사본 -CAM00936[1].jpg
 
 
한국사회에 이주하여 정착한 탈북여성들에게 커피를 직접 제조하는 바리스타 교육이 진행됐다. 6월말부터 7월초까지 서울 인천지역에 거주하는 탈북여성 3명은 인천하나센터의 추천을 받아 (주)더드림홀딩스(브랜드명 CAFE DREAM) 무료 바리스타 교육에 참가하였다.

“커피는 바리스타 교육 받기 전에도 좋아했어요. 이번 교육도 재미있었어요. 맨처음 모르고 마신 게 카페라테였죠. 나중에는 카페 모카, 카라멜 마끼아또도 마셔봤어요. 에스프레소는 아직 적응이 안 돼요. 커피 이름에 외래어가 많아, 교육 받을 때 외래어가 많아서 어려웠어요.” 인천하나센터 북부에서 탈북여성 세 명이 바리스타 교육을 받았다. 김이홍씨(36)를 만나 그 이야기를 들어봤다.

“커피 종류에 따라 들어가는 재료 설명을 들으니까 외래어를 좀 이해할 수 있었어요. 바리스타 교육은 재밌고 좋았지만, 당장 일을 할 수는 없어요. 애기가 좀 더 크면 취직할 생각이에요. 가게를 내기에는 아무래도 벅차죠 카페를 내려면 초기비용도 많이 들고, 머신 자체도 700만원이 넘는다고 해요. 전문 믹서기도 몇 백만원 하고, 주방에 들어가는 비용도 꽤 된다네요.1억 좌우로 있어야 한대요. 또 교육을 받으면서 카페 얘기를 들어보니 들인 것에 비해 수입은 나지 않는 것 같구요. 손님들이 카라멜 마끼아또 같은 걸 많이 사먹으면 좋지만, 대개 아메리카노를 사먹데요. 사람들이 많이 마시지만, 그걸로 별로 매상이 오르지 않죠. 목이 아주 좋은 데서 크게 하면 모를까, 웬만해서 잘하기는 힘들 것 같아요. 하지만 네일아트, 옷 가게, 가구, 책 등등 다른 장사를 하면서 카페도 하면 잘 될 것 같아요."

김씨는 바리스타 교육을 받았으니 취직하고 일하면서 더 배우고 싶지만 여건이 그렇지 못하다. 시어머니가 편찮으셔서 아이를 봐주기에는 힘에 부치기 때문이다. 아기를 키우고 나서 좋아하는 일을 할 생각이다.

교육을 받기 전부터 커피를 좋아했다는 김씨. 전에는 단맛, 쓴맛 정도만 구분할 줄 알았는데, 이제는 종류에 따라 맛이 어떻게 다른지 알아 즐겁다. 인하대 다니면서 커피를 마실 기회가 많았다. 밥을 먹으면 학생들과 커피를 마시곤 했다. “한 학기 다니고 그만뒀어요. 중국에서 오래 살아 중국어를 잘했지만, 학술 쪽으로 공부는 맞지 않는 것 같았어요. 한국에서 중국으로 유학 가는 사람도 많고, 나는 대화는 할 줄 아니까 됐고 차라리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돈을 벌자고 생각했어요.”
 
 
IMG_4311.JPG
 
 
인천하나센터 ‘어머니교육’을 받으러 다니던 김씨에게 인천하나센터 박경남 사무국장이 바리스타 교육을 추천했다. “일만 교육 받으면 된다고 했어요. 저녁 때 시어머니한테 말씀 드리니 좋은 기회라면서 애기를 봐주셨어요.”

“저희 친정 어머니는 제가 4살 때 돌아가셨고, 아버지는 제가 19살 때 결핵으로 돌아가셨어요. 살기가 힘들어서 언니랑 여동생한테 중국으로 가자고 했을 때 싫다고 했어요. 그래서 혼자 중국으로 간 거죠. 북에 있을 때 굶었다고 하면 안 믿더라구요. 보름을 굶으니까 눈앞이 샛노래졌어요. 이러다 굶어죽겠다 싶었어요. 친척집을 갔다가 쫓겨나고, 아버지는 결핵에 걸리셨어요. 다시 돌아가 오두막집을 짓고 살았어요.” 김씨는 1998년도에 북한에서 중국으로 넘어갔다. 2008년에 중국 국적을 땄고, 그 이후 한국으로 오게 됐다.
 
한국에서 남편을 만나 가족을 꾸리기 전까지 김씨는 고생을 많이 했다. “아버지 살아계실 때였어요. 동생이랑 신의주에 약초랑 밀가루랑 교환하러 갔다가, 약초배낭을 잃어버렸어요. 신의주 '꽃제비수용소'에서 하루 이틀 있다고 신의주수용소로 갔어요. 거기서 좀 있는데 어떤 꽃제비 애가 중국에 가면 먹을 걸 준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그후로도 혜산에서 꽃제비 생활을 했어요. 신의주에 있을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꿈이 맞더군요. 꿈에 열차경찰원이 국수를 주는 꿈이었는데, 우리가 집을 떠나고 그 다음 날 돌아가셨대요. 그후에 산에 가서 날마다 풀 뜯어 먹으면서 지냈어요. 어떤 언니가 혜산에 가자고 해서 따라나섰는데, 알고보니 그 언니는 소매치기였어요. 열차에서 소매치기 기술을 알려주려고 했죠. 97, 98년도에 잡혀가면서 네 번 탈출했어요. 그때는 지금처럼 총을 쏘지는 않았어요. 무조건 '꽃제비수용소'로 데려갔어요. 호송하는 사람들이 피곤해서 잠잘 때 도망쳤어요.”

“중국에서 11년 있었어요. 식당 일, 파출부 일 다 했어요. 성탄절에 반짝이는 것도 만들어봤구요. 나중에 국적(가짜국적)을 사서 한국으로 오게 됐어요. 여기 하나센터 퇴소하고 경기도 광주에서 일할 때, 아는 동생이 지금의 남편을 소개해줘 결혼하게 됐죠.”
 
김씨는 이남에 와서 ‘이상한’ 점들이 있었다. “‘갈매기살’이 진짜 갈매기고기인 줄 알았어요. ‘삼겹살’이 뭔지 무척 궁금했어요. 고기에 붙인 이름들이 참 이상하더군요. ‘커피전문점’이 너무 많아 놀랐어요. '명품'이니 '브랜드'니 하는 것도 아주 낯설었어요. 중국에서 백화점을 다녀도 ‘명품’이나 ‘브랜드’ 제품은 몰랐어요. 언젠가 한국집 파출부를 하는데 사모님이 ‘크로커다일’을 얘기하면서 브랜드 이야기를 하더군요. ‘브랜드’가 뭔지 아주 궁금했어요. 또 중국에서는 ‘중화’ 자동차만 있는데 이남에는 차가 너무 많아 헷갈려요. 아반떼, 모닝, 그랜저… 외제차 종류도 많구요. 요샌 몇 개는 알겠더군요.”

그는 중국에 있을 때 한국 현실에 대해 알 수 있었다. 사업하러 오는 사람들이 많이 오니까 자연스럽게 알게 됐다. 그는 ‘한국드라마’는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내용만 나오는 것 같아 잘 안 본다고 한다. 비현실적이고 과장된 데가 많다고 생각한다. 세상에 신데렐라가 어디 있나?

김씨는 ‘명품’이나 ‘브랜드’는 아예 모른다. 담 쌓고 산다. 하지만 가끔 예쁜 옷을 보면 눈이 간다. 이남에서 이상한 점 하나는, 가방을 모두 들고 다닌다는 점이다. 김씨도 지갑을 넣느라 가방을 들고 다니기는 하지만, 가방에 신경을 부리지는 않는다.

“나는 시어머니 복이 있다. 탈북한 사람들 얘기를 들어보면 식구들이 미워하고 무시하는 집도 있다. 하지만 우리 집은 동서들과 시동생들이 잘해준다. 늘 고맙다. 우리 아기는 애교가 많다. 한창 말썽을 부릴 때라 나한테 혼날 때가 많다. 돌 지나니 말도 통하는 것 같아 하루종일 씨름해도 재미있다.”
 
 
IMG_4314.JPG
 
 
“저희 시어머니는 주말에 어느 주방에서 일한다. 번 돈을 손자한테 쏟아붓는다. 늘 고맙고 미안하다. 애는 나를 닮아 사람을 좋아한다. 애 아빠는 내성적이고 의젓하다. 요즘에는 딱히 갈 데가 없어 애를 유모차에 태워 롯데마트에 간다.”

“북한 사람들은 적응을 잘 하지 못한다. 경계심도 많다. 어떤 사람은 고집도 세고 분명한 걸 좋아한다. 살아오던 방식이 달라 수긍이 안 가는 점이 많은 것 같다. 통일 되면 틀림없이 좋을 것이다. 자꾸 독일을 예로 드는데 우리는 다를 것이다. 북한은 지하자원이 많다. 제 고향 함흥만 봐도 길에 고철이 마구 굴러다녔다. 함흥은 바닷가 근처라 그렇게 춥지도 덥지도 않다. 한국의 기술과 북한의 자원을 잘 조화하면 잘 사는 나라가 될 것이다.”

함흥이 고향인 그는 여기 와서 냉면다운 냉면을 먹지 못했다. 함흥냉면은 감자녹말 가루를 뜨거운 물로 반죽해서 썰어낸다. 잘 사는 사람들은 닭고기 육수 등을 넣지만, 못 사는 사람들은 씨레기국물에다 말아도 먹었다. ‘속도전떡’은 먹어봤다. 말 그대로 곡물 익힌 가루로 반죽해서 빨리 먹을 수 있다.

“신랑은 결혼해서 얻은 게 많다고 한다. 잘 했다고 한다. 나도 어릴 때부터 새어머니한테 구박을 받아서인지 남편과 애, 시댁을 생각하면 결혼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 애가 어려서 엄마가 옆에 있어 줘야 한다. 애가 어느 정도 크면 일을 할 것이다.”

이번에 마련한 '카페드림' 무료 바리스타 교육은 탈북여성들의 직업능력 개발과 취업 기회를 제공하려고 시작했다. 교육을 받고 난 후에는 본사에서 운영하는 매장에서 일할 수 있도록 채용까지 고려한 것이었다. 홍성준 (주)더드림홀딩스 대표는 “사회공헌활동의 일환으로 지난해말부터 시작한 무료 바리스타 양성교육은 탈북여성들에게 기회를 마련하려고 시작했다”고 밝혔다. 박경남 인천하나센터 북부 사무국장은 “탈북여성은 자녀를 돌보느라 다양한 취업 기회를 접하지 못한다. (주)더드림홀딩스 기업처럼 따뜻한 관심을 보이는 기업들이 더 많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주)더드림홀딩스와 인천하나센터는 한해 한두 번씩 지속적으로 탈북여성을 대상으로 무료 바리스타 교육의 기회를 마련해 '바리스타'로서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사본 -CAM00931[1].jpg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