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곤충 만드는 나비공원 직원 '임채원' 씨를 만나다
“솔방울, 나무열매, 뿌리, 괴목, 나뭇가지… 등등 재활용할 수 있는 건 다 한다. 살아있는 건 쓰지 않는다. 본격적으로 작품을 만든 지 4년 정도 됐다. 작품을 ‘어떻게 만들까’ 고민해도 잘 떠오르지 않는다. 그러다가 재료만 보면 뭘 만들어야 할지, 어떻게 해야 할지 단박에 떠오른다. 재료를 봤을 때 진행하면 자연스럽고 예쁜 작품이 나온다. 생각으로 작품을 만들어 놓으면 어색하게 되더라.” 나비공원에 가면 나뭇가지를 비롯한 열매, 뿌리로 만든 ‘작품’을 여러 곳에서 볼 수 있다. 5월 15일, 나비공원에 근무하면서 짬짬이 작품을 만드는 임채연씨(51)를 만나 멋진 작품을 만드는 이야기를 들어봤다.
-일을 언제부터 하게 됐나.
“여기 나비공원으로 오면서 이 일을 하게 됐다. 공원 문을 연 지 얼마 되지 않아 체험학습을 해야 하는데 난감했다. 나도 모르고 다른 선생님들도 모르고, 그래서 뭘할까 하면서 산을 둘러보았다. 산에 떨어진 온갖 재료들을 가져다 이것저것 만들기 시작했다. 선생님들도 교육하다 보니 요령도 생기고 새로운 것들을 배우게 됐다. 만드는 방법을 따로 배우진 않았다. 오전에는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오후에는 거의 작업실에 나와 나무곤충을 비롯해 작품을 만든다. 말하자면 나비공원에 오면서 나한테 숨겨진 자질을 발견하게 됐다. 가정학을 전공해서 하게 된 염색도 접목해서 작품을 만든다."
-작품을 만들려면 꼼꼼하고 찬찬해야 할 것 같다. 어려서부터 손재주가 있었나.
“특별히 손으로 만드는 건 관심도 없었다. 뜨개질 같은 데도 젬병이었다. 다만 어려서 눈썰미는 있었던 것 같다. 평소에 화초 키우는 건 좋아한다. 온갖 재료로 곤충을 만들고 이야기가 있는 그림 한 폭을 만들면 힘든 줄 모르겠다. 가끔 우리 아이들이 어렸을 때 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은 든다. 애들이 결혼하면 손자 손녀하고 같이 만들어 봐야겠다.”
“충북 조치원이 고향이다. 시골에서 자라서인지 나무와 풀을 어려서부터 많이 보고 자랐다. ‘이 나무에서는 이 열매가 열리는구나’를 잘 알고 있었다. 이렇게 작품을 만들기 전에는 나무와 풀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못했는데 작품을 만들면서 어려서 본 나무와 풀의 생태가 ‘팍' 떠올랐다. 그런데 어릴 때 알던 나무와 풀 이름이 많이 달랐다. 지방에서 부르는 게 따로 있더라. ‘이름을 알려고’, ‘적어도 나비공원에 있는 나무와 풀은 알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숲해설가 자격증을 땄다.”
-작품을 보면 앙증맞고 귀엽다. 재료는 어디서 구하나.
“여기 장수산에서 나오는 재료를 주워다 쓰기 시작했다. 자연재료는 정말 훌륭하다. 무궁무진하다. 자연에서 주운 것만 붙여도 ‘작품’이 된다. 관심이 있는 만큼 보인다. 나무마다 나무결이 다 다르다. 좀 더 알고 나니, 여기에는 이걸 붙여야겠다는 게 저절로 됐다. 되도록 작품은 많이 만들려고 한다. 짬짬이 만들어두면 나중에 꼭 필요하게 되더라. 인터넷에서 아이디어를 많이 찾는 편이다. 많이 보고 많이 해보면 재미있는 작품이 나온다. 나만의 아이디어로 재료를 색다르게 쓰면 내가 보기에도 멋진 작품이 나온다.(웃음) 하지만 인터넷도 한계가 있으니까 많이 보러 다닌다. 주사님들도 다른 데 갔다가 멋있는 작품이 있으면 사진으로 찍어다 보여준다. 일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된다.”
"칠엽수, 흔히 마로니에라고 부르는 나무열매는 참 재밌게 생겼다. 자세히 보면 머리를 쪽 진 여자 같다. 연밥은 꼭 치마 같다. 칠엽수 열매에 연밥을 붙이면 참한 여자가 된다. 아이들이 재료를 연결해 붙이면서 나무와 풀에 대해 관심을 기울일 수 있고, 더 나아가 자연이 얼마나 신비로운지 알게 된다. 그러다 보면 저절로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이 생기지 않겠나."
-공원 업무를 보면서 작품까지 만들면 일이 버겁지 않나.
“기관에서 직원이 직접 작업하는 경우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다른 기관에서 벤치마킹하러 오기도 한다. 나비공원을 홍보하는 일이라 뿌듯하다. 여기서 일하는 게 즐겁다. 만들어서 나비공원에 전시할 수 있고, 나비공원을 찾는 사람들이 좋아하면 기분이 좋다.”
“요즘엔 인터넷에서도 재료를 팔더라. 하지만 부모가 조금만 신경 쓰면 더 훌륭한 재료를 스스로 찾을 수 있다. 주변에 산이 있다면 몇 가지만 주워다 다 쓴 달력 한 장 북 찢어서 그 위에 놓아주면 된다. 애들 상상력은 대단하다. 어른들은 어떻게 만들까 잔머리를 굴리지만, 아이들은 재료 몇 가지로 상상도 할 수 없는 걸 척척 만들어낸다. 귀찮고 번거롭겠지만 부모들이 조금만 부지런하면 아이들은 생각지도 못한 작품을 금세 만들어낸다.”
“작품 크기는 그때 그때 놓을 장소를 보고 만든다. 표본상자를 보고 크게 만들기도 하고 작게 만들기도 한다. 큰 작품은 다른 직원분들한테 부탁해서 만든다. 큰 나무를 톱질하는 건 버거울 때가 있다. 주로 작은 걸 하는데, 아기자기해서 좋다. 요샌 숲해설가 선생님들은 재주가 많고 욕심들이 있으셔서 뭐든 잘 하더라. 그 분들이 조금씩 배워 체험 수업을 진행한다. 여기 작업실은 처음부터 작업실이 아니었다. 아이들이 관심있어 하니까, 작업하는 걸 직접 보여주자는 취지에서 유리벽을 만들어 밖에서도 보게 했다. 처음에는 내가 일하는 걸 누군가 본다는 사실에 적응이 안 됐다.(웃음) 애들도 엄마들도, 유치원 선생님들이 봐서 나쁠 건 없겠다 싶더라. 정말 관심이 많은 엄마들이나 유치원 선생님들이 문의하면 만드는 법을 간단히 알려주기도 하고, 재료도 준다. 관심있는 분들이 무척 많다.”
-작품활동 범위를 더 넓힐 생각은 없나. 전시회 계획은 또 있나.
“내 직분은 ‘무기직’이다. 계약직과 달리 다니기 싫을 때까지 다닐 수 있고, 60세에 정년퇴임이다. 하지만 일하는 건 공무원과 비슷해 범위를 넓히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 같고, 생각해보지 않았다. 이렇게 ‘호브작 호브작’ 정년퇴임할 때까지는 여기서만 일하고 싶다. 장수산 나비공원에서 지내는 일은 즐겁다. 처음 2년은 재료를 구하느라 장수산을 엄청 돌아다녔다. 어디쯤 무슨 나무가 있는지 알 수 있다. 상수리나무, 탱자나무, 칡넝쿨, 망고 열매, 밤나무…. 그런데 여기는 오동나무가 없어서 열매를 구할 수 없다. 그럴 때는 어디쯤에서 오동나무를 보면 그쪽을 자주 다니는 분한테 부탁하기도 하고 직접 가기도 한다. 겨울에는 시간적 여유가 있으니까 여기서 일하시는 분들과 바구니를 들고 장수산을 한 바퀴 돌기도 한다. 다들 즐겁게 도와주신다.”
“식구들은 그다지 좋아하는지 잘 모르겠다. 공무원인 남편은 그런 일을 하나 보다 하는 것 같고, 아들 둘은 다 커서인지 내가 만든 작품에 대해 ‘저런 것도 만드는구나’ 할 정도다. 무척 잘 만들었다고 반응을 보이지는 않는다. 우리 식구는 표현이 밋밋하다.(웃음)”
“여태껏 만든 작품은 얼추 100여 종이 넘는다. 지난해에 2층 기획실에서 전시회를 했고, 카페 입구 왼쪽 벽에 쪼르르 걸어놨다. 지금 당장은 전시회 계획이 없지만 어디서 작품을 가져와야 하면 서로 교환해야 하니까 짬짬이 만들어 둔다. 전시를 하든 안 하든 고민수 주사님과 대비를 한다. 이 일을 하면서 ‘어깨병’에 걸렸다. 하지만 좋아서 하니까 괜찮다.”
“정년퇴임한 다음에는 손자 손녀와 그 또래를 위해서 자원봉사할 생각이다. 또 기회가 되면 치매 어르신들한테 간단한 작품 만드는 법을 알려드리고 싶다. 사실 이 작업은 돈이 들지 않는다. 그러니까 내가 가르치면서 돈을 요구하지 않아도 되고, 따로 돈을 많이 들이지 않으면서 가르쳐 드릴 수 있다. 가까운 데를 두 시간만 돌아다니면 재료는 많이 얻는다. 돈이 따르다 보면 욕심이 생기게 되고, 일을 망가뜨릴 수 있다.”
-작품을 만들면서 이 일을 잘 했다 싶을 때는 언제인가.
“주말에 경기도 일대 산에 갈 때가 있다. 산을 오르내리면서 수많은 재료를 보지만 가져오게 되지는 않더라. 갖고 오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지만, 그 재료들은 그 산에 있어야 할 것 같더라. 도토리 많은 산에 가면 작품 만들 생각이 나지만, 내가 가져오면 대신 굶을 다람쥐 생각에 못 가져오겠더라. 또 길 가는 데 방해된다고 나뭇가지를 뚝뚝 꺾는 사람을 보면 ‘나뭇가지를 들고가지, 참’ 이런 생각이 든다. 이 일을 하면서 내 자식 아픈 것처럼 자연이 소중한 걸 몸소 깨닫게 되었다. 나무나 풀, 더 나아가 숲의 생태를 잘 알게 되어 즐겁다. 자연이 인간에게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되어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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