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의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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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의 기술?
  • 주가을
  • 승인 2012.05.20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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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칼럼] 주가을 교수 / 경인여자대학교 간호과


'멘붕', 'ㄱㅅ'. 각각 정신(멘탈)붕괴, 감사의 뜻으로, 청소년들이 자주 쓰는 언어이다. 청소년들이 축약어, 은어, 욕을 많이 사용한다며 걱정하는 어른들이 많다. 그러나 나는 무조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 또래 간 소통언어일 수 있는 것이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지금 어른들, 특히 30-40대 초반 어른들, 빈도수는 적을지언정 우리도 축약어, 우리만의 언어가 있었다. 지금은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의 영향으로 그 범위가 넓어지고 속도가 빨라져 더 심각하게 생각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청소년들만 사용하는 것도 아니다. 직장인들도 그들만의 축약어와 은어가 있고, 누구나 쉽게 접하는 TV 방송에서도 축약어나 욕은 심심치 않게 사용되고 있다.

작년 '뿌리 깊은 나무'라는 드라마는(드라마와 역사적 사실이 어느 정도 같은지 정확히 알지 못하지만), 글자를 만들기 위한 엄청난 고민과 연구, 노력을 보여줬다. 한글은 반포 이후 오랜 기간 천시(賤視)되었지만 지금은 우리의 언어가 되었고, 세계에서 우수한 글자로 인정을 받고, 배우고자 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갑자기 왜 한글이야기인가 싶을 수도 있다. 한국 사람이 올바른 말을 쓴다는 것은 한글을 바로 사용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글이 사장(死藏)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우리 생활과 정서를 잘 표현하는 언어이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 소설을 외국어로 번역한다고 생각해 보자. 좋은 번역은 나올 수 있지만 고유의 맛을 살린 번역은 힘들 것이다. 글은 그 나라 언어로 읽는 것이 좋다는 말은 그 만큼 언어는 각 나라 문화와 삶을 표현하기 때문이다. 언어가 나라별 특색을 가지듯이 각 시대와 사회, 세대의 삶에는 그 속에서 사용되고, 만들어진 언어들이 있다. 

자, 다시 청소년 언어 문제를 생각해 보자. 청소년들의 언어 중 일부는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그 또래 간 소통에 필요한 언어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그것은 그들을 기성세대와 구분하는 우리라는 집단의 언어이다. 사실 은근히 자기들만 아는 언어로 대화를 한다는 데에는 재밌는 점도 있다.

하지만 한때 지나가는 시기라 생각하고 무시할 수 없는 부분 또한 존재한다. 사용하는 언어의 대부분이 욕이거나 부모자식, 선생님과 학생, 심지어 청소년들끼리도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 것은 문제이다. "그것도 몰라?" 혹은 "그런 말은 쓰면 안 돼."라고 말하기보다 서로가 사용하는 언어가 다를 수 있는 세대라는 것을 인정하고 "그 말은 무슨 뜻이니?", "그 말보다 이런 말은 어떠니?" 혹은 "이 말뜻은요…." 등으로 대화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른바 '외계어'라고 불리는 단어는 올바른 단어로(현재 없는 단어는 함께 생각해서 만들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단어는 시간의 흐름과 함께 계속 만들어지기 때문에.), 욕은 무조건 꾸중만 할 게 아니라 왜 사용하면 안 되는지를 알려주면 좋을 것 같다.

청소년들의 언어 중 나쁘다고 생각되는 부분이 있다면 원인만 분석하지 말고, 함께 고쳐 나가는 자세를 가졌으면 한다. 반드시 '함께'. 축약어, 은어, 욕 등을 문제라고만 하지 말고 이해하려는 마음을 가졌으면 한다. 그리고 청소년들도 함께하고자 하는 어른들을 색안경을 쓰고 보지 않았으면 한다. 100% 이해는 불가능하지만 서로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마음을 인정한다면, 청소년뿐만 아니라 어른들의 언어가 풍부해지고, 세대 간 격차도 자연스럽게 줄어들 것이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언어가 나를, 내 생활을 반영한다는 점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그리고 고리타분하고 진부한 말이지만, 언어는 정확한 뜻을 알고 올바르게 사용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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