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를 들어주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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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를 들어주는 일
  • 안태엽
  • 승인 2024.11.07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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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과 나눔의 글마당]
안태엽 / 인천노인종합문화회관 소통의 글쓰기반
시민의 신문 <인천in>이 인천노인종합문화화관과 함께 회원들의 글쓰기 작품(시, 수필, 칼럼)을 연재하는 <소통과 나눔의 글마당>을 신설합니다. 풍부한 삶의 경험에서 우러나오고, 글쓰기 훈련을 통해 갈고 닦은 시니어들의 작품들을 통해 세대간 소통하며 삶의 지혜를 나눕니다.

 

 

주방기구를 취급하던 시절, 영업 중에 가게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알고 지내던 내 아내의 친구분이었다. 대화할 것이 있다며 가게로 오겠다고 한다. 그녀는 남편과의 잦은 불화와 갈등에서 오는 괴로움을 우리에게 털어 놓았다. 최근에는 자녀들 때문에 갈등이 더 커졌다면서 눈물을 흘렸다. 한참을 들으면서도 나와 아내는 조언하거나 충고하지 않고 시종일관 듣고만 있었다.

이야기를 듣고 난 후에 다만 최종 선택은 본인이 하시고 설령 잘못된 결정을 내린다 해도 우리는 부인 편이라고 말했다. 그러한 결정으로 인해 다소 불안하고 괴로운 순간이 온다고 할지라도 우리는 부인을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부인은 눈물을 거두고 돌아갔다.

얼마 후에 만난 부인은 평상시 표정으로 돌아와 있었다. 일상에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봉사 활동을 하고 있었다. 그 속이야 알 수 없는 일이지만, 그래도 편해 보이는 것은 사실이었다. 세상을 살다 보면 상처를 안 주고 안 받을 수 없다. 아물 수 있는 상처가 있고 평생을 살아가며 아물지 않는 골 깊은 상처가 있다.

사람들의 마음을 엑스레이로 찍어볼 수는 없을까? 아물지 않은 고름 주머니를 달고 사는 사람들을 만날 때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그 때마다 상처 입은 마음을 해소시켜 줄 해독제는 없을 것 같다.

이럴 때에는 함께 공감해 주는 것이 최선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 역시도 답답한 마음이 들 때면 들어 줄 수 있는 이를 헤아리게 된다. 마음속에 있는 답답함을 누군가에게 털어놓으면 어느덧 해소되는 느낌이 들기도 하는 것이다.

얼마 전 세월호 유가족들을 만난 일이 있다. 그 때 그곳의 분위기는 유가족들이 시위하는 장소를 지나가는 주위 사람들의 빈정거림이 있었고 사고 원인 조사를 덮는 공직자들의 급급한 심사가 있었다. 더 큰 상처를 받고 삶을 포기하다시피 한 세월호 희생자들의 부모가 있었다. 이들의 상처는 골 깊은 상처로 오래 남을 것 같다는 심정도 들었다.

다행이 이들을 마음을 진심으로 헤아리는 사람들이 곁에 있었다. 그들은 같은 배에 타고 있다가 살아남은 아이들의 부모들이었다. 이들은 살아남지 못한 아이 부모님들과 한마음이 되어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 주었다.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서 상처를 받아 본 사람만이 남에게 진정한 위로’를 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은 관계에서 상처를 받는다. 그러나 그를 통해 자신의 삶을 성찰하게 된다. 살아가면서 상처가 많은 사람은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는 시야를 갖을 수 있다. 이들은 함께 공감하면서 마음으로 남의 상처를 헤아릴 줄 안다. 어려운 사람들을 가슴으로 받아들이는 알은 그것으로 성숙한 인간이 된다는 것을 세월호 유가족들을 가깝게 보면서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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